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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한일에 차별화된 메시지…전문가 “미 대선 이후 염두에 둔 포석”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자료사진)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자료사진)

북한이 올들어 한국을 적대국, 교전국으로 규정하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미국, 일본에 대해선 현상유지 혹은 대화를 타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의 이런 차별화된 대외전술은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최고지도부는 지난해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와 이달 초 건군절 등 중요 정치 행사를 통해 한국을 교전 중인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내부에 전쟁 준비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보냈습니다.

반면 미국에 대해선 이렇다 할 비난이 없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와는 달리 최근 무기 개발을 명분으로 연이어 미사일 도발을 하면서도 지역정세와 무관하고 주변국에 해를 끼치지 않는 주권 행위임을 누차 강조하면서 미국을 자극하는 발언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에 대해선 최근 김여정 당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자신들의 핵과 미사일 개발, 그리고 일본인 납치 문제를 의제로 삼지 않으면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방북도 가능하다는, 대화를 타진하는 메시지를 냈습니다.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에 맞서 미한일의 안보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국면에서 북한이 이처럼 차별화된 대외전술을 펴는 데 대해 올 11월 미 대통령 선거 이후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객원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대 관심은 미국 대선일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세하게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 등 판세 흐름을 면밀하게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장 객원연구원은 북한이 신냉전 구도라는 국제정세 인식 아래 중러와 협력을 강화하며 미국의 대화 요구에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냉전시대에도 북중러 간 분쟁과 갈등이 있었다며, 체제 보장과 제재 해소를 위한 북한의 핵심 타깃은 여전히 미국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객원연구원] “김정은의 핵심 관심은 미국의 대선에 가 있지 않겠느냐, 이미 트럼프의 지속적인 우위 이런 게 글로벌 주요 국가들의 머리 속에서 계산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다 보니까 김정은도 예외일 수 없고 특히 김정은 입장에선 정상회담까지 했던 트럼프이기 때문에 ‘다시 한 번’과 같은 미련까지도 가질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닌가 싶고 그런 의미에서 미국엔 원칙적인 얘기 외에 말을 굉장히 아끼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선임연구위원도 북한이 조 바이든 행정부 교체로 미 대선 결과가 나올 경우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미한일 세 나라에 차별화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북한이 유독 한국에 대해 관계 단절을 선언한 것은 미국의 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협상에 힘이 실릴 경우 대북 강경노선의 한국 정부를 배제하려는 사전포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홍민 선임연구위원] “계속 북한이 적대국, 교전국이라고 남북관계를 설정하고 단절하는 모드가 계속되고 이후 미국의 새로운 정부가 한반도 문제에서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에 대해 일정한 적극성을 갖는다면 사실상 거기에 한국이 개입할 여지가 높지 않게 되죠. 그래서 북한은 그 부분을 상당히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일본에 대화 타진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도 미한일 안보 협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와 함께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북일 정상회담이 조기에 성사될 가능성은 낮게 보면서도 서로의 정치적 필요성 때문에 실무급의 공식 대화가 시작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도 북한이 한반도가 교전 상태라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현 상황을 관리하는 소통창구로서 동맹국인 일본의 북한과의 대화에 부정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북한이 미 대선 이후 상황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국을 징검다리 삼아 미국과 대화를 시도했던 2018년 상황과 달리 이번엔 일본을 대미 협상의 매개로 활용하려는 계산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기시다 정권이 원하는 의제에 대해서 어느 정도 협력을 해주면서 결국 기시다 정권을 움직여서 미국 행정부에 자신들이 원하는 협상 의제를 전달하고 또 진전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계기점으로서 일본과의 대화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북한의 이런 포석은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이 때문에 북한은 미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중러와의 대미 공동전선, 특히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이 이뤄지고 있는 현 국면을 최대한 활용해 핵 무력을 극대화함으로써 자신들의 협상의 기초체력을 높이는 기회의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 북한은 올 들어 고체연료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수중핵무기체계, 전략순항미사일 등을 연이어 발사하며 자신들의 국방발전 5개년 계획에 따른 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통일연구원 박형중 석좌연구위원은 미 대선 결과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 수준 등 가변적인 환경에서 북한의 현 단계 1차적인 목표는 핵 무력 고도화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석좌연구위원] “중국이나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서 협력하지 않고 특히 러시아가 북한과 협력할 수 있을 것처럼 그런 상황이 존재하고 그렇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 최소 목표는 핵 미사일 능력을 이번 기회에 최대한 증가시켜 놓는다는 것이고.”

박 석좌연구위원은 북한이 이런 핵 무력 고도화 행보를 통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미국에 대화를 압박하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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