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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김정은, '한일 분열' '미한일 협력 약화' 모색"


13일 한국 서울역에서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다.
13일 한국 서울역에서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다.

미국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이 한일 간 분열을 꾀하고 미한일 3국 협력을 약화시키려 시도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북한의 근본적인 행동 변화 없이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 연구소 안보석좌는 17일 VOA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일본 총리에게 지진 피해 위로 전문을 보낸 것과 관련해 “김정은은 분명 한국과 미국, 일본 간의 안보 협력 강화를 되돌리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미한일 정상이 미사일 조기 경보 정보 공유 등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일본에 유화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한국과 일본의 분열을 꾀하고 나아가 미한일 3국 간 공조를 약화시킬 목적으로 이례적으로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는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5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각하’로 호칭하며 최근 지진 피해를 위로하는 전문을 보냈습니다.

김 위원장은 위로 전문에서 “일본에서 불행하게도 새해 정초부터 지진으로 인한 많은 인명 피해와 물질적 손실을 입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당신과 당신을 통해 유가족들과 피해자들에게 심심한 동정과 위문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이 일본 총리에게 전문을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 연구소 안보석좌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 연구소 안보석좌

크로닌 석좌는 “김정은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에 복귀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을 수도 있다”면서 “자연재해를 이용해 일본과 새로운 채널을 여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김정은에게) 유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김정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한국) 윤석열 행정부를 우회하는 방법으로 볼 수 있고, 기시다 총리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미국과의 외교를 재개하는 데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크로닌 석좌] “Kim Jong Un surely wishes to reverse improving security cooperation between South Korea, the United States, and Japan. But he also may be preparing for a possible return of Donald Trump to the presidency. Using a natural disaster to open up a new channel with Tokyo may be useful should Biden lose election in November. Kim may see Trump as a way around the Yoon administration, and Prime Minister Kishida may be something of a bridge for renewing diplomacy with Washington after the November election.”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은 “김정은은 (이번 위문 전문을 통해) 일본과 한국을 분열시키려는 것이 분명하다”며 “그러나 일본에 대한 북한의 호전적인 군사적 행동을 고려할 때 이 전략은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와일더 전 선임국장] “Kim is clearly trying to divide Japan from South Korea by his outreach. Given North Korea's very belligerent military behavior toward Japan, this strategy has no chance of success.”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은 일본 내 여론, 특히 납북자 문제에 관한 여론을 이용한 경험이 상당하다”면서 “이와 관련해 현 기시다 정부의 정치적 약점과 대화 재개를 열망하는 도쿄의 열망을 알고 있는 김정은의 동정 표명은 여론을 이용하고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고안된 계산된 제스처”라고 평가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North Korea has considerable experience in taking advantage of public opinion in Japan, especially public sentiment regarding the abductee issue. In this connection, and knowing the political weakness of the current Kishida government and Tokyo's eagerness to resume dialogue, Kim Jong Un's expression of sympathy is a calculated gesture designed to exploit public opinion and keep Japan off balance.”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지난 12일 CSIS가 올해 북한과 일본 관계를 주제로 개최한 대담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처럼 미한일 3국 관계 개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김 위원장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모두 일본과 한국 관계가 삐걱거리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차 석좌는 “일본과의 접촉이 미한일 3국 협력을 늦출 수 있고, 특히 한국 보수 정권과 일본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김정은은 거기서 기회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차 석좌] “And he, like Xi is not very happy with this improvement in trilateral relations, you know, among the U.S., Japan and Korea. I think both Kim and Putin rely on or they count on Japan, Korea relations being dysfunctional like to them, that's almost a freebie. They don't have to do much to make that happen. So an outreach to Japan that could slow down trilateral that could create some difficulty in Japan, South Korea relations, in particular with a conservative government in South Korea, he might see some opportunity in that.”

이날 대담에 나선 글로벌 자문회사인 ‘테네오(Teneo)’사의 제임스 브래디 박사는 “기시다 총리는 일본인 납치 문제와 관련해 전제조건 없이 김 위원장을 만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면서 기시다 총리에게는 정상회담 개최 자체가 성과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래디 박사] “Getting to the point of having a summit would be an achievement for Kishida. You know, it's been more than 20 years now since the previous summit. That in itself would be an achievement. That's really only the start of the journey, the difficulties of securing an agreement, negotiating with the North Koreans.”

국내 정치적으로 어려움에 몰린 기시다 총리로서는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을 위해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는 것만으로도 유권자와 당내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브래디 박사는 그러나 북일 양국 관계 개선은 지난해 8월 미한일 3국 정상 간 캠프 데이비드 합의를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시다 총리가 자국 내 정치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계기로 김정은 위원장과 마주앉을 수는 있지만 미한일 3국 공조 등을 고려할 경우 일본의 셈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5월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고, 아사히 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양국 관계자들이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비밀리에 회동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1970~1980년대 일본인 17명이 북한으로 납치돼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 방북 후 5명이 귀환했고, 12명이 여전히 북한에 남아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미국 6자회담 차석대표.
조셉 디트라니 전 미국 6자회담 차석대표.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일본으로서는 납치 문제를 해결하거나 진전을 이루는 것이 기시다 총리의 최우선 과제”라며 “이 문제와 다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정은과 대화하겠다는 그의 의지는 긍정적인 발전이며 기시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For Japan, resolving or even making progress in resolving the abduction issue is a priority for Prime Minister Kishida. His willingness to talk to Kim Jong Un to resolve this -and other - issues is a positive development and Kishida's efforts should be applauded.”

그러나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 등 호전적인 도발을 멈추지 않는 이상 양국 간 관계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사진=Paul Morigi/Brookings Institution/Flickr.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사진=Paul Morigi/Brookings Institution/Flickr.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계기로 미한일 3국 협력을 약화시키려고 시도할 수도 있지만, 잘 될 것 같지 않다”면서 “그럴 가능성도 있고, 북한의 시도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오핸런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최근 유화적 제스처에 대한 과도한 해석을 경계하면서 올해 북한과 일본 사이의 관계 개선 가능성에 대해서는 “북한의 근본적인 행동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며, 그런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오핸런 선임연구원] “But however they interpret them, it's still a hyper militarized economy, with a dictatorship on top, a horrible human rights record, and a very threatening military posture near the DMZ. So at a nuclear weapons program that continues to expand, so when you put all that together, it's hard to see much basis for improvement in relations.”

이어 “북한은 여전히 독재 정권 국가이고 끔찍한 인권 기록이 있으며 비무장지대(DMZ) 인근에서 매우 위협적인 군사 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고도로 군사화된 국가”라며 “핵무기 프로그램도 계속 확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종합하면 (북한과 일본 양국 간) 관계 개선의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 대사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 대사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 대사는 올해 일본과 북한 양국 간 관계 개선 가능성과 관련해선 “외교에서는 무슨 일이든 가능하지만, 도쿄는 평양과의 관계에 있어서 비현실적인 초보자가 아니며 북한의 아첨에 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 “Anything's possible in diplomacy. But Tokyo is no starry-eyed novice when it comes to relations with Pyongyang, and is likely not going to be deceived by North Korean flattery. No improvement in relations between Tokyo and Pyongyang will detract from Tokyo's and Seoul's improving relations.”

해리스 전 대사는 이어 “최근 김정은의 일본 지진에 대한 위문에도 눈에 띌 만한 (양국 간 관계) 개선은 보이지 않는다”며 “일본은 자국의 능력과 미국과의 동맹, 한국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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