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윤석열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조롱조로 비난하는 담화를 냈습니다. 한국 내 여론 갈등을 부추기려는 전형적인 선전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윤석열 한국 대통령의 신년사에 대해 “우리에게 보다 압도적인 핵 전력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당위성과 정당성을 또 다시 부여해줬다”고 공격했습니다.
3일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부부장은 2일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신년메세지’ 라는 제하의 담화를 내고 윤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한미 확장억제 체계를 완성하겠다고 역설했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1일 신년사를 통해 “올해 상반기까지 증강된 한미 확장억제 체제를 완성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원천봉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김 부부장은 “새해에도 윤 대통령이 우리 국가의 군사적 강세의 비약적 상승을 위해 계속 특색있는 기여를 하겠다는데 대해 쌍수를 들어 크게 환영하는 바”라고 조롱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또 “안보 불안이 대한민국의 일상사가 된 것은 전적으로 윤 대통령의 공로”라며 윤 대통령은 북한이 자위적인 군사력을 키우는데 공헌한 ‘특등공신’이라 비꼬기도 했습니다.
북한 핵 위협 고도화에 대응해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빈도가 늘어난 데 대해서도 북한이 명분을 갖고 군사력을 고도로 발전시킬 수 있게 해 준 윤 대통령의 공로라고 말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이와 함께 “9.19 남북 군사합의의 조항을 만지작거려주었기에 휴지장 따위에 수년간이나 구속당하던 우리 군대의 군사 활동에 다시 날개가 달리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윤 대통령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대비시키는 방식으로 비방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문 전 대통령에 대해 “영특하고 교활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면서 “문재인의 평화 의지에 발목이 잡혀 우리가 전력 강화를 위해 해야 할 일도 못하고 적지 않은 시간을 허비한 것은 큰 손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을 인격적으로 비난하면서도 한국의 “진짜 안보를 챙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윤석열 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을 놓고 한국 내 여론을 분열시키려는 전형적인 이간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오는 4월 한국의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한국의 현 보수집권 세력에게 정치적 타격을 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겁니다.
한국의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을 문재인 전임 정부와 대비시키면서 안보 불안의 책임을 부각시켜 한국 내 이른바 ‘남남갈등’을 증폭시키려는 의도를 담은 담화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안보 불안감만 증폭시키고 오히려 자신들의 핵 무력을 증가시키는 빌미를 제공했다 이걸 계속 강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은 실패했다, 거기에 대해서 한국 여론이 심판해라 이런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죠.”
김 부부장의 담화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연말 당 전원회의 ‘결론’을 통해 남북관계를 ‘적대적이고 교전 중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대남노선의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선언한 데 이은 후속 조치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김 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로의 남북관계 규정은 윤석열 정부와의 결산이 이미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김 부부장의 담화는 이런 판단에 기초해 윤석열 정부에 대한 공세 강화를 예고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명예교수] “강 대 강 대치국면에서 맞선다는 의미에서 한국 정부나 한미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대응수위가 나올 것이고 그러나 지금은 한미가 아직은 연초라서 특별한 조치가 없을 거니까 우선 담화 형식으로 말로 하는 대남전술을 펴는 거죠.”
한국 통일부 김인애 부대변인은 김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입장을 내고 “격에도 맞지 않는 북한 당국자가 우리 국가원수와 정부에 대해 현 상황을 왜곡하고 폄훼함으로써 무력 적화통일 의지를 은폐하고 남북관계 긴장의 책임을 대한민국에 전가하려는 잔꾀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한국 정부의 원칙 있는 남북관계 정상화와 안보 강화에 대해 북한이 당황한 상태를 자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부대변인은 “북한의 대남 통일전선전술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으며, 대한민국 정부를 흔들려는 시도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는 이러한 북한의 기만적 술책에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며, 이에 따른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통일부가 과장급인 부대변인을 내세워 차관급인 김 부부장의 담화를 반박한 것은 김 부부장이 격에 맞지 않게 한국 대통령을 비판한 점을 염두에 둔 맞대응으로 풀이됩니다.
국방부도 김 부부장 담화에 대해 “범죄자가 오히려 선량한 시민이나 경찰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다고 핑계를 대는, 말도 안 되는 억지 주장이며 궤변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한국의 총선을 앞두고 여론을 분열시키기 위한 긴장 조성 행위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이 명시적 도발, 주체가 분명한 도발은 하지 않을 거다, 그러니까 안보 위기를 고조시키지만 그 긴장의 원인을 한국 정부에 전가시킬 수 있는 그런 형태의 복합적 도발에 나설 것이다, 그래서 원하는 게 한국 국내 여론 즉 보수와 진보 진영의 분열이지 보수층 결집을 원하진 않을 거거든요.”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박사는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북한은 대남 기구 정리를 서두르고 있다며 대남 관계를 외무성이 총괄하고 기존 당 통일전선부는 해체되거나 역할이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 박사는 북한의 향후 대남 공세가 군사적 차원은 물론 대남 공작, 국제무대에서의 선전 등 복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인태 박사] “대남 관계는 외무성 주도로 넘기고 기존 당 통전부는 해체하거나 부분적으로 유지한다면 해외 부문과 공작 부문을 분리해서 가지고 가지 않을까 그렇게 예상해보고 있습니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김정은 위원장이 당 전원회의에서 대남사업 부문의 기구들을 정리, 개편하기 위한 대책을 세울 것을 지시한 직후인 지난 1일 대남 관계 부문 간부들과 관련 협의를 진행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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