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전쟁 중인 러시아에 재래식 포탄과 탄약을 넘어 첨단 단거리 미사일(SRBM)까지 넘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러북 간 군사협력이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한국에선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산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사용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한국 내에선 러북 간 군사협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 4일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러시아 군이 지난해 12월30일 북한이 제공한 탄도미사일 중 적어도 1발을 우크라이나로 발사했다”고 말한 데 대해 “그동안 미한 당국이 긴밀한 공조 하에 지속 추적해 왔던 사안”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탄도미사일은 ‘KN-23’인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앞서 지난해 11월 북한이 러시아에 SRBM을 지원한 징후를 포착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국정원은 “러북 간 탄도미사일과 포탄 무기 거래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며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규탄했습니다.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재래식 탄약과 포탄은 물론 KN-23을 러시아에 넘긴 것은 큰 파장을 낳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KN-23은 러시아 이스칸데르를 모방해 만든 것으로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립니다. 북한이 지난 2018년 2월 열병식 때 공개한 뒤, 2019년 5월 첫 시험발사에 나섰고 현재는 실전배치 상태로 알려진 최신형 무기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자국 내 생산 보다 인건비와 재료비 등이 훨씬 싼 북한산 미사일을 들여오는 게 가성비 측면에서 훨씬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전세를 확 뒤집기 위한 총공세가 아닌 이상 소모적으로 전세를 관리하거나 일정한 우위를 확보하는 정도의 미사일을 사용할 경우엔 오히려 자국 것을 사용한 것보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를 사용하는 게 훨씬 가격 대비 가성비가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지거든요.”
전문가들은 러북 간 미사일 거래를 양국의 군사협력 수준이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으로 보고 있습니다.
홍 박사는 핵 탑재가 가능한 KN-23은 북한이 전술핵무기 중 가장 자랑할만한 기종이라며 이 미사일이 러시아에 넘겨진 것은 러북 군사협력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홍 박사는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KN-23을 제공받으면서 해당 미사일 양산체계를 구축하도록 북한에 별도의 경제적 지원을 했을 가능성을 우려했습니다.
그만큼 북한의 미사일 생산 능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러북 간 이런 거래는 한국을 직접 타격 대상으로 삼고 있는 SRBM이라는 점에서 위협이 가중되는 요인일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KN-23이 실전에 쓰여질 경우 이 미사일의 성능이 한층 고도화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10여 차례의 KN-23 계열 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 발사 플랫폼 다양화, 저각 발사, 탄두 개량, 대형화 등을 시도해 왔습니다.
권용수 한국 국방대 명예교수는 KN-23은 사거리 900km에 극초음속 회피 기동이 가능한 첨단 전술유도 무기로, 러시아 군의 실전 사용은 해당 미사일의 실전 능력을 한층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권용수 교수] “북한 입장에선 한국뿐만 아니라 주일미군 기지까지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신뢰성을 가지고 그 다음에 어떤 가혹한 상황에서도 자기들이 타격을 할 수 있다라는 것에 확신을 갖는 그런 중요한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해요.”
북한이 KN-23 제공의 대가로 러시아에 어떤 요구를 했는지도 한국으로선 중대한 관심사입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취약한 공군 전력을 크게 보강하기 위해 러시아의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특히 북한 내 조립공장이 있고 러시아가 부품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미그-29 전투기 관련 협력 가능성을 꼽으며, 비록 노후기종이긴 하지만 무너져 있는 북한의 항공 전력 현황을 고려하면 북한에겐 매우 절실한 과제라고 진단했습니다.
북한 전략무기 개발과 관련한 러시아의 기술 지원 가능성도 커졌다는 관측입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한이 올해3차례 추가 발사를 예고한 군사정찰위성과 관련해 촬영 해상도 등 정찰 능력을 높이기 위한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지금 상황에선 김정은 정권 유지를 위한 대북 제재 품목들이 상당히 많이 들어갔을 것이고 두 번째는 북한이 지금 중점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정찰위성에 대한 기술들 그 다음에 아직 완성도가 완벽하지 않은 (ICBM) 재진입 기술이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죠.”
권용수 교수는 북한이 지난 2021년 8차 당 대회 때 발표한 국방발전 5대 핵심과제 중 난제로 남아 있는 핵잠수함과 개별유도 다탄두 재진입체(MIRV)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위한 러시아의 기술 지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또 북한이 포탄을 생산하는 조립식 양산체계도 러시아에 제공한 것으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몇 달 새 수천개의 컨테이너가 북한에서 러시아로 들어갔는데 한국 국방부는 위성사진으로, 국가정보원은 휴민트를 통해 조립식 포탄 양산체계가 건네진 것으로 파악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내에선 러북 군사협력에 강력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러북 간 무기 거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지만 러시아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거부권을 갖고 있는 만큼 안보리 차원의 대응 방안을 도출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박원곤 교수는 한국으로선 실존적 위협으로 다가오는 상황인 만큼 러시아를 제어할 수 있는 독자 방안이 시급하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카드가 유효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그건 아주 확실한 레버리지죠. 미국도 유럽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동력이 떨어지는 지금 시점에서 한국이 어떤 형태든 살상무기를 지원하겠다고 하면 이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거든요.”
한국 외교부는 “유엔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미일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해 러북 군사협력 문제에 엄정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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