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정찰위성을 발사한 시각에 인근 상공에는 중국 민항기 최소 4대가 비행 중이었습니다. 북한이 기습 발사를 감행하면서 민간 여객기가 고스란히 위험에 노출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정찰위성을 발사한 시각 중국 여객기 1대가 동창리 인근 상공을 비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항공기의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중국 허베이 항공 소속의 NS3322편은 북한의 발사 시각인 27일 오후 10시 44분경 발사 장소인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남서쪽 약 80km 상공에서 남쪽 방향으로 이동 중이었습니다.
이 여객기는 중국 창춘을 출발해 항저우로 향하던 중이었는데 공교롭게도 발사가 이뤄진 시각 발사 장소에서 멀지 않은 곳을 지나치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당시 이 여객기에 탑승한 승객들은 약 2분 만에 공중 폭발한 로켓을 창밖으로 봤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만큼 항공기와 발사 지점의 거리가 멀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앞서 북한은 발사 당일인 27일, 인공위성 발사 계획을 일본 정부에 통보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발사 일정 대신 27일부터 내달 4일까지 어느 한 시점에 쏘겠다고만 발표했고 결국 NS3322편은 이 항로를 미처 피하지 못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들은 인공위성을 발사할 때 구체적인 시간을 공개하고 주변 약 100km 지역을 항행 금지 구역으로 설정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이 누리호를 발사할 당시에도 관련 당국은 2시간 전부터 주변 해상과 상공에서 선박과 항공기의 운행을 전면 금지했었습니다.
북한의 발사체가 지날 것으로 예상됐던 항로에는 최소 3대의 민항기가 더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중국 여객기입니다.
NS3322편의 전진 방향 약 70km 앞에선 하얼빈을 출발해 항저우로 향하던 쓰촨항공 3U 3158편이 날고 있었습니다.
또 이보다 남쪽 방향으로 약 150km 떨어진 지점에선 베이징에서 미국 뉴욕으로 향하는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소속의 CA981편과 얀타이발 인천행 산둥항공 여객기가 자리했습니다.
모두 로켓의 진행 방향 혹은 엔진의 낙하 예상 지점과 멀지 않은 곳입니다. 중국 민항기 4대가 북한의 로켓 진로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입니다.
광대한 상공에서 항공기와 북한의 우주발사체가 충돌할 확률은 극히 낮지만 ‘조류 충돌’ 사고로도 추락 위험에 처하는 항공기의 특성을 고려할 때 당시 이들 여객기 4대에 탑승한 승객 수백 명은 북한의 발사를 알지도 못한 채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던 것입니다.
VOA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북한이 구체적인 발사 시간을 공개하지 않은 데 대한 입장을 문의한 상태로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편 앞서 VOA는 플라이트레이더24 자료를 인용해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직전 한반도 서해상에선 미 공군 정찰기 ‘RC-135S’ 코브라볼이 포착됐다고 전했습니다.
코브라볼은 북한의 발사가 이뤄지기 약 90분 전인 27일 오후 9시 10분경 중국 칭다오에서 동쪽으로 약 200km, 한국 신안 앞바다에서 서쪽으로 약 300km 떨어진 지점을 수차례 선회 비행했습니다. 이곳은 북한의 1단 추진체(로켓)의 낙하 예상 지점입니다.
전 세계에 3대뿐인 코브라볼은 탄도미사일 감지와 추적에 특화된 미 공군 정찰기로 먼 거리에서도 탄도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하고 미사일 궤적을 추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코브라볼은 이날 북한 로켓 발사 전 과정을 지켜보고, 로켓의 궤적을 추적하기 위해 해당 상공에 출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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