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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패널 “해외 북한식당 70여개, 연간 7억 달러 벌어...일부는 정찰총국이 운영”


지난해 3월 중국 선양의 북한식당.
지난해 3월 중국 선양의 북한식당.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올해 연례보고서에서 해외에서 운영 중인 북한 식당 문제에 주목했습니다. 70여개의 식당이 연간 7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는 지적인데, 일부 나라에선 정찰총국 요원이 직접 식당을 운영하며 한국인 손님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20일 공개된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올해 연례 보고서는 70여 페이지에 걸쳐 북한 식당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전체 보고서가 615페이지인 점을 감안하면 북한 식당 문제에 적지 않은 분량을 할애한 것입니다. 그만큼 유엔 안보리가 예년에 비해 북한 식당의 제재 위반 사례에 더 집중했다는 사실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현재 해외에서 운영 중인 북한 식당이 문제가 되는 것은 북한 노동자의 외화벌이 가능성 때문입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12월에 채택한 대북 결의 2397호를 통해 당시를 기준으로 2년 뒤인 2019년 12월까지 각국이 자국에 있는 모든 북한 노동자를 본국으로 송환하도록 했습니다.

또 이와는 별도로 북한 식당이 운영되는 과정에서 북한 정권과 현지 사업가 등이 합작사업을 벌이는 것도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안보리는 2016년 채택한 결의 2270호를 통해 유엔 회원국이 북한 정권과 어떤 사업도 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문가패널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여전히 북한 식당이 중국과 라오스, 러시아 등에서 성업 중이며, 이를 통해 북한이 벌어들이는 수익이 연간 7억 달러에 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에는 앞서 VOA가 보도한 중국 식당 65개의 이름과 주소 등이 담긴 목록도 실렸습니다.

여기에 더해 중국에서 운영 중인 이들 북한 식당의 구체적인 상황도 사진 자료와 함께 이번 보고서에 담겼습니다.

북한 식당이 과거와 달라진 점 중 하나는 인공기를 비롯해 북한 식당임을 알리는 표식이 건물 외벽이나 간판에서 지워진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선양의 달맞이식당, 평양관, 창춘의 인풍각 2호점 등은 인공기를 없앴고, 베이징의 류경해당화는 간판에서 한글 문구가 있는 곳을 다른 색깔로 덧칠해 지웠습니다.

중국 창춘의 북한 식당 '인풍각 2호점'은 간판에서 인공기를 없앴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20일 공개한 연례보고서에 실린 사진이다.
중국 창춘의 북한 식당 '인풍각 2호점'은 간판에서 인공기를 없앴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20일 공개한 연례보고서에 실린 사진이다.

이 같은 변화를 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추정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일부 식당에 실제 북한 직원이 고용됐다는 정황 증거도 이번 보고서가 주목한 부분입니다.

창춘의 한장 식당을 다녀온 한 중국인은 2022년 1월 한 웹사이트에 “남자 종업원들은 모두 북한 사람이며, 이들은 모두 상위권 학생이고 이곳은 인턴십 장소”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또 다른 식당 이용객도 같은 해 9월 “교육을 받은 북한 여성이 이곳으로 일을 하러 온다고 한다”는 글을 식당 이용 후기로 적었습니다.

북한 식당을 이용한 중국인들 대부분은 북한 종업원의 중국어 사용이 능숙하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점 역시 이들 종업원이 북한 출신임을 시사합니다.

북한 회사가 식당의 실제 주인이라는 사실이 기록으로 남은 경우도 있습니다.

전문가패널이 공개한 단둥시의 한 자료에는 단둥 소재 북한 식당인 송도원의 투자회사가 북한의 ‘조선승진무역’이며 투자액이 미화 5만 달러라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최소 4개의 북한 식당이 운영되고 있는 라오스에선 북한 정찰총국 요원이 식당을 관리한다는 사실이 명시됐습니다.

전문가패널은 1개의 유엔 회원국을 인용해 북한 정찰총국 소속 남철웅이 라오스와 태국 등지에서 식당과 리조트, 스포츠 단지를 소유 혹은 운영하는 등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여러 활동을 해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남철웅에 대한 제재를 고려해 줄 것을 권고했습니다.

그 밖에 라오스에 거주하는 김성호도 식당 운영을 포함한 활동에 관여하는 북한인으로 지목됐습니다.

라오스 수도 비엔티엔의 북한 식당 '백두-한나관' 종업원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라오스 수도 비엔티엔의 북한 식당 '백두-한나관' 종업원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앞서 VOA는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에서 운영되고 있는 북한 식당 ‘백두-한나관’을 찾아 생생한 대북제재 위반 현장을 목격한 바 있습니다.

[녹취: 북한 종업원] “(어느 지역 음식인가요?) 평양 음식입니다. (평양 분들이 만드는 거죠?) 네, 우리 평양 요리사들이 합니다…대동강 맥주, 안 드십니까?”

이곳 식당 이용객은 대부분 한국인 단체 관광객. 이들은 정찰총국 요원이 운영하는 북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달려가자 미래로’와 같은 북한 선전가에 맞춰 춤을 췄습니다.

[녹취: 현장음] “달려가자 미래로. 새 세기는 부른다. 내 나라 부강조국 락원으로 꾸리자”

앞서 한국 정부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 북한 식당 자제를 권고한 적은 있지만 현재는 아무런 제약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러시아에서도 북한 식당이 운영 중인 사실이 이번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전문가패널은 “1개 유엔 회원국에 따르면 북한 국적자가 러시아 내 4개의 식당에서 일하는 것이 목격됐다”면서 북한 국적자가 일부 식당의 소유주 혹은 관리자로 등재된 러시아 법인 등기부등본 자료를 첨부했습니다.

이들 식당은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 유즈노사할린스크 등지에서 ‘고려’와 ‘평양’, ‘아리랑’ 등의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들 북한 식당이 해외 북한 노동자에 대한 안보리의 금지 규정을 넘어 다른 여러 논란을 일으킨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북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최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북한이 해외에서 설립한 식당은 “강제 노동과 사이버 범죄, 기타 불법 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세탁하는 전진기지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북한 정권이 북한의 젊은 여성들을 해외 식당에서 일을 시킨 뒤 임금 대부분 또는 전부를 몰수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 사안이 인권 침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했습니다.

2021년까지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미국 대표로 활동했던 애런 아놀드 영국 합동군사연구소(RUSI) 연구원은 중국 내에서 운영 중인 식당이 합작회사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켰습니다.

아울러 식당들이 중국에서 은행 계좌를 보유하고 있다면 이 역시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메릴랜드대 교수는 2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중국 정부 등이 이 사안을 심각하게 보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북한 식당이 운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장 이 사안에 대한 중국 정부의 해결 의지가 없는 만큼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중국 정부에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의 법으로 보호받고 있는지, 최저 임금을 받고 있는지, 의료 혜택을 받고 있는지 등을 질의하며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If I were the enforcers, I would be saying, well, are the workers being treated by a Chinese law, are they getting the equivalent to minimum wage? Are they getting healthcare? And make that an issue for the Chinese authority. Why are you allowing these slave drivers in your village or in your city?”

특히 북한 식당 노동자의 열악한 상황을 ‘노예 노동’ 문제로 제기해 “중국 정부의 관심을 이끌어내야 한다”면서 “중국에 ‘왜 당신의 마을이나 도시에서 이와 같은 노예 감독자(식당 관계자)가 활동하도록 놔두느냐’고 질문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식당이 가장 많이 운영되고 있는 중국은 앞서 VOA에 관련 의혹을 부인한 바 있습니다.

류펑유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11일 중국 내 북한 식당 영업 실태와 관련한 VOA의 이메일 질의에 “구체적인 상황은 잘 알지 못한다”면서도 “중국은 관련 안보리 결의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류펑유 대변인] “I am unaware of the specific situation. But China has been earnestly implementing the relevant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The resolutions are not just about sanctions, but also stress the importance of dialogue. China maintains that the resolutions should be implemented in a comprehensive and balanced way. We oppose taking a selective, sanctions-only approach without due emphasis on promoting dialogues.”

이어 “안보리 결의는 제재뿐 아니라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중국은 포괄적이고 균형 잡힌 방식으로 결의가 이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밝혔습니다.

류 대변인은 “대화 추진을 충분히 강조하지 않은 채 선별적이고 제재에만 초점을 맞춘 접근 방식을 취하는 데 반대한다”고 확인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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