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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 러 외무장관 “북러 정상회담 후 양국 새로운 전략 관계… 자주권 위한 북한의 모든 정책 지지”


세르게이 라브로프(왼쪽) 러시아 외무장관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18일 평양에서 연회에 참석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19일) 공개한 사진.
세르게이 라브로프(왼쪽) 러시아 외무장관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18일 평양에서 연회에 참석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19일) 공개한 사진.

북한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북러 정상회담 후 양국 관계가 질적으로 새로운 전략적 수준에 이르렀다고 강조했습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또 양국 간 최고위급 접촉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9일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회담을 가졌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 등이 전했습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회담에서 “지난달 13일 러시아 극동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역사적 정상회담 뒤 양국 관계가 질적으로 새롭고, 전략적인 수준에 이르렀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방북 첫 날인 18일 북한이 마련한 연회 연설에선 우크라이나전에 대한 북한의 전폭적 지지에 사의를 표했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연설에서 “북한은 미국과 서방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자주권과 안전을 철저히 수호하는 진정한 자주독립국가”라며 “북한이 국가의 자주권과 발전 이익을 고수하기 위해 실시하는 모든 정책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라브로프 장관의 이 발언에 대해 북한의 핵 보유와 핵 무력 강화 정책을 사실상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북 핵 문제에 대한 태도 변화가 노골화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북한이 지금 핵 무력을 계속 증강하고 있는데 그것을 러시아 외교 책임자가 북한이 계속 주장해 온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해 주고 자주권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핵 무력 증강 정책을 공식적으로 지지한다, 이런 입장을 밝힌 것이기 때문에 이건 상당히 의미가 있다.”

한국 정부는 라브로프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북한은 그 어떤 행동과 주장을 하든 간에 핵 보유를 결코 인정받지 못할 것이며 국제사회의 제재도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과 도발을 명백히 금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최선희 외무상은 연설에서 ‘북러 친선관계’가 “두 나라 정상들의 영도 아래 불패의 전우관계, 백년대계의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승화발전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최 외무상과의 회담 뒤 자국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과의 회견에서 러시아는 한반도 안보 문제 논의를 위한 전제조건 없는 협상 프로세스 구축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그러나 한반도 긴장 원인을 미한일의 탓으로 돌렸습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한반도에서 미국, 일본, 한국의 군사활동 증대와 핵을 포함한 미 전략 인프라의 한반도 이전 노선 등이 우리와 북한 동료들의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북한, 중국과 함께 미한일이 추진하는 “비건설적이고 위험한 노선”에 반대해 “긴장 완화와 긴장 고조 불허용 노선”을 추진하고 있으며 긴장 고조에 대한 대안을 건설적으로 제안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석좌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적 고립이 심화되고 있는 러시아가 반미연대 목소리를 더 크게 내고 있다며, 노골적인 반미전선 합류가 부담스런 중국은 한 걸음 물러나 있는 모양새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석좌연구위원] “중국으로선 선봉에 설 순 없지만 반미전선이 강화되는 것은 원하는 바이고 러시아가 그 역할을 해 주는 것이고, 러시아는 러시아 대로 자신의 전략적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되거든요.”

라브로프 장관은 또 북러 간 고위급 인사 교류 전망에 대해 “한 달 전 최고위급 접촉 즉 정상회담이 이루어졌고, 오늘은 고위급 접촉 즉 외무장관 회담이 있었다”며 “이러한 접촉이 계속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푸틴 대통령의 평양 답방이 조만간 성사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라는 관측입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주민들이 대내 매체를 통해 라브로프 장관이 평양을 찾아 푸틴 대통령 방북 등을 논의한다고 알고 있는 상황이라며, 푸틴의 연내 방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경제적 문제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그런 김정은의 외교적 업적, 군사적 업적으로 이걸 대체하려는 상황이고 그런 상황에선 푸틴 방북이 김정은 입장에선 굉장히 중요한, 자신의 내부 입지를 다지는 데 도움이 되니까 더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탄약 공급이 대담하게 진행되는 정황들이 이어지면서 러시아 또한 푸틴 방북으로 화답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전략적 가치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며 북러 밀착이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러시아가 북한의 전략적 중요성을 발견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이거든요.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사실 북한의 전략적 중요성이 거의 없습니다. 노동력 공급 정도 밖에는. 이렇게 보면 일시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휴전은 가능해도 종전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그러면 러시아 고립은 계속될 것이고 그렇다고 보면 러시아로선 북한과의 관계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유지할 수 있는 거죠.”

라브로프 장관의 이번 방북은 중국 베이징에서16일 중러 외교장관 회담, 그리고 18일 중러 정상회담 일정을 마친 직후 이뤄진 겁니다.

그의 방북은 2018년 5월 이후 약 5년 5개월 만으로, 이번이 네 번째입니다.

김진무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교수는 라브로프 장관이 중국과의 회담 결과를 북한과 공유했을 것이라며, 북한도 미국에 맞선 세 나라 연대 필요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북한이 앞으로도 핵실험, 미사일 발사를 계속 해야 할 텐데 거기에 대해서 국제사회가 계속 비난을 하고 유엔 안보리가 제재를 위해서 계속 논의가 될 것이고 결국 그런 부분들이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에서 또 다양한 정치 군사 외교적 지원을 통해서 북한을 보호한다, 결국 이 문제는 동아시아에서 신냉전 체제를 새롭게 구축해 나간다는 그런 용어를 갖고 이해를 할 수 있다고 봐요.”

북러 양측은 라브로프 장관의 이번 방북을 통해 지난달 양국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합의 사항의 이행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이에 따라 푸틴 대통령의 방북과 양국 간 무기 거래 문제부터 북한의 노동자 파견 문제, 합동군사훈련, 북한의 위성 개발 지원 등 포괄적인 협의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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