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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국 선박 머문 남포 해역서 ‘환적’ 장면 포착...중국 선박 4척도 발견


북한 서해 석도 북쪽 해상에서 8일 발견된 선박 간 환적 정황. 선박 3척이 선체를 맞대고 있다. 사진=Planet Labs
북한 서해 석도 북쪽 해상에서 8일 발견된 선박 간 환적 정황. 선박 3척이 선체를 맞대고 있다. 사진=Planet Labs

최근 제3국 선박이 머문 북한 해역에서 ‘선박 간 환적’으로 추정되는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이 일대에선 중국 선박 4척이 발견된 가운데 북한은 중국 중고 선박을 구매해 자국 선박으로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8일 북한 서해 석도 북쪽 해상을 촬영한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에 선체를 맞댄 선박 3척이 보입니다.

길이가 각각 105m와 80m인 선박이 가운데 길이 약 50m인 선박을 사이에 둔 채 밀착했습니다.

과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지적한 전형적인 불법 환적 장면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채택한 결의 2375호 11조를 통해 북한이나 북한을 대리하는 선박이 어떤 물품도 거래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이들 선박이 어떤 물품을 주고받았든 제재 위반이라는 의미입니다.

북한 서해 해상의 10일 상황을 보여주는 마린트래픽 지도. 중국 선적 선박(사각형 안)이 발견된 가운데 팔라우 선적의 씨씨 나인호(원 안)는 북한 해역을 빠져나가고 있다. 자료=MarineTraffic
북한 서해 해상의 10일 상황을 보여주는 마린트래픽 지도. 중국 선적 선박(사각형 안)이 발견된 가운데 팔라우 선적의 씨씨 나인호(원 안)는 북한 해역을 빠져나가고 있다. 자료=MarineTraffic

흥미로운 점은 환적이 이뤄진 이 지점에 최근 북한 인근 해역에서 발견된 팔라우 선적의 씨씨 나인(C Sea Nine)호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선박의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씨씨 나인호는 환적이 벌어지기 약 하루 전인 7일 이 해상에 도착했으며 10일 밤 북한 해역을 떠나기 전까지 약 사흘 동안 이곳에 머물렀습니다.

앞서 VOA는 지난달 29일 씨씨 나인호가 북한 근해에서 선박의 위치정보를 발신하는 자동식별장치(AIS)를 껐다가 켜는 행위를 반복하는 등 수상한 항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후 씨씨 나인호는 실제로 북한 서해 앞바다로 이동해 이곳에서만 사흘 넘게 대기한 것입니다. 게다가 씨씨 나인호가 머문 바다에선 대형 선박의 환적 장면까지 포착돼 관련 선박의 대북제재 위반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습니다.

의심스러운 상황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 해상에선 10일 중국 선박 여러 척이 발견됐습니다.

일반적으로 북한 남포의 입구 격인 이곳은 선박이 남포로 입항하기 전 대기하는 장소인데, 마린트래픽이 10일 하루에만 중국 선박 4척의 위치 신호를 포착한 것입니다.

이들 중국 선박 4척은 어선 2척을 비롯해 화물선과 바지선 각각 1척씩입니다.

북한 선박이 주로 머무는 북한 남포 일대에 이처럼 중국 선박이 일제히 포착된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을 이유로 북한 라진항을 제외한 대부분의 항구에서 다른 나라 깃발을 단 선박의 입항을 엄격히 통제해 왔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해외 선박의 입항 규제를 해제한 것인지 주목됩니다.

또 다른 가능성은 북한이 이들 중국 선박을 구매한 경우입니다.

앞서 VOA는 남포 일대에서 발견된 중국 등 제3국 선박이 이후 북한 깃발로 바꿔 단 사례를 여러 차례 전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북한이 이런 방식으로 중고 선박을 구매한 것이라면 이는 안보리 결의 위반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6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21호를 통해 유엔 회원국이 북한에 선박을 판매하거나 북한 선박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국제통합해운정보시스템(GISIS)에 나타난 봉선2호의 등록 정보. 지난해 선적이 중국에서 북한으로 바뀌었다는 내용이 최근 게시됐다. 자료=GISIS
국제해사기구(IMO)의 국제통합해운정보시스템(GISIS)에 나타난 봉선2호의 등록 정보. 지난해 선적이 중국에서 북한으로 바뀌었다는 내용이 최근 게시됐다. 자료=GISIS

이런 가운데 실제로 북한이 최근 중국 선적 선박 1척을 자국 선박으로 국제해사기구(IMO)에 등록한 것으로 나타나 주목됩니다.

IMO의 국제통합해운정보시스템(GISIS) 자료에는 2천970t급 화물선 봉선2호가 새로운 북한 선박으로 이름을 올렸다는 내용이 게시돼 있습니다.

2004년 건조된 봉선2호는 건조 첫해부터 줄곧 중국 선적의 룬슌하이호로 운항하다가 작년 8월 이름과 선적을 각각 봉선2호와 북한으로 바꿨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 같은 내용을 약 9개월이 지난 올해 5월 IMO에 보고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국 깃발을 달았던 선박이 선적을 북한으로 변경한 것은 중국 중고 선박이 북한으로 거래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이지만 북한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위장회사를 동원한 중국 중고 선박 구매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VOA는 GISIS 자료를 조회해 2023년 한 해에만 북한이 최소 39척의 중고 선박을 구매한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이번 사례를 더하면 지난해 북한 깃발을 단 선박은 40척으로 늘어납니다.

한편 류펑유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10일 중국 선박이 봉선2호로 태어나게 된 과정과 관련한 VOA의 이메일 질의에 “중국 정부는 항상 북한과 관련한 안보리 결의를 완전하고 엄격하게 이행하고 국제 의무를 준수하며 중국인과 중국 기업이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활동에 관여하는 것을 금지해 왔다”고 답했습니다.

[류펑유 대변인] “The Chinese government has always fully and strictly implemented relevant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on the DPRK, fulfilled its international obligations, and prohibited Chinese citizens and enterprises from engaging in activities that violate the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At the same time, facts have repeatedly proved that resorting to sanctions and pressure will not resolve the Peninsula issue, but will only further escalate tensions and not consistent with the interests of any party.”

그러면서 “이와 동시에 제재와 압박에 의존하는 것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어느 당사국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을 뿐이라는 사실이 반복해서 증명됐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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