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외무장관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의지를 재확인한 가운데,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지원이 미국 안보에도 이익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이티 갱단 폭력이 수도를 넘어 지방으로도 확산하고 있다고 유엔이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공공기관 직원의 종교적 상징물 착용을 금지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는 소식,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나토 외무장관 회의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고 있는데요. 28일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가 다시 언급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날 이틀째 회의가 있었는데요. 나토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회의에서 “우리는 단지 이 방향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이것은 우리 안보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안보 이익을 위해서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해야 한다는 말이군요?
기자) 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이번 회의의 목적은 러시아 침략전쟁에 계속 직면해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나토 지원을 강력하게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다시 강조하는 건 관련 상황이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미국 안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요. 또 전황이 지지부진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팔레스타인 분쟁까지 겹치면서 서방세계 지원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우크라이나 쪽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특히 지금까지 우크라이나를 가장 많이 지원한 미국 쪽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주목받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28일 회의에서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계속 무장시킬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미국의 안보 이익이고, 우리가 합의했던 것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참고로 그동안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군사원조는 400억 달러가 넘습니다.
진행자) 유럽연합(EU) 안에서도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이견이 불거진 바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EU가 우크라이나 장기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데요, 헝가리가 여기에 반대하면서 완전한 합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진행자) 현재 나토에서는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뿐 아니라 스웨덴의 신규 가입 문제도 중요한 현안인데요. 이 문제도 이번 회의에서 언급됐습니까?
기자) 네. 스웨덴 외무장관은 29일 오래 지연된 튀르키예의 스웨덴 가입안 비준이 튀르키예 의회에서 몇 주 안에 처리되기를 기대한다고 튀르키예 측이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또 이름을 밝히지 않은 미국 국무부 고위 관리는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이 28일 회의에서 자신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 몇 주 안에 비준이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지난해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 가입을 신청했는데, 핀란드만 가입할 수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튀르키예와 헝가리 반대로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튀르키예 의회만 가입안을 비준하면 스웨덴 가입이 실현되는데요. 그동안 튀르키예는 스웨덴이 쿠르드족 분리주의자들을 비호한다는 이유로 스웨덴 나토 가입을 반대해 왔습니다.
진행자) 스웨덴 외에 우크라이나도 나토 가입을 원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우크라이나는 EU뿐만 아니라 나토 가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토 측은 언젠가 그렇게 될 것이라고 약속하면서, 아직은 우크라이나 측에 공식적으로 나토 가입 초청장을 보내기를 거절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북마케도니아에서 30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회의가 열리는데요. 몇몇 나라가 러시아 대표가 참석하는 것에 항의해 불참을 선언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이번 회의에 참석할 예정인데요. 그러자 우크라이나, 그리고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이 회의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OSCE는 냉전 시기인 지난 1970년대 동서 간 긴장 완화를 위해 만들어진 안보협의기구입니다.
진행자) 지금 러시아와 전쟁을 하는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발트 3국도 러시아와 갈등을 빚고 있죠?
기자) 네. 나토 회원국이기도 한 이들 세 나라는 러시아가 자국 안보를 위협한다고 생각합니다. 마르구스 차크나 에스토니아 외무장관은 이번 나토 외무장관 회의에서 “라브로프 장관 참석은 러시아가 계속 저지르고 있는 잔혹한 범죄를 별것 아닌 것으로 만든다”고 비난했습니다. 또 올레그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도 사회연결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무력 침략을 감행한 러시아를 OSCE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라브로프 장관이 EU 제재 대상인데, 북마케도니아에 갈 수 있는 모양이군요?
기자) 네. 러시아는 라브로프 장관이 OSCE 회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북마케도니아와 불가리아 정부에 라브로프 장관이 탄 비행기가 영공을 통과하는 것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는데요. 이 요청이 받아들여지면서 라브로프 장관이 회의에 참석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아이티 갱단 폭력이 지방으로도 확산하고 있다고 유엔이 밝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와 유엔 아이티 통합사무소가 28일 함께 보고서를 냈습니다. 두 기관은 이 보고서에서 심각한 갱단 폭력이 아이티 중부 지역으로도 확산했다고 밝혔는데요. 보고서는 특히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100km 정도 떨어진 바스 아르티보니테 지역 상황을 전했습니다.
진행자) 이 지역 상황이 어떻습니까?
기자) 네. 보고서는 이 지역에서 "거의 매일 살인과 성폭력, 절도, 재산 파괴, 그리고 여타 학대가 자행되고 있다”며 “공포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곳에서는 갱단 폭력으로 2022년 1월부터 올해 10월 사이 약 1천 700명 이상이 살해됐고, 1천 100명 이상이 납치됐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진행자) 2년도 안 되는 기간에 많은 사람이 피해를 봤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갱단 폭력으로 주민 2만 2천 명 이상이 집을 떠났는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아이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피해뿐 아니라 농작물 피해도 심각하다고 합니다.
진행자) 갱단 폭력이 사람뿐 아니라 농사에도 피해를 준다는 겁니까?
기자) 네. 유엔에 따르면 갱들은 작물과 가축을 훔치거나 관개시설을 봉쇄하고 농지를 공격했습니다. 또 가난한 농민들이 농지나 시설에 접근할 때 강제로 돈을 받는다고 유엔은 전했습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농부들이 도망친 탓에 올해 4월까지 거의 5천 헥타르의 작물이 손실됐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갱단 탓에 농민들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렇게 많은 작물이 손실되면서 굶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는데요. 주민 170만 명 가운데 거의 절반이 현재 기아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합니다.
진행자) 상황이 이런데도 현지 당국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모양이군요?
기자) 네. 특히 현지 경찰이 갱들 상대가 되지 않아서 갱들이 전혀 통제되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로 갱들이 수도 북부에서 아르티보니테로 이어지는 유일한 도로에 매복하고 경찰과 사법 당국을 여러 차례 공격하기도 했다는데요. 그런가 하면 이들이 다른 갱 조직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을 공격해 많은 사상자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상황에 대응해 유엔 쪽에서 제시한 대책이 있습니까?
기자) 네. 유엔은 케냐가 주도하는 다국적 경찰 파견이 늦춰지고 있는 데 우려를 나타내면서 현지 상황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유엔은 “다국적 경찰 배치가 늦어질수록 앞으로 더 강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빨리 조처하지 않으면 상황을 바로잡기가 더 힘들어진다는 말이군요?
기자) 맞습니다. 보고서는 “현재 상황은 영향을 받는 사람들에게 재앙적인데, 아이티 정부와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더 많은 경찰을 아르티보니테에 배치하고, 경찰과 사법관리들 임금을 인상하는 동시에 갱들을 지원하거나 이들에게 돈을 대는 사람들을 제재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유럽연합(EU) 최고법원에서 공공기관 직원들의 종교적 상징물 착용 허용 여부에 관한 판결이 나왔군요?
기자) 네. 유럽사법재판소(ECJ)는 28일 EU 회원국들이 공공기관 직원들의 종교적 상징물 착용을 금지할 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조처가 엄격하게 필요한 것에 한정돼야 한다고 법원은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누군가 소송을 내서 이번 판결이 나왔을 텐데, ECJ가 어떤 소송을 다룬 겁니까?
기자) 네. 벨기에 동부 안스시에서 일하는 한 무슬림 여성 직원이 직장에서 머리 스카프를 쓸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소송을 낸 겁니다. 이 직원은 한 부서의 책임자라는데요.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진행자) 관련 EU 규정은 어떻게 되나요?
기자) 네. 지난 2021년에 ECJ는 대중을 상대하는 직업에서 일하는 여성이 히잡 벗는 것을 거부하면 그를 해고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히잡은 아랍권의 무슬림 여성이 쓰는 머리 가리개입니다. 한편 안스시는 해당 소송이 제기되자 고용 조건을 고쳐서 직원들에게 엄격한 중립을 지키도록 요구했습니다. 이는 어떤 형태의 전도도 금지되며, 이념이나 종교적 소속의 명백한 상징을 착용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진행자) 그동안 유럽 안에서 이런 유형의 규정이 차별에 해당한다는 문제 제기가 계속 나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그래서 해당 소송을 다룬 벨기에 노동법원은 안스시가 부과한 엄격한 중립 조건이 EU 법에 반하는 차별을 낳았는지 불확실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ECJ는 회원국 기관들이 그들이 추진하려는 중립성의 정도를 지정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진행자) 회원국 기관들이 어느 정도가 중립인지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이군요?
기자) 일반적이고 비차별적인 방식으로, 특히 철학적, 종교적 믿음의 가시적인 상징을 착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정책에 찬성하는 다른 공공기관의 선택도 똑같이 정당화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EU 회원국인 프랑스에서도 올해 무슬림 여성 복장을 규제하는 조처가 나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프랑스 교육부가 지난 8월 공립학교에서 일부 무슬림 여성들 의복인 ‘아바야’를 학생들이 입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아바야는 헐렁하게 전신을 가리는 옷으로 최근에 이걸 입는 학생들이 늘었다고 하는데요. 이 조처는 9월 4일부터 적용됐습니다.
진행자) 프랑스 교육부가 아바야 착용을 금지한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당시 가브리엘 아탈 교육부 장관은 TV 방송에 “나는 아바야를 학교에서 더 이상 입을 수 없다고 결정했다”면서 “우리가 교실에 들어갔을 때 보기만 해도 학생들 종교를 확인할 수 있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전에도 프랑스 정부는 무슬림 여성 복장을 규제하는 조처를 내놓았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2004년 이래 프랑스 공립학교에서 히잡 등 머리 가리개를 쓰는 것이 금지돼 있습니다. 또 2010년에 프랑스 정부는 공공장소에서 얼굴 전체를 가리는 베일을 착용하는 것도 금지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프랑스에서는 오랫동안 이렇게 학교 안에서의 종교적 상징을 강력하게 규제해 온 것으로 아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프랑스는 지난 19세기 이래 학교 내 종교적 상징물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조처를 고수해 왔습니다. 여기에는 대형 십자가 같은 기독교 상징물도 포함됐는데요. 이 조처는 원래 공공교육에서 프랑스에서 주류 종교인 가톨릭의 영향을 배제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습니다.
진행자) 원래는 가톨릭을 겨냥한 조처였는데, 최근에 대상이 확대된 거로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무슬림 인구가 늘어나는 등 인구구성 변화를 반영해서 히잡이나 유대인 남성들이 머리에 얹고 다니는 키파도 착용 금지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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