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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웜비어 부모, 미 은행 동결자금 220만 달러 회수…제재 대상 러시아 은행 자금


지난 2017년 6월 미국 오하이오주 와이오밍에서 열린 오토 웜비어 군의 장례식에 가족과 친구들이 참석했다. 앞줄은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 씨와 어머니 신디 윔비어 씨.
지난 2017년 6월 미국 오하이오주 와이오밍에서 열린 오토 웜비어 군의 장례식에 가족과 친구들이 참석했다. 앞줄은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 씨와 어머니 신디 윔비어 씨.

북한에 억류됐다가 숨진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미국의 은행에 동결돼 있던 북한 자금 약 220만 달러를 회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고려항공의 대리기관으로 지목된 러시아 은행의 자금이 배상금으로 유족에게 지급된 것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뉴욕남부 연방법원이 미국 은행에 예치된 북한 자금을 오토 웜비어의 부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미국 연방법원 전자기록 시스템이 최근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재판부는 지난달 23일 해당 자금의 소유권을 넘겨받게 해 달라는 신디와 프레드 웜비어 씨의 요구를 최종 승인했습니다.

미국 뉴욕남부 연방법원은 2023년 10월 23일 공개한 판결문에서, 미국 은행에 예치된 북한 자금을 오토 웜비어의 부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문서] 미국 뉴욕남부 연방법원, 미국 은행 예치 북한 자금 웜비어 부모에 지급 판결

소유권 이전이 승인된 자금은 미국 뉴욕멜론 은행에 예치된 220만3천258달러로, 원소유주는 러시아 극동은행입니다.

웜비어 씨 부부는 극동은행이 북한 고려항공의 대리, 대행 기관이라는 이유를 들어 해당 자금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했고, 법원이 이를 인정한 것입니다.

실제로 극동은행은 지난해 5월 북한 고려항공에 대한 재정적, 물질적, 기술적 지원 등을 제공한 혐의로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에 의해 제재된 바 있습니다. 이후 뉴욕멜론 은행은 극동은행 소유의 자금을 전격 동결했습니다.

북한에 억류되기 전 생전의 오토 웜비어 군과 어머니 신디 웜비어 씨. 사진제공=웜비어 가족.
북한에 억류되기 전 생전의 오토 웜비어 군과 어머니 신디 웜비어 씨. 사진제공=웜비어 가족.

앞서 웜비어 씨 부부는 아들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북한 정권을 상대로 지난 2018년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으로부터 5억 달러의 손해배상액을 인정받았습니다.

이후 웜비어 씨 측은 이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흩어진 북한 자산을 추적해 왔습니다.

재판부는 웜비어 씨 부부가 뉴욕멜론 은행에 예치된 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모든 절차를 거쳤다는 사실을 이번 판결의 근거로 명시했습니다.

특히 이번 법적 조치와 관련된 내용을 북한과 극동은행에 통보했지만 아무 답변도 받지 못했다는 웜비어 씨 측 주장을 최종 결정문에 인용했습니다.

아울러 미국 정부의 ‘테러위험보험법(Terrorism Risk Insurance Act of 2002)’에 따라 극동은행이 북한의 대리기관으로 정의될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재판부는 뉴욕멜론 은행이 판결일로부터 20일 이내에 이 자금을 웜비어 부모에게 넘기도록 했습니다. 따라서 14일 현재 웜비어 부모는 약 220만 달러에 달하는 이 자금을 이미 지급받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웜비어 씨 부부가 북한 자산을 회수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19년 웜비어 씨 측은 북한산 석탄을 불법 운반하다 인도네시아 당국에 억류된 뒤 미국 정부에 몰수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해 이후 매각 대금 일부를 건네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 정부가 압류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네스트'호가 미국령 사모아 수도 파고파고항에 정박해 있다.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 정부가 압류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네스트'호가 미국령 사모아 수도 파고파고항에 정박해 있다.

또 지난해 1월엔 뉴욕의 한 금융기관이 동결한 북한 조선광선은행 자금 24만336달러를 찾아내 회수했습니다.

웜비어 씨 부부는 매년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이 차단한 북한 자금에 대해서도 꾸준히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2020년에는 미국의 웰스 파고와 JP모건 체이스 등에 북한 관련 자금 2천379만 달러가 예치된 사실을 파악했으며, 지난 2021년엔 재무부가 보유한 북한 자산 3천169만 달러의 구체적인 정보를 확인했습니다.

이번 재판부의 결정이 지난 2019년 미 의회가 통과시킨 ‘오토 웜비어 북핵 제재 강화법’과 관련 있다는 점도 주목됩니다.

해외자산통제실은 지난해 극동은행을 제재하면서 당시 조치가 ‘오토 웜비어 북핵 제재 강화법’의 정신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법은 재무부가 불법 대북 금융 거래를 돕는 해외 은행과 기관에 제재를 부과하는 것이 핵심으로,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개인과 기업에 “고의로, 상당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 기관에 ‘세컨더리 보이콧’ 즉 제3자 금융 제재를 확대 적용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북한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자금뿐 아니라 제3자 대북 금융 제재 대상의 자금에 대해서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인데, 웜비어 씨 부부가 아들 이름을 딴 이 법의 첫 수혜자가 된 것입니다.

오토 웜비어는 지난 2015년 12월 북한 여행길에 올랐다가 북한 당국에 억류된 뒤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으며, 이후 2017년 6월 혼수상태로 미국으로 돌아왔지만 엿새 만에 사망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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