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의 포성이 멈춘 지 70년이 넘었지만 이산가족들의 아픔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남북한의 이산가족들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대면 상봉과 화상 상봉을 했지만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들은 기회조차 얻지 못했습니다. VOA는 한인 이산가족들의 아픔과 상봉 노력을 주도하는 선구자들, 미국 의회의 관련 입법 활동과 도전 과제 등을 조명하는 특별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네 번째 순서로 이조은 기자가 미국 의원들이 미북 이산가족 상봉을 촉진하기 위해 벌여 온 입법 노력을 전해드립니다.
2021년 7월 19일 ‘이산가족 상봉 법안’ 표결을 앞두고 하원 본회의장 연단에 선 영 김 하원의원은 “이 문제는 나에게도 개인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김 의원] “My mother-in-law was one of the many Koreans who made the brave journey across the 38th parallel line to bring her family to South Korea. She crossed five times to go back and forth and bring family members across to South Korea. As an immigrant from South Korea whose family lived through the Korean War and now as one of the first Korean American women to serve in Congress, I am proud to use my voice in support of this issue that is deeply personal to me and our Korean American community.”
김 의원은 “나의 시어머니는 가족을 남한으로 데려오기 위해 용감하게 38선을 넘은 수많은 실향민 중 한 사람이었다”며 “가족들을 데려오기 위해 다섯 번이나 38선을 넘나들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전쟁을 겪은 가족을 둔 한국 출신 이민자로서, 그리고 이제는 의회에서 봉사하는 최초의 한국계 미국인 여성 의원 중 한 명으로서 이 사안을 지지하는 데 목소리를 낼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김 의원이 공동 발의한 이 법안은 미주 한인 이산가족들이 북한에 있는 가족들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을 행정부에 요구하는 ‘이산가족 상봉 법안’(H.R. 826)으로, 이날 반대 없이 찬성 415표 만장일치로 하원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 법안 공동 발의자인 미셸 스틸 하원의원에게도 이산가족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스틸 의원은 VOA에 “사실 나의 부모님도 모두 북한에서 피난 왔다”며 또 “큰 이모 중 한 명은 장남을 만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스틸 의원] “You know, actually, my both parents fled from North Korea, and…. one of my great aunt died without, meeting her first son.”
미 의회에선 2000년대 초반부터 북한에 가족을 둔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들에 대한 관심이 시작됐습니다.
미시간주의 존 코니어스 전 민주당 하원의원, 텍사스주의 샘 존슨 전 공화당 상원의원, 뉴욕주의 찰스 랭글 전 민주당 하원의원, 그리고 부친이 한국전 참전용사 출신인 일리노이주의 마크 커크 전 공화당 상원의원 등 주로 한국전쟁 참전용사 출신 의원들이 앞장 섰습니다.
특히 커크 전 의원은 2000년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처음 도전했을 당시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 대표 단체인 이차희 재미이산가족상봉 추진위원회 사무총장과 인연을 맺으면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이차희 사무총장은 VOA에 자신들을 도와줄 적임자를 찾다가 만난 사람이 2000년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처음 도전한 공화당의 마크 커크 후보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차희 사무총장] “(커크 후보의) 아버님이 6.25 참전용사이고 또 단 하나인 여동생이 한국 입양압니다. 그래서 저 사람 같으면 우리 사정을 이해하겠지. 우리를 위해서 일을 해주겠지.”
실제로 커크 의원은 당선 후엔 이산가족들과 정부 당국자들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상봉을 위한 노력에 적극 나섰습니다.
이렇게 미주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의회 내 관심이 높아질 즈음인 2001년 11월, 하원에서는 처음으로 미북 이산가족 상봉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됐습니다.
이듬해 2월 상원에서도 하원과의 동반 이산가족 상봉 결의안이 처음으로 통과됐습니다.
북한에 가족을 둔 미국 내 이산가족들의 상봉을 지원하는 조항이 포함된 2008년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이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효된 것은 의회가 이산가족과 관련해 제정한 첫 법률이기도 합니다.
이후 의회에서는 거의 매회기 커크 의원과 한국전쟁 참전용사 출신 의원들 주도로 관련 결의안이 발의돼 채택됐습니다.
현역 시절 미북 이산가족 상봉을 돕기 위한 법안과 결의안을 발의하는 등 다방면으로 움직였던 전직 의원들 중 현재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찰스 랭글 전 의원은 의회 내 이런 노력은 ‘도덕적으로 옳은 일’이라고 말합니다.
[녹취:랭글 전 의원] “The fact that their families cannot be reunited and many Koreans have come to the United States and still have their families held by human beings who are Koreans but happen to be communists, makes no moral sense… There's nothing that the United States can do. With the government of North Korea, because we still are literally at war with North Korea. So the only thing really that these resolutions that…so many others is to give hope to the people that before they pass away, they'll be able to see their loved ones and be with them.”
2017년 46년 간의 의원 생활을 마친 올해 93세의 랭글 전 의원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가족들이 재결합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많은 한국인이 미국에 와서도 같은 한반도 사람이지만 공산주의자인 인간들에게 붙잡힌 가족을 두고 있다는 사실은 도덕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남북은 엄밀히 말하면 여전히 전쟁 중이기 때문에 미국이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해 북한 정부와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많지 않다며 “많은 의원이 관련 결의안을 발의한 것은 이산가족들이 죽기 전에 사랑하는 가족을 만나 그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랭글 전 의원은 고령이 된 미주 한인 이산가족들처럼 자신도 이들의 상봉을 보는 것이 일생 희망 목록에 담겨있다고 합니다.
[녹취:랭글 전 의원] “This is a question of doing the right thing… not from a political point of view, but from a humanitarian point of view.”
랭글 전 의원은 그러면서 “정치적 관점이 아니라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이것은 옳은 일을 하느냐의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의회가 매 회계연도 국무부 지출 법안에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을 위한 행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당부하는 문구를 포함하는 것은 2009년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거의 매해 빠짐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0년 캘리포니아에서 나란히 첫 한국계 여성 의원으로 당선된 공화당의 김 의원과 스틸 의원은 의회에서 미주 한인 이산가족 문제와 관련해 법안 및 결의안 발의는 물론 의회 내 관심을 이끄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한국계인 민주당의 앤디 김 하원의원과 메릴린 스트리크랜드 하원의원, 또 한인 밀집 지역을 지역구로 둔 뉴욕주의 그레이스 멩 의원과 하와이주의 메이지 히로노 민주당 상원의원, 알래스카주의 댄 설리번 공화당 상원의원도 힘을 보탰습니다.
이들이 힘을 합쳐 2021년 하원을 통과한 ‘이산가족 상봉 법안’을 이듬해 2023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에 포함해 법률로서 공식 효력을 갖게 한 것은 의회가 처음으로 이산가족 문제와 관련해 단독 법을 제정한 큰 성과로 꼽힙니다.
미주 한인 이산가족들이 북한에 있는 가족들과 최소한 화상 형식을 통해 상봉할 수 있도록 미 정부가 한국 정부의 협조를 얻을 것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매번 결의 형식으로 채택돼 법적 구속력이 없었던 과거에 비하면 큰 진전입니다.
영 김 의원은 더 나아가 지난해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이 법안에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한국 정부 및 미국 내 한인 커뮤니티와 화상 상봉 등 이산가족 상봉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이에 대한 보고서를 법 제정 180일 이내 의회에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 강력한 문구를 포함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올해는 또 다른 한인 밀집 지역인 버지니아주의 팀 케인 민주당 상원의원과 제니퍼 웩스턴 민주당 하원의원도 힘을 합쳐 미 정부가 한인 이산가족 정보를 담은 공식 기록을 구축할 것을 요구하는 법안을 각각 발의했고, 지난 2월 하원의 법안은 발의 약 일주일 만에 외교위원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했습니다.
미 의원들은 북한에 둔 가족과 단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채 고령이 된 많은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들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영 김 의원은 VOA에 “우리 곁을 떠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매일 그 숫자가 바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김 의원] “Well, first of all, time is running out on these Korean Americans, especially in the United States. I know the number is changing every day because there are people leaving us. We used to count it around, like 100,000 Korean Americans with divided families in the North. So, again, for those reasons alone, it is a heartbreaking story is not one, not two, but hundreds. We want to be able to have these stories and the families to be able to at least, be united either through virtually or, obviously the best scenario would be to meet in person…And if there's anything I can do to make this happen, expedite the process, I will. I'll be happy to do it.”
이어 “예전에는 북한에 가족이 있는 한인들의 숫자를 10만 명 정도로 집계했었는데 이제는 수백 명이라는 것은 정말 가슴 아픈 이야기”라며 “이 가족들이 최소한 화상으로라도 만날 수 있길 바라지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물론 직접 상봉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북의 이산가족 상봉과 이를 신속하게 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며 줄리 터너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에게도 이 사안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와 관심을 당부했다고 전했습니다.
스틸 의원은 VOA에 “대부분의 이산가족이 세상을 떠났고 남은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가족을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스틸 의원] “I think it's time the family has to get together before they die. I think most of people died and there's not that many people left. And there are still, you know, really want to meet their families. How important that is… And none of Korean Americans that came from North Korea and here immigrated, they never had even those meeting chances to go meet their family. So yes, it is very important. I think we should initiate that.”
특히 “북한에서 와 이곳 미국으로 이민 온 한인들은 가족을 만날 수 있는 그런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며 “정말 중요한 일이고 그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 법안’을 대표 발의했던 히로노 의원은 VOA에 특히 남북한의 이산가족 상봉에 미주 한인도 포함되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이런 프로그램은 북한이 남북한의 이산가족 상봉을 가능하게 할 때 관련이 있는 것인데, 그렇게 됐을 때 미주 한인들도 어떤 식으로든 가족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히로노 의원] “That program had to do with when North Korea enables the South Koreans to engage with their families. And when that happened, by wanted to enable the, Korean Americans to also be able to, to reconnect with their families in some way. I mean, has to do with the importance of families being able to connect with each other and all of that. But, you know, it's a very sad situation.”
그러면서 미주 한인 이산가족들은 북한에 있는 가족들과 공식적으로는 단 한 번도 상봉의 기회를 얻지 못한 데 대해 “아시다시피 매우 슬픈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상원 코리아코커스 공동의장인 설리번 의원은 미국의 관점에서 이산가족 문제는 인도주의적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녹취:설리번 의원] “I think as Americans, who support our very strong ally in South Korea, the Republic of Korea, we want to encourage North Korea to help with this reunification. That's just a humanitarian gesture that is very important…But also, make sure that we're raising this in different forums…to show the American people care about this.”
설리번 의원은 VOA에 “강력한 동맹국인 한국을 지지하는 미국인으로서 우리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돕도록 독려해야 한다”며 “이는 매우 중요한 인도주의적 제스처”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동시에 “미국 국민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공식 포럼에서 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설리번 의원은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
아웃트로: VOA 이산가족 특별 기획, 내일은 마지막 순서로 이산가족 상봉 노력을 진전시키는 데 있어서 미국이 직면한 도전 과제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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