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올들어 이뤄진 미한 연합훈련들을 싸잡아 비난하며 핵 무력을 계속 비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자신들의 핵 공격 훈련을 정당화하면서 한반도 긴장 고조를 통해 미국과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미한의 연합훈련을 비난하며 이에 맞서 “압도적인 최강의 군사력을 비축”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부부장은 24일 담화를 통해 “미국은 언제나와 같이 어김없이 우리의 자위권에 해당하는 활동을 두고는 ‘유엔 안보이사회 결의 위반’, ‘지역과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는 틀에 박힌 억지 주장을 펴며 적반하장식으로 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김 부부장은 “올해에 들어와 지금까지 미국이 하수인들과 함께 벌인 군사연습은 80여 차례, 한국이 단독으로 감행한 훈련이 60여 차례나 된다”며, 올 첫 연합훈련인 미한 전투사격훈련과 프리덤실드 등 주요 훈련들과 미 전략자산인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 ‘시어도어 루스벨트호’, 전략폭격기 ‘B-52H’ 등을 열거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그러면서 “지역 정세 악화의 주범들이 과연 누구인가를 똑똑히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미한일을 비난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아울러 “미국은 한국에게 무모한 용감성을 길러주지 말아야 한다”며 한국이 미국을 믿고 북한에 무력 대응을 시도할 경우 즉시 괴멸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석좌연구위원은 김 부부장이 올해 이뤄진 미한 연합훈련을 통틀어 비난하면서 자신들의 대응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석좌연구위원] “앞으로 이런 식으로 나가게 되는 경우엔 금년도에 지금 중반기, 하반기가 있는데 자신들의 입장에서 강력하게 맞대응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일종의 협박하는 거죠, 암시적으로 협박한다고 생각되는데요.”
박 석좌연구위원은 김 부부장의 담화엔 미한이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에 맞서 북 핵 대응 차원의 연합훈련을 올해부터 본격화하기로 한 데 대한 경계심이 반영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한은 지난해 12월 미국 워싱턴DC에서 핵협의그룹(NCG) 2차 회의를 열어 올해 8월 하반기 미한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실드(UFS) 때 ‘핵 작전 시나리오’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합의한 바 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김 부부장의 담화엔 촘촘하게 진행돼 온 각종 미한 연합훈련들이 북침 연습이라는 인식 속에서 군사적 대응에만 집중하겠다는 ‘강 대 강’ 태도가 분명하게 담겨 있다고 말했습니다.
임 교수는 외교가 사라진 한반도 상황에서 북한은 핵 보유를 과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핵 사용을 위협하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안보 딜레마가 심화되고 있고 북한은 나름대로 이 안보딜레마를 극복하는 방식으로서 핵을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갖춰져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 최선이라는 인식을 지금 하고 있는 거죠.”
북한은 김 부부장 담화 외에 외무성 보도국 대외보도실장 명의의 담화도 같은 날 발표했습니다.
담화는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이 지난 22일 실시된 북한의 ‘핵반격가상종합전술훈련’에 대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고 역내와 국제 평화에 대한 위협이라고 지적한 데 대한 반박 차원에서 나왔습니다.
보도실장은 “핵반격가상종합전술훈련은 조선반도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일방적으로 고조시키는 미국과 대한민국에 분명한 경고 신호이고 전쟁 발발을 억제하기 위한 자위권 행사”라고 강변했습니다.
이어 “미국이 냉전식 사고방식에 포로가 돼 배타적인 군사 블록을 형성하고 진영 대결을 추구하면서 다른 나라의 전략적 안전을 해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며 미한의 무력시위 행위가 중지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지난 연말 이후 비난의 초점을 한국에 두고 미국에 대해선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던 북한이 이번엔 미국을 향해 한반도 일대에서의 군사훈련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면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키는 담화들을 내놓은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고 명예교수는 다만 북한이 압도적 군사력을 운운하면서도 미국을 직접 자극할만한 전략도발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며 미국에 대한 신중한 태도를 읽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명예교수] “이번에 나온 담화도 상당히 절제된 표현이고 현재 있는 상황을 그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당장 어떤 위기를 조성할만한 행동을 보이겠다는 내용은 거기에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고요.”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빈곤국가인 북한으로선 올들어 수십 차례의 미한 연합훈련이 대응하기 버거울 수밖에 없다며, 김 부부장의 담화는 이런 여건 속에서 11월 대선을 앞두고 한반도 안정적 관리에 신경쓰고 있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를 보냈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한미 연합훈련이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북한 역시 부담을 갖기 때문에 미국에 대해서 어느 정도 사전에 메시지를 전달한 것일 수 있다, 미국이 선을 넘지 않으면 본인들도 선을 넘지 않을 수 있다는 그런 메시지일 수 있거든요.”
한편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강호필 새 합동참모본부 차장의 진급 신고를 받는 자리에서 “어느 때보다 엄중한 안보 상황 속에서 북한이 감히 우리를 넘보지 못하도록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하라”고 강조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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