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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40일 넘게 군사 도발 멈춰…전문가들 “북러 밀착·반미 연대 외교전 집중”


지난 18일 평양 공항에서 열린 세르게이 라브로 러시아 외무장관 환영행사에서 북한 군인들이 양국기를 들고 도열했다.
지난 18일 평양 공항에서 열린 세르게이 라브로 러시아 외무장관 환영행사에서 북한 군인들이 양국기를 들고 도열했다.

북한이 미 전략자산의 잇단 한반도 전개 등 민감한 상황 속에서도 40일 넘게 군사 도발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러 정상회담 이후 반미 연대에 초점을 맞춘 외교전에 치중하는 양상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군 당국은 이달 들어 대북 확장억제 강화 차원에서 핵심 전략자산들을 연이어 한국에 파견했습니다.

미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은 지난 12~16일 한국 해군의 부산기지에 입항했습니다.

레이건 항모 전단은 부산 입항에 앞서 9일부터 이틀간 제주 동남쪽 공해 상에서 한국 해군, 그리고 일본 해상자위대와 함께 해양차단과 대해적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또 17일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미 전략폭격기 B-52가 청주 공군기지에 내렸습니다. B-52는 한반도 인근 상공에서 한국 공군과 일본 항공자위대와 함께 공중훈련을 벌였습니다.

지난 19일 한국 청주 공군기지에 착륙한 미 공군 B-52H 전략폭격기가 앞에 미한 양국 국기가 세워져있다.
지난 19일 한국 청주 공군기지에 착륙한 미 공군 B-52H 전략폭격기가 앞에 미한 양국 국기가 세워져있다.

북한은 그동안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군사 도발로 대응해 왔지만 이번엔 관영매체를 통해 “미국이 핵전쟁 도발을 걸어왔다”고 반발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북한은 작년 9월과 올 3월 ‘레이건’과 ‘니미츠’ 등 미 항모가 미한 연합군사훈련 등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에 기항했을 땐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발사 등 도발을 통해 견제에 나섰습니다.

한국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13일 러시아와의 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한 이후 42일째 무력 도발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북한이 10월 중 3차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예고했기 때문에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제78주년 기념일을 전후로 감행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아직 발사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19일 평양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했다. 사진 = 러시아 외무부 텔레그램 / AP.
19일 평양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했다. 사진 = 러시아 외무부 텔레그램 / AP.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달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군사 도발을 자제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에 대외정책의 초점을 맞추면서 북러 정상회담 후속 조치 이행에 집중하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특히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 등 군사 협력이 국제사회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북한으로선 군사 도발에 대한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여기서 계속 북한이 도발을 하고 이렇게 세계의 주목을 끄는 행위를 해 버리면 이게 러시아에 무기 지원하는 것도 덩달아서 같이 매우 도발적인 국가의 모습, 불법적인 국가의 모습이 함께 부각되면서 주목 받을 수 있다, 아마 그런 고민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오히려 좀 로우키로 움직이면서 일단 러시아에 무기 지원을 하고 자신들이 받을 것 받고 그렇게 해서 전열을 정비하는 그런 기간이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고요.”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말 최고인민회의에서 외교전을 강조했고 이후 반미 연대에 초점을 맞춘 외교 행위와 대외매체 선전에 집중하는 양상이라고 말했습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터지면서 북한은 중동에서 높아지는 반미 반이스라엘 여론에 편승해 외교전에 한층 힘을 싣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홍민 선임연구위원] “북한 입장에서 우크라이나와 중동이 전선이 분화되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반미 전선이 형성되는 데 대해서 긍정적으로 바라 볼 가능성이 높거든요. 최근 담화 내지 논평을 내고 있는 것도 적극적인 외교적 입장을 피력하기에 딱 좋은 환경이라고 판단을 하는 거거든요.”

북한 외무성 조철수 국제기구국장은 지난 23일 담화에서 최근 유엔에서 가자지구에 인도주의적 접근 허용을 촉구하는 결의안 채택이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점을 거론하며 미국이 “중동 평화의 원수”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인도주의 위기를 발생시킨 이스라엘의 행위에 대해 자위권으로 합리화하면서 자신들의 자위권 행사는 사사건건 국제 평화와 안전에 대한 위협이라고 걸고 든다며 극도의 이중기준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핵 위협 고도화에 맞선 미한의 강경 대응이 북한이 도발에 신중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이어지는 도발에 미국은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B-52 폭격기를 한국에 착륙시키는 등 핵에는 핵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또 한국의 신원식 신임 국방부 장관이 9.19 남북 군사합의에 대해 전술적으로 한국에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도 북한만 일방적으로 어기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대목도 북한에 부담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북한의 임계점을 넘는 핵 도발에 대해서 한미도 워싱턴 선언을 기반으로 핵에는 핵으로 대응하는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거든요. 그리고 9.19 군사합의 파기까지 신임 국방부 장관이 강조하고 있고 지금 분위기로 봐서 북한이 모종의 도발만 해도 9.19 군사합의는 파기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거든요. 결국 북한 입장에선 고강도 전략적 무력 도발로는 별로 실익이 없는, 비용만 드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북한이 올해 총화를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연말까지는 군사 도발보다는 내치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심각한 경제난과 식량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알곡고지 점령 등 연초에 밝힌 12개 경제 목표 달성에 주력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11월, 12월 연말은 경제 분야 총화가 중요한 거고 최대한 민생과 경제 분야 성과를 내기 위해선 아무래도 군사 분야에서도 민생 분야를 지원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까 상대적으로 군사 도발을 하더라도 내년을 대비할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10월 중 정찰위성 발사 카드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11월 중 한국 군의 독자 정찰위성 1호기 발사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북한이 이를 의식해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일각에선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정찰위성을 언제 발사하느냐에 러시아와의 기술 협력 가능성이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임을출 교수는 북한이 성능이 우수한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 확률을 높이는 차원에서 러시아의 도움을 받기 위해 발사 시점을 뒤로 미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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