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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배 “피고 북한, 법적 대응 안 해”...‘궐석’ 확인 요구


지난 2012년부터 2년간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
지난 2012년부터 2년간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

북한 억류 피해자 케네스 배 씨가 북한에 소송 사실을 고지했지만 응답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원고의 주장만을 바탕으로 한 다음 재판 절차로 넘어가 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북한 억류 피해자 케네스 배 씨가 두 가지 방법을 이용해 북한에 소송 사실을 알렸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연방법원 전자기록 시스템에 따르면 배 씨의 변호인 측은 12일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제출한 문건에서 지난해 12월 21일 뉴욕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에 소장을 보내고, 1월 3일 북한의 공식 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소송 사실을 고지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피고인 북한이 엑스 계정을 통해 최초 소장을 전달받은 날로부터 60일이 지났지만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만큼 법원 서기관실이 이 같은 사실을 공식 확인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미국 연방법은 피고가 소장을 전달받은 지 60일 이내에 공식 대응을 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법원은 원고의 주장만을 바탕으로 한 ‘궐석 판결’, 즉 ‘자동 패소’ 판결을 내릴 수 있습니다.

다만 이에 앞서 법원 서기관실은 피고의 ‘궐석’ 여부를 판단해 재판부에 알려야 합니다.

2012년 11월 북한에 억류됐다 2년 만에 풀려난 배 씨와 배 씨의 가족 등은 2020년 8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북한 정권을 상대로 정신적, 신체적 고통에 대한 책임을 묻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국제 우편물 서비스인 ‘DHL’이 2020년부터 유엔이 아니거나 외교 목적이 아닌 우편물에 대한 북한 내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배 씨 측은 3년 가까이 북한에 소장을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습니다.

이에 따라 배 씨는 지난해 12월 뉴욕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에 소장과 한글 번역본 등을 담은 우편물을 보냈습니다.

당시 우편물은 반송 처리됐지만, 배 씨 측은 해당 우편물에 수신 기록이 남아있다며 우편물이 성공적으로 운송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습니다.

실제로 배 씨 측이 제출한 페덱스 운송 기록에는 우편물이 뉴욕 북한대표부에 도착했다는 문구와 함께 받은 사람의 서명이 담겨 있습니다. 북한대표부 소속 직원이 우편물을 전달받은 뒤 수신자 확인 서명까지 마쳤다는 뜻입니다.

미 법원 시스템에 공개된 반송된 케네스 배 씨의 소장 우편물.
미 법원 시스템에 공개된 반송된 케네스 배 씨의 소장 우편물.

이와는 별도로 배 씨 측은 ‘배 씨를 위한 정의(JusticeforBae)’라는 이름의 엑스 계정에 ‘법적 고지’ 문건을 게시한 뒤, 내용 중에 북한의 대외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의 공식 엑스 계정을 ‘언급’했습니다.

이를 통해 북한에 피소 사실을 알렸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만약 법원 서기관실이 북한의 ‘궐석’을 공식 확인하고 재판부가 이를 인정하면 배 씨 측은 승소 판결을 받게 됩니다.

앞서 북한 당국은 북한에 억류됐다 송환된 뒤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가족들이 제기한 소송이나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들에 의해 납치됐다 이듬해 평양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의 가족들이 제기한 소송,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가족 등의 소송 등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었습니다.

이에 따라 미 법원은 북한이 웜비어의 가족에게 약 5억 달러의 배상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으며, 김 목사의 가족들에게도 3억3천만 달러의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또 북한은 원고만 171명에 이르는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가족, 유족의 소송에서도 23억 달러를 배상하라는 패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전례로 본다면 배 씨와 가족 등도 수억 달러에 달하는 승소 판결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북한 정권이 미국 법원의 결정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만큼 실제로 이 배상금이 지급될 가능성은 적습니다.

미국 연방법은 다른 나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외국주권면제법(FSIA)’을 근거로 북한과 같은 ‘테러지원국’은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1988년 최초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뒤 2008년 해제됐지만 2017년 11월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현재까지 이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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