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상에서 러시아 방향으로 이동 중인 북한 유조선이 발견됐습니다. 불법 환적과 원유 운송을 했던 제재 대상 선박이어서 또 위반 행위에 동원된 게 아닌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공해상에서 신호가 포착된 유엔 제재 대상 유조선은 천마산호입니다.
선박의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천마산호는 현지 시각 23일 새벽 2시 현재 중국 상하이 앞바다에서 북동쪽으로 약 110km 떨어진 지점에서 동쪽으로 이동 중입니다.
한반도 서해상에서 첫 위치 신호가 포착된 천마산호는 이후 남쪽으로 항해한 뒤 상하이 인근에서 뱃머리를 동쪽으로 돌렸습니다.
일반적으로 북한 동해상으로 향하는 북한 선박은 이곳에서 방향을 바꿔 대한해협을 통과합니다.
따라서 이 선박의 최종 목적지는 북한 동해의 한 항구 혹은 러시아 극동지역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2018년 3월 불법 선박 간 환적에 연루된 천마산호 등 27척의 북한 선박을 제재했습니다.
특히 천마산호를 포함한 13척에는 자산 동결과 입항 금지 조치를 모두 취해야 한다는 문구가 붙었습니다. 자산 동결이나 입항 금지 혹은 선적 취소 등 단일 조치를 명령한 다른 선박에 대한 제재보다 수위가 높습니다.
따라서 사실상 공해상 운항이 금지된 천마산호가 어떤 이유에서 모항인 남포에서 약 800km 떨어진 지점에서 위치 신호를 노출했는지 의문입니다.
다만 전례로 볼 때 선박 간 환적과 불법 유류 선적 등 불법 행위를 위해 특정 수역으로 향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 전문가패널은 올해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북한 유조선이 계속해서 정제유를 밀수하고 있다”면서 천마산호에 대해선 “2023년에 4차례에 걸쳐 남포항으로 석유 화물을 운송한 것으로 보고됐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천마산호의 뱃머리가 러시아를 향하는 점도 주목됩니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영국 합동군사연구소(RUSI)를 인용해 최근 최소 5척의 북한 유조선이 러시아에서 유류 제품을 선적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또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2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올해 북한에 제공한 정제유 양이 이미 유엔 안보리가 정한 한도를 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커비 조정관] “Russia has been shipping refined petroleum to the DPRK. Russian shipments have already pushed DPRK inputs above mandated by the UNSC. In March alone, Russia shipped more than 165,000 barrels of refined petroleum to the DPRK."
이어 “지난 3월에만 러시아가 북한에 16만 5천 배럴이 넘는 정제유를 보냈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했습니다.
최근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활동을 중단시켰습니다. 또 북한산 무기를 수입하며 안보리의 대북 무기 금수 조치를 어기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의 제재 명단에 오른 천마산호가 러시아 쪽으로 항해 중인 배경이 주목됩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의 정제유 수입 한도를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등 국제사회가 이미 이 한도를 초과한 것으로 파악하는 만큼 천마산호의 유류 운송은 안보리 결의 위반입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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