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교전이 격화하는 가운데 가자지구에서 40km 정도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한인 김정석 박사는 아직은 이스라엘을 떠나야 할 만큼 심각한 위협을 느끼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9년째 이스라엘에 거주 중인 김 박사는 13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초기와 달리 지금은 사이렌이 울리는 빈도도 많이 줄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김 박사는 많은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상황이라며, 다만 이스라엘 지상군이 가자지구에 투입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아직은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스라엘 최고의 기초과학 연구기관으로 꼽히는 바이츠만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김정석 박사를 안소영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박사님 계시는 지역은 가자지구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나요?
김 박사) 제가 거주하는 곳은 르호봇이라는 곳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바이츠만 연구소가 있어서 여기서 9년째 거주하고 있습니다. 가자지구에서는 직선거리로 40km 정도 떨어진 텔아비브 남쪽에 있습니다.
기자) 현재 르호봇 상황은 어땠습니까? 포격 소리가 계속 들리는지요?
김 박사) 초기에는 하마스에서 워낙 로켓을 많이 쏴서 사이렌이랑 아이언돔이 요격하는 소리가 많이 들렸어요. 그런데 지금은 포격 소리는 아주 멀리서 들립니다. 그 정도이면 제가 생각할 때는 이스라엘 전투기가 가자지구에 폭격하는 소리인 거 같아요.
기자) 하마스가 기습 공격을 시작한 첫날, 그곳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김 박사) 7일 새벽에 기습적으로 로켓 공격이 들어왔는데요. 이스라엘 명절 마지막 날이었고, 전혀 하마스랑 이스라엘 간 긴장이 고조되는 그런 징조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예상을 못 한 공격이었어요. 자고 있는데 갑자기 사이렌이 울렸고 저는 또 저희 애가 있고 해서 애를 들쳐 없고 방공호가 있는 지하로 대피했습니다. 그렇게 한 번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계속 울리더라고요. 집으로 올라왔는데 사이렌이 또 울려서 올라갔다 내려갔다 여러 번 반복했고 내려가면 3시간 정도씩 방공호에 머물렀어요.
기자)이스라엘에는 모든 집에 방공호 시설이 갖춰져 있나요?
김 박사) 최근에 지어진 집들은 집 안에 방공호 방이 하나씩 꼭 있어요. 조금 오래된 집들은 대부분 지하에 공동방공호를 가지고 있고요.
기자) 이스라엘에 있는 한인 피해는 없지만 많은 분이 한국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어요. 르호봇에 계시는 한인들은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김 박사) 지금 연구소에는 저 포함해서 7명의 한국인 연구원이 계시고 르호봇에는 바이츠만 연구소에 계시는 한국분 외에 히브리대에서 박사 과정에 계시는 한 분이 계십니다. 현재 바이츠만과 히브리대 연구소에 연구하시는 분과 그 가족 다 합하면 약 열 분 정도 한국 분이 계시고, 그 인원이 르호봇에 계시는 전체 인원입니다. 저희는 같이 사용하는 카카오톡 그룹 채팅방도 있고요. 나눌 게 있으면 나누고 그렇게 지내고 있고요. 또 학교에서 만나기도 하는데 지금 한국에 귀국하려고 하시는 분들은 많지 않은 거 같아요. 단기로 이스라엘을 방문하신 분들은 삶의 기반이 한국이나 다른 곳에 있으니까 가실 수 있는데 저처럼 여기 오래 사신 분들은 지금 당장 이스라엘을 떠나야 할 만큼 위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분들이 훨씬 많고요. 특히 저는 지난 2014년도 있었던 전쟁부터 지켜봤거든요. 그때가 지상군이 가자지구에 들어갔을 때거든요. 그래서 그때랑 비교해 봤을 때 아직은 피부로 느껴지는 위협 자체가 더 심하지는 않다고 느껴져서 남아 있는 경우이고요.
기자)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전투를 벌인 지 일주일 정도 됐는데요. 거리의 모습은 어떤지 또 일상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연구소 출근은 하시는 건가요?
김 박사) 연구소 같은 경우는 실험 장비나 설비가 거기 있다 보니까 꼭 가야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 사람들만 연구소에 올 수 있도록 하고 있고요. 집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집에서 일을 하도록 하고 있어요. 처음 이스라엘이 전쟁을 선포하고 한 사흘은 르호봇에도 사이렌이 여러 차례 울렸는데 지금은 이스라엘이 워낙 가자지구에 폭격을 많이 하다 보니까 사이렌 울리는 빈도가 많이 줄었어요. 어떤 날은 한 번도 안 울린 날이 있고요. 사람들은 일상으로 많이 돌아가려고 하는 상황이긴 합니다. 그런데 만약 지상군이 가자지구에 투입되면 변수가 있기 때문에 아직 조심하고 있어요.
기자) 식당이나 학교가 문을 닫고 생필품을 구입하기도 어렵다고 하던데 어떤가요?
김 박사) 식당 같은 곳은 아직 문을 잘 안 열고 있고요. 그런데 어제 저희도 마켓에 장을 보러 갔는데 물이 없는 경우는 있더라고요. 그런데 다른 마켓에 가면 또 있고 해서 생활하는데 크게 불편하고 그런 상황은 아니에요.
기자) 연구소에 계시는 이스라엘 동료들이나 지역 주민들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김 박사) 2014년에 지상군이 투입됐던 때랑 다른 점은 워낙 민간인 희생자가 커서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굉장히 다운 돼 있어요. 슬퍼하고 애통해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고요. 왜냐하면 민간인들이 너무 많이 희생되다 보니까 한 다리만 건너가면 희생자 소식을 직접 듣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굉장히 분노하고 있어요. 원래 가자지구 전쟁이 일어나면 이스라엘 여론이 많이 갈려요. 이제 그만하라는 사람들도 많이 생기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가자지구에 대한 여론이 너무 안 좋아서 어떤 결과를 감수하더라도 하마스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생각이 많은 거 같아요. 또 여기 계시는 분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너무 심하게 하다 보면 확전될 수 있으니까 그 부분에 대한 불안감이 많아요.
지금까지 텔아비브 남쪽에 위치한 르호봇에 거주하는 김정석 박사로부터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과 관련한 소식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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