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사용’을 위협하는 가운데, 미국이 자국 도시를 희생해 가며 한국을 방어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미국의 공약과 달리 미한 양국의 안보 이해관계에 ‘빛 샐 틈’이 존재한다는 주장인데요. 반면 미국의 확장억제 의지는 확고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한국을 지킬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됐습니다. 강력한 동맹구조가 수십 년 동안 북한의 무력 침공을 저지했다는 기록과 평가를 실례로 들었습니다. 2일 VOA ‘워싱턴 톡’에 출연한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전략·전력개발 부차관보와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의 대담을 함지하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 협력 증거가 계속 포착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 관계를 진전시키길 원하겠지만 푸틴은 어떻습니까? 푸틴은 포탄과 탄약을 받는 수준 이상으로 이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어 할까요?
엘브리지 콜비 전 부차관보) 분명히 ‘그렇다’고 봅니다. 푸틴과 김정은의 만남과 곳곳에서 드러나는 깊은 협력은 이 관계가 더 심화하는 방향으로만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북한이 그저 러시아에 자선 행위를 하는 게 아닙니다. 러시아가 계속해서 더 많은 일을 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러시아가 북한과 어떤 일을 벌일지 보여줄 완전한 증거를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은 러시아와 관계 확대에 적극적인 것 같습니다. 최선희 외무상의 모스크바 방문 이후 북한은 북러 관계를 ‘새로운 법률적 기초에 세우겠다’고 했는데요. 양국이 1961년 체결했던 ‘조·소 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을 되살리려는 시도로 보는 것은 지나친 우려일까요?
데이비드 맥스웰 부대표) 우려할 만하다고 봅니다. 부침은 있었지만 북러는 오랜 관계를 유지해 왔죠. 최근 전례 없는 수준의 협력이 이뤄지고 있죠. 북한은 영향력을 키워 세계 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권위주의와 전체주의의 축에서 대등한 파트너가 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미한 동맹이나 미일 동맹 수준에는 절대 도달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들의 연대는 거래적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러시아에 탄약을 판매하면서 양국 모두 덕을 본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러시아가 북한에 제공할지도 모르는 첨단 기술과 지원에 대해 우려해야 합니다. 그러나 저는 북러 연대가 미국의 동맹들과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진행자) 과거 북한 정권은 도발을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는 수단으로 사용했는데요. 하지만 김정은은 물러서지 않고 도발과 군사력을 최대로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미국이 늘 ‘수사’에만 그칠 것으로 안심하는 김정은의 셈법을 바꾸기 위해서는 북한의 고강도 도발에 대해선 실제 물리력을 사용해 일종의 ‘징벌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맥스웰 부대표께서도 최근 그런 기고문을 내셨고요. 그런 대응이 김정은의 두려움을 일으키는 효과가 있을까요? 아니면 불필요한 확전만 부추기게 될까요?
콜비 전 부차관보) 추상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미국과 특히 한국은 ‘힘을 통한 평화’의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고 봅니다. 김정은에게 의지뿐만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도적으로 긴장을 고조시키자는 데는 저는 조심스럽습니다. 미국은 여력이 없는 상황이니까요.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고 봅니다.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는 지점까지 가서는 안 되죠.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우리는 이에 대비해야 합니다. 특히 한국이 준비돼 있어야 합니다. 미국은 주로 중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행동에 나서기 전에 이 모든 걸 이해해야 합니다. 행동에 나서는 걸 반대하진 않지만,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맥스웰 부대표) 덧붙이자면, 우리는 대응한 적이 없습니다. 1976년 이후 북한의 어떤 행동에 대해서도 심각한 군사적 대응을 한 적이 없죠. 실제로는 확전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이 확전을 불러오죠. 김정은 계속 한계를 넘어서려고 하니까요. 그리고 북한이 한국에 고강도 군사적 행동을 감행할 때만 미한 동맹도 군사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우리가 억지력을 재정립하기 위한 것입니다. 북한의 모든 도발에 군사적으로 대응하지는 않지만 북한이 한국에 폭력적 무력 도발을 감행할 때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진행자) 앞서 하신 말씀은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한국을 방어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입니까? 한국에는 실제로 그런 우려가 있는데요. 미국이 중국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요.
콜비 전 부차관보) 저는 미국이 한국을 방어해야 하고 실제로 그럴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중국의 움직임에 대비해 우리의 능력 제공을 보류하는 선에서 말이죠. 예전에 이 자리에서 논의했듯이 미국이 중국과의 전쟁에서 패배하면 한국도 패배하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아시아에서 지배적인 국가가 될 것이고 중국은 한국을 휘두를 수 있게 되고 북한에도 그런 능력을 줄 것입니다. 무엇보다 미국은 중국과 직접 맞설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합니다. 문제는 미국이 북한에 맞서 한반도 전쟁에 깊이 관여하면 우리의 역량과 의지, 자금이 상당 부분 소진된다는 점입니다. 중국이 행동에 나섰을 때 우리는 이미 약해진 상태일 수 있죠. 제가 염려하는 것은 중국이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 여러 국가에 암묵적이든 명시적이든 직간접적으로 미국에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키도록 부추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자원을 고갈시키고 우리의 정치적 의지를 없애도록 말이죠. 미국에서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습니다. 20년 넘게 중동에서 전쟁을 치른 미국에선 전쟁에 대한 피로감도 있고요. 게다가 중동에선 또 다른 전쟁이 벌어지고 있죠. 특히 한반도의 경우 중국이 북한을 직간접적으로 부추기거나 지원할 염려가 있습니다. 모종의 충돌 상황을 만들도록 말이죠. 그렇게 되면 미국을 한반도에 더 묶어 두게 돼 중국으로선 타이완 전쟁에서 미국에 결정타를 날릴 기회를 얻게 되죠.
진행자) 콜비 전 부차관보의 발언은 한국이 미국의 확장억제에 의존해야 한다는 일반적 견해와는 다른 것 아닌가요?
맥스웰 부대표) 그렇습니다. 우리는 확장억제에 전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한 사이에 빛 샐 틈이 없다는 겁니다. 특히 핵협의그룹은 더 그렇고요. 워싱턴 선언과 미국의 확장억제 조건에 빛 샐 틈은 없습니다. 우리는 한 치의 의심도 없이 한국을 방어할 것입니다. 콜비 전 부차관보의 말대로 ‘두 개의 전쟁’에 동시에 직면하면 그것은 정말 큰 도전이 될 것입니다. 전례가 있습니다. 1950년 6월 우리는 매우 취약한 처지였죠. 당시 김일성의 남침에 맞선 우리의 첫 조치는 타이완 해협에 7함대를 배치하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런 종류의 충돌을 이미 겪었습니다. 물론 우리는 전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 여력이 없습니다. 거기엔 의심의 여지가 없죠. 하지만 결정적 차이는 동맹구조입니다. 그것은 매우 강력합니다. 또 미국과 동맹들에 성공을 가져올 겁니다.
콜비 전 부차관보) 우리의 동맹구조는 여러 면에서 유리하지만 취약하기도 합니다. 지금은 유럽 등 전 세계에 미군이 투입돼 우리는 취약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많은 유럽 지도자가 러시아의 나토 공격 가능성을 언급합니다. 그런데 미군은 한국에도 주둔 중이고 우리의 가까운 동맹 이스라엘은 전쟁 중입니다. 1950년 우리는 핵을 독점하고 있었다는 걸 지적해야겠네요. 소련에 대해 핵 독점 혹은 그에 가까운 상태였다는 거죠. 확전을 감수해도 훨씬 압도적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확전우세’를 우리가 누리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우리에겐 이제 그런 게 없습니다. 그래서 미군이 한반도 전쟁에 투입돼 치열한 교전에 휘말리면 우리는 중국의 공격에 매우 취약한 상태에 놓입니다. 미국은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미한 사이에는 본질적으로 빛 샐 틈이 존재한다는 것이죠. 정치적, 선언적으로는 빛 샐 틈이 없겠죠.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빛 샐 틈이 있다는 겁니다. 상황이 급박합니다. 북한 핵과 ICBM이 진전되며 재래식 전력과 결합하고 중러와의 연대가 훨씬 강화된 것은 우리가 큰 위협에 놓였다는 뜻입니다.
진행자)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깊이 개입하지 않을 거라는 바로 그런 우려 때문에 한국에서 핵무장 요구가 커지는 건데요.
콜비 전 부차관보) 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국 핵무장을 옹호하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워싱턴 선언이 확장억제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소하지 못한다고 봅니다. 현실은 북한이 여러 미국 도시를 파괴할 수 있다면 미국은 그런 상황으로 이어질 위험을 감수할 것 같지 않다는 겁니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저는 북한의 핵무기 사용 의지를 의심하지 않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우리가 북한 정권을 끝낼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다지 신빙성이 없다고 봅니다. 그럴 경우 북한은 미국에 여러 개의 핵무기를 발사할 것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우리는 이 문제를 총체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볼 때, 비확산이나 동맹구조보다 지정학이 더 중요합니다. 맥스웰 부대표 지적처럼 동맹이 매우 중요하긴 하죠. 하지만 미국이 비확산에 충실하려고 동맹구조를 깨지는 못할 겁니다. 핵보유국이 줄면 세상이 더 좋아지겠지만 우리는 핵을 가진 영국, 프랑스와도 동맹입니다. 인도도 있죠.
진행자) 한국이 스스로 방어해야 한다면 확장억제라는 개념에 모순이 생기는 것 아닌가요?
맥스웰 부대표) 그렇게 볼 수도 있겠죠. 저는 콜비 부차관보의 현명한 조언을 받아들이지만, 미국은 한국 방어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비서가 1997년 탈북했을 때를 기억해 봅시다. 전쟁보다 중요한 것은 억지력입니다. 우리는 황 비서에게 물었습니다. 북한이 왜 이렇게 많은 돈을 군대에 쓰면서 한국을 공격한 적이 없느냐고요. 그는 김일성과 김정일이 미국의 지원을 받는 한국을 이길 수 없음을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미국의 지원을 받는 한국에 맞설 경우 말이죠. 또한 김일성과 김정일은 한국 공격 시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할 것으로 믿는다고 황 비서는 말했습니다. 우리의 선언적 정책이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죠. 북한이 1950년대부터 핵무기를 추구해 온 이유도 알 수 있고요. 그들도 우리를 억지할 능력을 갖추려는 거죠.
콜비 전 부차관보) 맥스웰 부대표에 반론을 제기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1997년에 살고 있지 않아요. 북한은 미사일과 핵을 엄청나게 진전시켰고 중국은 역사적인 군사력 증강에 착수했죠. 앤서니 코튼 미 전략사령관은 중국이 핵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했죠. 러시아도 1997년의 러시아가 아닙니다. 지금의 러시아는 1982년쯤의 소련에 더 가깝죠. 우리는 매우 다른 세상에 있고 그에 맞춰 대응해야 합니다.
맥스웰 부대표) 북한이 미국 도시를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한국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은 김정은의 정치전에 말려드는 것입니다. 전쟁이 걱정스럽지만, 모든 수정주의자와 불량 세력이 정치전 관점에서 무엇을 하는지도 우리는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는 종종 핵무기와 전쟁에 눈이 멀어 정치전에서 지고 있습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우리가 분발해야 합니다.
콜비 전 부차관보)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추가로 말씀드리죠. 북한과 중국, 러시아에 우리가 함께 싸울 것이라는 결의와 의지를 확실히 전해야 한다는 맥스웰 부대표의 말은 매우 타당합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제 입장은 우리가 신중하게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한국을 절대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것이 엄포에 그치면 상대가 결국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상대가 엄포로 여기는데 그 전략을 고수하는 건 끔찍하고요. 한국인들은 미한 동맹에 정통하고 이 주제에 경험 많은 분들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듣겠죠. 하지만 그들이 대다수 미국인을 대변하진 않습니다. 물론 미국인들은 한국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되 미 서부 도시 5개를 잃게 될 결정에 직면한다면 대통령은 그런 결정을 매우 회의적으로 여길 겁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 전에 그런 일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우리는 현실적이어야 합니다. 함께 해결책을 찾아 더 신뢰할 만한 방식으로 동맹을 유지해야 하고요.
맥스웰 부대표) 그렇다면 제가 묻겠습니다. 우리가 한국을 돕지 않는다고 칩시다. 그러면 그 5개 미국 도시가 취약하지 않게 되나요? 우리가 한국을 방어하지 않겠다고 말하면 우리 도시를 보호할 수 있게 되나요? 그건 고려할 가치가 없는 도박이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동맹과 동아시아 비상사태를 바라보는 워싱턴의 다른 시각을 두 분이 보여주셨는데요. 한국 시청자들의 경우엔 국제 정세에 따른 어떤 우발적 상황에서도 자위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해 주한미군의 새로운 작전개념을 파악하셨는데요. 김정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영향력 네트워크를 이용한다는 계획이 맞습니까?
맥스웰 부대표)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이 조직한 주한미군 예하 ‘동북아 융합조(NFC)’로부터 브리핑을 받을 수 있었는데요. 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체계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5단계의 영향력 네트워크로 지구물리, 논리, 데이터, 개인, 인지 층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지구물리는 위성에 관한 것으로 지상의 움직임을 파악합니다. 인지는 의사 결정을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두죠. 다중 영역을 통한 접근법으로 북한의 전 세계 네트워크를 파악하는 건데요. 북한이 불법 네트워크를 어떻게 활용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자금을 조달하는지 말입니다. 그리고 파악한 정보를 파트너들과 공유하고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대응 방안을 고안합니다. 북한의 불법 활동을 파악하려는 것입니다. 북한에 이익을 안기는 확산, 강제노동 수출, 악의적 사이버 활동, 기만행위를 파악하는 것이죠. 불법 활동과 인권, 사이버 작전, 표적 선정이 모두 연결돼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행자) 앞서 동맹 구조에 대한 언급이 나왔고 관련해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미한일이 가치와 경제 동맹으로서 역내 위협에 공동 대응하자는 게 전통적인 인식인데요. 반면, 산적한 국제 현안을 안고 있는 미국이 동맹에 더 투자할 때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콜비 전 부차관보) 미한일 3국 협력은 좋다고 봅니다. 다만 제한된 정치적 자본과 노력을 투자할 첫 번째 선택지는 아닙니다. 어느 정도는 한일 관계의 어려움 때문이죠. 특히 한국에는 상당한 반일 감정이 남아있는 것 같네요. 제가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고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3각 협력을 미국이 당장 집중해야 할 부분으로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장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은 중국과 북한에 대한 군사적 균형입니다. 일본의 경우, 저라면 제1도련선을 중심으로 군사력 증강의 가속화를 밀어붙이는 데 집중하겠습니다. 일본이 자국과 타이완을 방어하고 북한의 공격 시 한국을 지원하도록 말입니다. 한국의 경우엔 북한을 상대할 재래식 군사력에서 압도적 역할을 분담하도록 해야 합니다. 주한미군은 중국의 장기적 위협에 집중하게 해야 합니다. 주한미군을 더 유연하게 운용하도록 하고요. 전에도 이 방송에서 제가 이 점을 말씀드렸었죠. 다소 걱정되는 건 정상급에서 미한일 관계에 많은 투자를 했는데도 이 가장 중요한 영역에서 아직 구체적 성과를 보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제가 속한 정당의 정부가 아니라고 해서 무작정 무례하거나 비판하고 싶진 않습니다. 미한일 협력은 좋지만, 그 결과로 보여주기식 사진만 나오는 건 조금 걱정스러운 일이지요. 가령 우리의 기대 이상으로 군사 상황 개선을 논의하는 게 아니라요.
맥스웰 부대표)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안보와 군사적 측면을 강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런 일들이 일어나길 바라고요. 하지만 3국 협력에 가장 큰 정치적 자본을 투자한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입니다. 미국 관점에서는 일종의 손쉬운 성과였죠. 윤 대통령이 정말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결정했으니까요. 이건 우리 모두에게 이익이죠. 저는 3국 모두, 특히 일본이 군사력 증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또 우리는 여러 우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하고요. 그러려면 3국이 협력하는 게 협력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믿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전 지구적 도전 속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적으로 둘 순 없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하지만 러시아와 중국 모두 사실상 미국의 적이 돼 버렸죠. 미국 정부의 외교적 실책으로 보십니까?
콜비 전 차관보) 객관적으로 미국에게는 재앙이죠.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이 같은 편이 되는 걸 원치 않습니다. 그건 미국 정치에서 자명한 사실입니다. 우리 잘못은 아닙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우리 탓은 아니죠. 하지만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 와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 관점에서 국정 운영의 결과를 바라볼 때 재앙이라고 할만합니다. 안타깝게도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러시아와 중국이 갈라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꽤 민첩하게 움직이며 우리를 속박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중요한 군수품 몇 년 치를 예멘 후티 반군을 상대하는 데 소진했죠. 우리는 도대체 얼마나 민첩한 건가요? 중국용으로 남겨둬야 할 중요 군수품을 예멘의 한 집단을 상대로 소진하며 성과도 내지 못하고 있다면 말이죠. 안타깝게도 이 나라에서 국방비를 크게 늘릴 가능성도 낮다고 생각합니다. 국방비 지출을 일부 늘릴 수는 있겠죠. 바이든 정부는 올해 국방비 인상을 제안하지 않고 있습니다. 2년간 국방 지출에 상한선을 둔 예산안 합의는 차기 정부에서 뒤집힐 수 있습니다. 하지만 GDP 대비 부채 비율이 상당해 국방비를 올리면 거시경제적 재정 문제가 터질 것입니다. 따라서 많은 부분을 우리의 동맹이 분담해야 합니다. 특히 한국과 달리 안보 책임을 소홀히 한 동맹들이요. 일본과 유럽 동맹들이 특히 부담해야 합니다. 그게 최선입니다. 미국은 어느 시점에 불가피하게 태평양에서 중국에 더 집중해야 할 겁니다. 북한과 충돌 시 미국의 역할은 더 제한적일 것이고요. 북중 양국의 협력을 무시할 순 없으니까요. 문제는 우리의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해 북중이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 같은 부차적 위협에 주의가 분산되지 않도록 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하고요. 유감스럽게도 한국에는 북한이 부차적 위협이 아니죠. 이것이 문제입니다. 미한 양국의 이해관계가 정확히 맞아떨어지진 않는 겁니다. 저는 미국과 한국이 매우 긴밀한 동맹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동맹이 돼야 할 운명이고 동맹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이해관계가 완벽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걸 인식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직면한 군사적, 지정학적, 재정적 현실에 대처하는데 동맹을 적응시켜야 합니다.
진행자) 중국, 러시아, 북한 등 권위주의 국가 간 협력은 지정학적 상황 변화 아닌가요? 미국의 실책이라기 보다는요.
맥스웰 부대표) 그렇습니다. 콜비 전 부차관보도 그렇게 말했죠. 우리 잘못은 아니라고요. 우리가 실수한 부분을 지적할 수는 있죠. 하지만 악의적인 불량국가, 수정주의 세력은 자국 이익에 따라 행동하고 있는 겁니다. 기회를 포착하면서요. 미국이 세계 곳곳에서 주의가 산만해지고, 그들만의 협력을 통해 미국을 진퇴양난에 빠뜨릴 기회를 보고 있는 것이죠. 따라서 저는 미국을 비난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각자의 이익에 따라 행동하고 있고, 여러 면에서 이해관계가 일치합니다. 미한일 간 이해관계보다도요.
콜비 전 부차관보) 미국이 비난받아야 할 점은 동맹들에 상황의 심각성과 현실에 대해 충분히 경고하거나 각성시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미국 대통령의 말과 달리 우리는 모든 걸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두 개의 전쟁을 벌일 수 없고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지도 않을 겁니다. 포기하자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우리는 북한에서 살고 싶지 않습니다. 중국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도 살고 싶지 않고요. 여러분도 중국이 지배하는 아시아에서 살고 싶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상황의 긴박함과 심각성을 이해해야 하며, 오래된 전통이나 가치관들이 더 이상 통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지금까지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전략·전력개발 부차관보와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의 대담을 들으셨습니다.
※ 위 대담 영상은 VOA 한국어 방송 웹사이트와 YouTube, Facebook의 '워싱턴 톡'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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