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유럽연합(EU) 외무장관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다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케냐가 주도하는 다국적 경찰을 아이티에 투입하는 것을 승인했습니다. 인도가 자국 주재 캐나다 외교관들을 대거 줄이라고 요구했다는 소식, 마지막으로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2일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에 유럽연합(EU) 외교 수장들이 모였군요?
기자) 네. EU 외무장관들이 이날 크이우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EU 외교 수장들이 비회원국에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진행자) 최근 미국과 EU 일부 회원국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는데요. EU 외무장관들이 크이우에서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날 회의에서 외무장관들은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습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EU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데 있어 단합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를 지원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말이군요?
기자) 맞습니다. 보렐 대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에 “실존적인 위기”라면서 그것이 “우리가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해야 하며 미국 동맹국들과 우방국들이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도록 그들과 협의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회의에서 추가 지원 방안도 공개됐죠?
기자) 그렇습니다. EU가 내년에 약 53억 달러의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이 발표됐습니다.
진행자) 이번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말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먼저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번 회의를 우크라이나 수도에서 연 것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단호하고 지속적인 지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이번 회의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우리의 피로감에 의지하지 말라고 러시아 측에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하다”면서 “우리는 앞으로 오랫동안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일각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것을 이용하지 말라고 러시아에 경고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케 브라윈스 슬롯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침공 책임을 물어야 하며, 러시아를 제재로 압박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우크라이나인들의 자유를 위해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회의와 관련해서 우크라이나 쪽에서는 어떤 말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회의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참석했는데요, 젤렌스키 대통령은 장관들에게 “우리의 승리는 분명히 우리 협력에 달렸다”며, “우리가 더 강력하고 원칙적인 조처를 할수록 이 전쟁은 더 빨리 끝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더 강력하고 원칙적인 조처라면 구체적으로 뭘 말하는 걸까요?
기자) 네. 젤렌스키 대통령은 목표를 달성하려면 “우크라이나는 더 많은 돈과 무기, 그리고 군사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고요. 또 “러시아를 겨냥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연방의회가 최근 승인한 임시지출안에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이 빠져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이 문제에 대한 언급도 있었습니까?
기자) 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보렐 대표를 맞이하면서 기자들에게 “미국 지원이 크게 손상됐다고 느끼지 않는다”면서 왜냐하면 “우크라이나에 걸린 문제가 우크라이나 자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회의에서 EU 외교 수장들이 단일대오를 강조했는데요. 하지만 회의에 장관이 오지 않은 나라도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문제가 좀 있는 폴란드와 헝가리가 장관을 보내지 않고 대신 다른 대표를 보냈습니다. 현재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와 곡물 반입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고요. 친러시아 성향 정부가 들어선 헝가리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러시아 쪽에서도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에 관해 언급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리는 이 분쟁에 대한 피로감, 또 크이우 체제에 대한 완전히 터무니없는 후원에 대한 피로감이 미국을 포함해 여러 나라에서 커질 것이라고 이전에 반복해서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지만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이 삭제된 것은 일시적이라고 페스코프 대변인은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일시적이란 건 미국이 또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것이라는 말입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이런 가운데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비판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미국이 그간 30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면서, 이건 가장 비합리적이고 해롭다고 2일 비판했습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그러면서 더 많은 자원을 중남미 나라들을 돕는 데 쓰라고 미국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이번에는 아이티 관련 소식입니다. 유엔이 아이티에 다국적 경찰을 파견하는 것을 승인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일 표결로 케냐가 주도하는 다국적 경찰을 아이티에 보내는 것을 승인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15개 안보리 이사국 가운데 13개 나라가 미국과 에콰도르가 만든 결의안에 찬성했고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기권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다국적 경찰 파견은 유엔 평화유지군 같은 정식 유엔 활동은 아닙니다.
진행자) 경찰관을 아이티에 몇 명이나 보내는 겁니까?
기자) 몇 명이나 갈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다만 케냐는 앞서 자국 경찰관 1천 명을 보내겠다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케냐 외에 카리브해에 있는 나라들인 자메이카와 바하마, 안티구아, 바부다 등이 경찰관들을 보내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다국적 경찰 파견 기간은 얼마나 됩니까?
기자) 네. 일단 1년이고요. 파견하고 9개월 뒤에 한번 재검토하도록 했습니다. 필요한 비용은 자발적인 기부로 충당하는데요. 미국이 최대 2억 달러를 대기로 약속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언제 다국적 경찰이 아이티에 들어가는 건가요?
기자) 네. 아이티 정부 측에서는 내년 1월까지 와줬으면 한다고 밝혔습니다. 케냐 쪽에서도 앞으로 두 달이나 석 달 안에 경찰관들을 보내겠다고 지난주 밝힌 바 있는데요. 하지만 정확하게 언제 들어갈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진행자) 다국적 경찰을 아이티에 보내는 건 범죄조직인 갱 문제 때문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갱단이 준동해서 아이티 정부가 나라를 제대로 통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21년에 당시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당한 뒤부터 혼란이 심해졌습니다. 현재 아리엘 앙리 총리가 이끄는 정부가 있긴 한데, 의회도 없고 선거도 치르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거기에 갱단이 준동하는데 경찰 등 치안을 유지해야 할 기관들이 제 기능을 상실한 데다 전염병까지 만연해서 아이티 국민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진행자) 갱단이 활개 치면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아는데요?
기자) 네. 유엔 통계를 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8월 15일까지 2천 400명 이상이 살해됐습니다. 또 950명 이상이 납치됐거나 902명이 다쳤는데요. 게다가 갱단 탓에 20만 명 이상이 집을 잃은 것으로 추산됩니다.
진행자) 그래서 아이티 정부가 치안 유지를 위해 군대나 경찰을 보내달라고 국제사회에 여러 차례 요청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아이티 정부뿐 아니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여러 번 국제사회에 같은 요청을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나 캐나다같이 아이티와 가까운 서방 국가들은 원조나 경찰 장비, 그리고 훈련 등만 제공하고 군 병력이나 경찰을 파견하는 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안보리 표결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기권한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는 원칙적으로 결의안에 반대하지 않지만, 요청이 있더라도 한 나라에 무장세력을 보내는 건 철저하게 검토해야 하는 극단적 조처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무력 사용 등 문제에 대한 물음에 답이 없었다면서 경찰 파견이 성급한 결정이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장준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구체적인 일정표나 케냐와 아이티 정부 사이에 충분한 협의와 검토가 없었기 때문에 결의안에 반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아이티 치안 유지에 투입될 케냐 경찰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케냐 경찰이 과거 무력 남용이나 인권 유린, 고문 자행 등 전력이 있어서 이들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인도가 캐나다 정부에 자국 주재 캐나다 외교관들을 대거 줄이라고 통보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AP 통신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인도 관리를 인용해 최근 보도한 내용인데요. 인도 정부가 자국에 배치된 캐나다 외교관 41명을 본국으로 송환할 것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현재 캐나다 대사관에 외교관 60여 명이 있다는데요. 그러니까 이 가운데 3분의 1만 남기라는 것입니다.
진행자) 이미 두 나라가 상대방 외교관을 추방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앞서 양국은 자국 주재 고위 외교관을 맞추방했고요. 여기에 인도는 캐나다인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인도는 자국 주재 캐나다 외교관들이 캐나다 주재 자국 외교관보다 많다면서 캐나다 외교관들을 줄이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두 나라가 이렇게 외교 분쟁을 벌이고 있는데요. 인도계 캐나다인 살인 사건이 사단이 됐죠?
기자) 네. 인도에서 태어난 캐나다 시민 하디프 싱 니자르 씨가 지난 6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시크교 사원 밖에서 괴한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습니다. 그런데 캐나다 정부가 이 사건에 인도 정부가 연관됐다고 지적하면서 두 나라 사이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진행자) 살해된 니자르 씨가 인도 쪽에는 껄끄러운 존재였죠?
기자) 그렇습니다. 니자르 씨는 인도 내 시크교도들의 독립을 추구하는 이른바 ‘칼리스탄’ 운동에 참여했던 사람입니다. 시크교도들은 분리 독립을 위해 지난 1970년대와 80년대에 유혈 항쟁을 벌였는데요. 인도 정부 탄압으로 이 항쟁은 분쇄됐고, 이 과정에서 저명한 시크교 지도자들을 포함해 수천 명이 사망한 바 있습니다. 인도 정부는 지난 몇 년 동안 니자르 씨가 테러리즘과 연관돼 있다고 비난해 왔습니다.
진행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니자르 씨 사건에 인도 정부가 관련됐다는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하면서 논란이 더 커지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트뤼도 총리가 지난달 의회에 나와 이 사건에 인도 정부 요원들이 연관됐다는 믿을 만한 의혹들이 있다고 밝히면서 파문이 일었습니다.
진행자) 캐나다가 어떤 근거로 니자르 씨 암살에 인도 정부가 연루됐다고 말하는 겁니까?
기자) 네. 앞서 한 캐나다 관리는 AP통신에 한 동맹국이 제공한 정보를 포함해 자국 주재 인도 외교관들을 감시한 결과에 일부 근거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캐나다 정부는 아직 직접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고 있는데요. 현재 진행 중인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합니다.
진행자) 앞서 트뤼도 총리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게 직접 해당 의혹을 제기했다는 보도도 있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달 초 인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뤼도 총리가 모디 총리에게 개인적으로 이 의혹을 제기했다고 합니다.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해당 의혹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런데 트뤼도 총리가 이걸 나중에 공개적으로 제기하자 인도 정부가 격분하면서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진행자) 인도는 자신들이 니자르 씨 암살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반발하는 거죠?
기자) 맞습니다. 터무니없고 정치적인 동기가 있다는 겁니다. 인도 정부는 그러면서 캐나다가 칼리스탄 분리주의 운동과 연관된 테러분자들의 안전한 피난처라고 비난했습니다. 현재 캐나다 정부와 미국 정부는 인도 정부에 사건 수사에 협조하라고 반복해서 요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살해된 니자르 씨가 참여한 칼리스탄 운동이 아직도 영향력을 갖고 있습니까?
기자) 아닙니다. 칼리스탄 운동은 현재 정치적인 영향력을 대부분 상실했습니다. 하지만 인도 북부 펀자브주나 해외 시크교도 공동체에는 아직도 동조자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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