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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특별기획] 5. 북한 비협조에도 상봉 노력 지속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2011년 로버트 킹 당시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평양 도착 장면 (자료사진)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2011년 로버트 킹 당시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평양 도착 장면 (자료사진)

한국전쟁의 포성이 멈춘 지 70년이 넘었지만 이산가족들의 아픔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남북한의 이산가족들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대면 상봉과 화상 상봉을 했지만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들은 기회조차 얻지 못했습니다. VOA는 한인 이산가족들의 아픔과 상봉 노력을 주도하는 선구자들, 미국 의회의 관련 입법 활동과 도전 과제 등을 조명하는 특별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다섯 번째, 마지막 순서로 미북 이산가족 상봉 노력이 직면한 도전 과제를 이조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이산가족 특별기획] 5. 북한 비협조에도 상봉 노력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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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로버트 킹 당시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평양을 찾아 김계관 당시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만나 미북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이후 미국 적십자와 뉴욕의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사이에 조용하게 물밑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이차희 재미이산가족상봉추진위원회(DFUSA) 사무총장은 VOA에 당시 모든 이산가족이 큰 기대를 가졌다고 회고했습니다.

[녹취: 이차희 총장] “미 적십자사와 북한과의 협상이 시작됐을 때. 그러니까 첫 번째 협상이 시작됐을 때 이제는 되는 거로 알았습니다. 2011년 9월입니다.”

당시 미북 양측은 이산가족의 서신 교환을 시범적으로 진행하는 데 합의하면서 상봉까지 성사될 수 있다는 기대는 한층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양측 간 협상에도 더 이상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킹 전 특사는 VOA에 당시 북한 측과 여러 차례 진행한 이산가족 관련 대화가 “어려웠고 긴장됐다”고 회고했습니다.

[녹취:킹 전 특사] “Those conversations were difficult and strained…I think the North Koreans are very insecure and very reluctant for potential problems that might come from this. And they're very difficult to work with. I think we've been flexible. We've tried to be flexible. We've tried to express the concerns that we have to deal with, but we've done it in a way that gives us some flexibility to work with them. They're not willing to do that.”

킹 전 특사는 “북한이 매우 불안해 했고, 이산가족 상봉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문제 때문에 매우 주저했다”며 “함께 일하기 매우 어려운 상대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유연한 태도를 보였고, 우리가 다뤄야 하는 우려를 표시하면서도 어느 정도 융통성을 발휘했다”며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할 의사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북한은 주민들이 남한에서의 삶이 정말 더 낫다는 생각을 갖게 될까 봐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다”며 “그 결과 이산가족 상봉 관련 과정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것을 고집하면서 엄청난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킹 전 특사] “The North Koreans are quite paranoid that people are going to get the idea that life is really better in South Korea than it is in North Korea...The North Koreans don't want that to be available for people inside North Korea, and the result is their insistence on controlling this process and monitoring it so that they can put pressure on their own citizens is what creates the greatest difficulties.”

2011년 김정일 사망 관련 호외를 읽고 있는 한국인들 (자료사진)
2011년 김정일 사망 관련 호외를 읽고 있는 한국인들 (자료사진)

결국 같은 해 12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하면서 미북 이산가족 상봉 관련 논의는 끊겼습니다.

이후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뒤 지금까지 10여 년간 미북 간 실질적인 이산가족 상봉 논의는 사실상 전무했습니다.

다만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들은 북한 방문에 제약이 없었기 때문에 브로커 등을 통해 북한 내 가족을 만날 수 있었지만 2017년 9월 미 국무부의 북한 여행 금지 조치가 실시된 이후에는 이마저 길이 막혔습니다.

이 보다 약 3개월 전 북한에 억류됐다 미국으로 돌아온 뒤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에 따른 결정이었습니다.

2019년 미북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 출신 의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회담 의제로 다룰 것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미북 정상회담 결렬 후 양측 간 이산가족 논의는 물론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공식적인 대화는 사실상 중단된 상황입니다.

의원들은 이산가족 문제를 대미 지렛대로 활용하는 북한의 태도가 인도주의적인 이 사안을 진전시키려는 미국의 노력을 방해한다고 지적합니다.

미셸 스틸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미셸 스틸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미셸 스틸 하원의원은 VOA에 “이산가족들은 고령이 돼 가고 있는데 북한 같은 공산주의 국가는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스틸 의원] “These people are getting really old and North Korea, all these communism and communist countries that are playing game.”

이어 “나쁜 상대와 대화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하지만 우리가 큰 목소리를 내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댄 설리번 상원의원
댄 설리번 상원의원

댄 설리번 상원의원도 VOA에 “이산가족 상봉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북한 정권의 책임”이라며 “정말 잔인한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녹취:설리번 의원] “It's the blame of the North Korean regime that doesn't allow families to be reunited. It's really cruel. And they need to enable that. Of course, there's also the issue of abductees from Japan, where the North Koreans have abducted people from Japan, which is also horrendous. So most of this deals with the kind of, dictatorship in North Korea… I think on almost any humanitarian issue on the Korean Peninsula, it's usually the North Koreans who are the bad actors. And I think we can encourage the reunification of families. But also, make sure that we're raising this in different forums.”

이어 “북한은 가족들의 상봉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며 “끔찍한 일본인 납북자 문제까지 더해서 이런 사안의 대부분은 북한의 독재체제와 관련된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인도주의 문제와 관련해 나쁜 행위자는 보통 북한 쪽”이라며 “다양한 포럼에서 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북 간 이산가족 논의가 부재한 상황에서도 재미이산가족상봉 추진위원회 등 한인 단체와 당사자들은 행정부와 의회, 적십자사는 물론 뉴욕의 북한대표부에도 끊임없이 북한 내 가족 상봉을 위한 도움을 요청해 왔습니다.

또 의회는 행정부에 적극적인 노력과 관심을 촉구하고 행정부는 한국 정부에도 문제 해결을 위한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지만 단 한 번도 상봉의 결실은 보지 못했습니다.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은 2000년대 초만 해도 약 10만 명으로 추산됐지만 고령에 따른 사망으로 인해 지금은 그 규모가 대폭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북한은 지금까지 21차례의 대면 상봉과 7차례의 화상 상봉을 실시했는데, 미국 내 한인들은 두 가지 형태의 상봉에서 모두 제외돼 왔습니다.

남북한의 이산가족 상봉에 미주 한인들도 포함하는 데에도 큰 어려움이 따릅니다.

킹 전 특사는 현역 시절 한국 정부에 관련 협조를 요청한 적이 있었지만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면서 “미국은 제 3자이기 때문에 어려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킹 전 특사] “It was difficult because the United States is a third party. It's not just North and South Korea. It brings in the United States and that immediately makes the North Koreans concerned…The other problem is the demand in South Korea for relatives to meet with North Korean relative is great. There are far more South Koreans who have relatives in North Korea that they've not been able to meet with.”

킹 전 특사는 “(미국이 끼면) 남북한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 된다”며 “미국을 끌어들이는 것은 바로 북한을 우려하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또 다른 문제는 북한에 있는 친척을 만나고 싶어 하는 한국 내 수요가 매우 높다는 점”이라며 “북한에 친척이 있지만 만나지 못해 본 한국 사람들이 (미국보다) 훨씬 더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여러 도전에도 불구하고 상봉의 희망을 향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줄리 터너(오른쪽)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29일 시카고에서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들과 만났다. 터너 대사는 앞으로 이산가족 상봉과 북한 주민의 존엄성을 증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 X
줄리 터너(오른쪽)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29일 시카고에서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들과 만났다. 터너 대사는 앞으로 이산가족 상봉과 북한 주민의 존엄성을 증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 X

과거 킹 전 특사를 도와 미북 이산가족 상봉 협상에 관여했던 줄리 터너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지난해 취임하면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미국 정부의 노력에 다시 탄력이 붙고 있습니다.

터너 특사는 지난해 10월 취임 후 미북 이산가족 상봉이 자신의 주요 목표 중 하나라면서 미주 한인 이산가족 단체 대표들과 면담을 진행해 왔습니다.

의회에서는 미 정부가 한인 이산가족 정보를 담은 공식 기록을 구축할 것을 요구하는 상하원의 법안이 계류 중인데, 법 제정으로 이런 공신력 있는 정부 발행의 기록이 생성될 경우 상봉을 추진하기 위한 첫 단계를 미리 마쳐 북한과의 협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습니다.

영 김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영 김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영 김 하원의원은 VOA에 “한국 통일부 장관과 터너 특사는 이미 두 차례 만나 이산가족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에 들어갔다”며 “미국은 물론 한국과 북한에 있는 이산가족 정보도 수집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김 의원] “The unification minister in South Korea has already met twice with Julie Turner and, they already started working on the databases to collect information of both families. here in the United States, as well as those in South Korea, as well as those in North Korea. We want to be able to have those, video messages so they can share with each other. And then if and when they meet, it would be something that, it'll be very, warm reunions. But even if it doesn't happen, there will be an opportunity for them to at least see each other, know that they are still alive, know that they are still thinking of each other… I've already talked to, our special envoy, Julie Turner that I'll be there to provide any support, and make it happen.”

이어 “이산가족들이 서로 영상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하려고 한다”며 “직접 상봉이 이뤄지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적어도 서로의 얼굴 보고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할 기회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미 터너 특사와 이야기를 나눴다”며 상봉 노력에 진전이 있을 수 있도록 “어떤 지원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

아웃트로: 이상으로 VOA가 준비한 다섯 편에 걸친 이산가족 특별 기획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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