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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접경 지역 열차 통행 급증...라진항엔 한 달만에 대형 선박 입항


북러 접경 지역 북한 쪽 지대를 촬영한 지난달 17일 자 위성사진. 790m 길이의 열차(화살표)가 정차 중이다. 사진=Planet Labs
북러 접경 지역 북한 쪽 지대를 촬영한 지난달 17일 자 위성사진. 790m 길이의 열차(화살표)가 정차 중이다. 사진=Planet Labs

러시아가 철도를 이용해 북한에 유류를 수출하고 있다는 민간 기관 분석이 나온 가운데 실제로 북러 접경 지역에서 최근 열차 통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 라진항에서도 한 달 만에 대형 선박의 입출항이 확인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러 접경 지역 열차 통행 급증...라진항엔 한 달만에 대형 선박 입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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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접경 지역의 북한 쪽 지대를 촬영한 지난달 17일 자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에선 선로 위에 있는 열차 4대를 볼 수 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조러친선 다리에서 선로를 따라 북한 쪽으로 약 2km 내려온 이 지점은 통상 북한과 러시아 향발 열차가 정차하는 곳으로, 지난 2022년 말부터 꾸준히 열차가 포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날 포착된 열차 중 1대의 길이가 유독 길다는 사실이 눈에 띕니다.

이 열차의 길이는 790m. 길이가 약 300m대인 열차가 발견된 적은 있지만 이처럼 800m에 육박하는 열차가 확인된 것은 이례적입니다.

VOA가 지난 4월 한 달 동안 북한 쪽 지대를 살펴본 결과 이곳에 정차하거나 기존 지점에서 이동한 열차는 약 36대로 집계됐습니다.

북러 접경 지역 러시아 열차 야적장을 촬영한 지난해 위성사진. 길이 800m에 육박하는 열차 2대가 보인다. 이처럼 과거엔 주로 러시아 쪽에서 초대형 열차가 포착됐다. 사진=Airbus (Via Google Earth)
북러 접경 지역 러시아 열차 야적장을 촬영한 지난해 위성사진. 길이 800m에 육박하는 열차 2대가 보인다. 이처럼 과거엔 주로 러시아 쪽에서 초대형 열차가 포착됐다. 사진=Airbus (Via Google Earth)

이중 700m가 넘는 초대형 열차도 총 3대 포착됐습니다.

특히 초대형 열차가 처음 등장한 지난 7일에는 길이가 각각 770m와 760m인 열차 2대가 한꺼번에 발견됐습니다. 이어 다음 날인 8일엔 이중 770m 길이 열차가 사라지고, 대신 760m짜리 열차가 9일까지 머물다가 떠났습니다.

이어 17일에 790m 길이의 열차가 등장해 약 사흘 간 머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상 이처럼 길이가 긴 열차는 북러 접경 지역의 러시아 쪽에서만 발견돼 왔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에서 이동한 화물이 러시아 내 열차로 옮겨져 러시아 내륙으로 이동한다는 추정이 나왔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에는 최소 3대에 달하는 초대형 열차가 북한 땅을 밟은 것입니다.

이 지역에 구름이 끼거나 위성사진이 촬영되지 않은 날을 감안하면 실제로 북한에 정차한 초대형 열차는 3대보다 더 많을 수 있습니다.

북러 접경 지역 북한 쪽 지대의 7일과 8일, 9일(위에서 아래로)의 모습. 7일 열차 여러 대(사각형 안)가 포착된 이후 계속해서 열차의 대수와 위치가 변한다. 사진=Planet Labs
북러 접경 지역 북한 쪽 지대의 7일과 8일, 9일(위에서 아래로)의 모습. 7일 열차 여러 대(사각형 안)가 포착된 이후 계속해서 열차의 대수와 위치가 변한다. 사진=Planet Labs

북러 접경 지역에 정차한 열차의 수가 과거보다 크게 늘어난 점도 주목됩니다.

VOA는 지난해 5월 이 일대에서 약 7대의 열차가 포착됐다고 전했는데, 이에 비하면 약 1년 만에 통행량이 5배가 늘어난 것입니다.

게다가 열차가 전반적으로 길어진 점으로 본다면 열차를 이용한 북한과 러시아의 물동량이 크게 증가했다는 사실도 유추할 수 있습니다.

현재로선 두 나라가 열차를 이용해 어떤 물품을 주고 받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러시아가 열차를 이용해 북한에 많은 양의 유류를 공급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최근 급증한 열차 통행량과의 연관성에 관심이 쏠립니다.

뉴욕에 본부를 둔 에너지 분야 민간 평가·분석 기업’ 에너지 인텔리전스(Energy Intelligence)’는 지난 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러시아 철도 데이터를 분석해 “러시아가 1월부터 4월까지 약 25만 배럴의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 경질유 제품을 열차를 통해 북한에 수출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러시아가 4월에만 1만 6천t, 약 12만 5천 배럴의 석유 제품을 북한에 수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두 나라가 열차를 이용해 무기를 거래했는지도 주목해서 지켜볼 사안입니다.

백악관은 지난해 1월 북러 접경지역의 북한 측 선로에서 러시아 군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사용할 보병 로켓과 탄약, 미사일 등이 거래됐다며 열차의 모습이 담긴 위성사진을 공개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같은 지점에서 열차 여러 대가 발견된 것입니다.

다만 당사자인 북한과 러시아는 이 같은 무기 거래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김남혁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3등 서기관이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3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료사진)
김남혁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3등 서기관이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3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료사진)

김남혁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3등 서기관은 지난 2월 유엔 총회 회의에서 “우리는 러시아와 무기 거래를 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남혁 서기관] “We have never had arms dealings with the Russian Federation and we have no plan to do so in the future either. We strongly denounce the hostile forces for the rumor of arms dealings as a plot breeding story against the DPRK, as well as a part of hostile attempt to tarnish the image of the DPRK in the international arena by invoking the illegal sanctions resolution against the DPRK.”

그러면서 “무기 거래설은 북한에 대한 음해이며 불법적인 대북 제재 결의안을 발동해 국제 무대에서 북한의 이미지를 훼손하려는 적대 세력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변했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지난해 10월 북러 무기 거래 의혹과 관련해 "원칙적으로 모두 근거가 없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한편 북한과 러시아의 또 다른 무기 거래 현장으로 지목된 북한 라진항에는 약 한 달 만에 대형 선박이 입항했습니다.

13일 라진항 일대를 촬영한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에는 부두에 선체를 바짝 밀착시킨 130m 길이의 대형 선박이 포착됐습니다.

선박 바로 앞 부두에는 컨테이너가 약 140m 길이로 쌓여 있는데, 이는 이 선박이 컨테이너를 선적 중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13일 미국 백악관은 "북한은 러시아에 컨테이너 1천개 이상 분량의 군사 장비와 탄약을 제공했다”면서, 컨테이너들이 선박과 열차를 통해 이동하는 정황이 담긴 사진 3장을 공개했다.
13일 미국 백악관은 "북한은 러시아에 컨테이너 1천개 이상 분량의 군사 장비와 탄약을 제공했다”면서, 컨테이너들이 선박과 열차를 통해 이동하는 정황이 담긴 사진 3장을 공개했다.

앞서 백악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러시아에 컨테이너 1천 개가 넘는 분량의 군사 장비와 탄약을 제공했다며, 라진항에 약 6m 표준 규격의 해상 운송 컨테이너 300여 개가 적재된 장면을 찍은 위성사진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이후 VOA는 지난해 8월 26일 이곳에서 대형 선박이 포착된 이후 2023년 말까지 이 일대를 출입한 선박을 26척으로 추산했으며, 올해 1월과 2월에도 약 사흘에 1척꼴로 선박의 입출항을 확인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3월 이후 이곳에선 한 달에 약 1척의 선박이 입항하는 등 전체적인 움직임은 둔화된 상태입니다.

실제로 라진항에서 대형 선박의 컨테이너 선적 장면이 촬영된 건 지난달 7일 이후 한 달여 만입니다.

횟수가 크게 줄었지만 만약 이들 선박이 실어 나른 컨테이너에 무기가 담겼다면 이는 여전히 안보리 대북 결의 위반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결의 1718호 등 다수의 대북 결의를 통해 북한의 무기 수출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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