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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북한 7차 핵실험 공개 두둔…한국 “정세 악화 책임 한미에 전가 유감”


알렉산드르 마체고라(가운데)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가 평양 해방탑에 헌화하고 있다. (자료사진)
알렉산드르 마체고라(가운데)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가 평양 해방탑에 헌화하고 있다. (자료사진)

러시아가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 등 한반도 군사 충돌 위험이 급증하고 있다며 북한 입장을 두둔하는 주장을 잇따라 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까지 편을 든 러시아에 깊은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는 지난 10일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을 거론했습니다.

마체고라 대사는 “미국의 도발이 계속되고 북한이 점점 더 위험해진다면 나는 북한 지도부가 국가 방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핵실험을 감행하기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만약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책임은 미국과 그 동맹국에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마체고라 대사는 이에 앞서 7일엔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방위력 추가 증강을 위해 신규 핵실험을 결정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반 젤로홉체프 러시아 외무부 제1아주국장도 11일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쟁 준비’ 등 대남 위협 발언에 대해 “한반도에서 직접적인 군사 충돌의 위험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젤로홉체프 국장은 이어 “김 위원장의 경고는 미국과 그 동맹들이 북한을 겨냥한 연합훈련을 벌이는 등 위험한 군사적 조치를 하고 있다는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과 동맹국들의 연합훈련이 공격적이고 도발적이라며 역내 정세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정당성을 부여한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러시아 외무부 제1아주국장은 한국과 북한, 중국 등을 담당하며 러시아 외무부 내에선 요직 중 하나로 평가받는 자리입니다.

한국 정부는 마체고라 대사 등이 한반도 정세 격화의 책임을 한국과 미국에 전가하며 북한을 두둔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하며 미한일 안보 협력 필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은 지난 30여년 간 자체적인 계획에 따라 핵과 미사일 개발과 도발을 지속해 오고 있다”며 “이제는 선제적인 핵 공격을 법제화하고 동족을 대상으로 핵 공격 위협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임수석 대변인] “이러한 상황에서 주북한 러시아대사가 객관적인 사실을 외면한 채 국제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핵실험 등 북한의 도발에 대한 책임을 한국과 미국에 전가하고 북한의 핵 개발과 도발을 정당화하는 언급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당국자가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 등까지 언급하며 공포를 조장하는 메시지를 낸 것은 북러 군사 협력을 정당화하는 동시에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료와 차기 미국 행정부와의 협상 등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대규모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에 상당히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핵실험이라는 용어까지 등장시킨 것은 그만큼 한국의 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 만약 정말 개입한다면 우리도 북한과의 협력을 통해서 전면적으로 거기에 대응하는 태세를 보여주면서 그렇게 갈 수 있고 그게 단순히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북러가 협력하는 것 말고도 한반도 특히 동북아에서도 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일종의 경고를 지금 강력하게 보내는 거거든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마체고라 대사의 발언은 주재국인 북한 지도부와의 교감 속에서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메시지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임 교수는 특히 마체고라 대사의 7차 핵실험 언급은 미한 핵협의그룹(NCG)에서 결정된 핵전쟁 시나리오 연합훈련 등에 극렬하게 반발하는 북한의 편에 서서 북러 군사 협력 강화를 경고하고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마체고라 대사의 이런 경고 메시지는 한두번에 그치는 게 아니라 한미 군사훈련이 재개되는 그런 시점까지 지속적으로 7차 핵실험을 경고할 것 같아요.”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이전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기조 아래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마체고라 대사의 이번 발언은 이례적이며 미국을 염두에 둔 전략적 계산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피로감이 커진 미국에 대해 한반도 상황까지 신경을 쓰이게 만들려는 게 러시아의 의도라는 겁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러시아 입장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과 나토의 지원을 끊어내려면 미국의 관심사와 전선을 다양화시킬 그런 필요성이 있는 거죠.”

전문가들은 유엔 안보리 이사국이자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가 인정한 기존 5개 핵 보유국 즉 P5 국가에 속하는 러시아가 북한의 핵실험 정당성을 공개적으로 지지함으로써 북한이 정치적 필요에 따라 핵실험에 나서는 데 한층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며,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행보를 주시하면서 핵실험 감행 여부를 저울질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바이든 행정부의 경우 대선 전에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하는 게 굉장히 큰 부담이 될 거에요.그런데 트럼프가 집요하게 문제 제기를 하겠죠. 그런 상황에서 악재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까 7차 핵실험은 굉장히 신경이 쓰이는 것은 맞거든요.”

박 교수는 결국 마체고라 대사의 7차 핵실험 언급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압박하려는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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