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유엔 군축회의서 북한의 계속되는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과 확산 위험을 비판했습니다. 한국과 북한은 한반도 안보 상황과 ‘동족’의 개념을 놓고 공방을 벌였습니다. 이조은 기자입니다.
미국은 28일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열린 군축회의에서 주요 회원국들과 함께 북한의 계속되는 무기 개발을 지적했습니다.
브루스 터너 미 군축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핵 위협과 중국의 핵 무력 증강으로 확산 위험이 커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자체 핵과 탄도미사일 증강을 추구하려는 북한의 도전”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터너 대사] “And what about the DPRK’s defiance when it comes to pursuing its own nuclear and ballistic build-up, now effectively shielded by Russia in particular, but also the PRC…Russia’s cooperation with the DPRK and Iran is also leading to increased risks of nuclear and missile proliferation, not to mention accidents, and the potential of future arms racing.”
터너 대사는 북한의 이런 움직임이 “러시아는 물론 중국으로부터도 효과적으로 보호받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또 “러시아와 북한·이란의 협력은 사고 위험은 말할 것도 없고 핵·미사일의 확산 위험과 향후 군비 경쟁의 가능성도 높이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카밀 프티 프랑스 군축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돕는 북한의 확산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녹취: 프티 대사] “The war of aggression led by Russia against Ukraine has stricken the European soil now for two years and the proliferation crises in Iran and North Korea render our nonproliferation and disarmament architecture more fragile.”
“러시아가 주도한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이 2년째 유럽 전역을 강타하고 있으며, 이란과 북한의 확산 위기는 우리의 비확산 및 군축 구조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북한은 무기 개발의 정당성을 내세우면서 반발했습니다.
[녹취: 주영철 참사관] “I ask the floor to categorically reject the absurd and provocative accusations against my country made by some countries like the US, France, Italy, Canada and Ukraine. They are meant to misuse this forum for their own political purposes, as they did in the past, which is not surprising…Mr. President, it is undeniable fact and history that the United States nuclear threat, which has lasted for more than half a century, triggered off the DPRK’s access to nuclear weapons, and that hostile act, a military blackmail by the US have been its decisive factor of accelerating DPRK’s advance for posturing up its nuclear force. DPRK will continue to take measures, including bolstering its nuclear deterrence necessary to reform and defending the dignity and sovereignty of the nation and its people from all sorts of attempts by the US to deny my country's sovereignty.”
주영철 제네바주재 북한대표부 참사관은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우크라이나 등 일부 국가들이 우리나라에 대해 제기하는 터무니없고 도발적인 비난을 전면적으로 배격할 것을 이 자리에서 요청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반세기 이상 지속돼 온 미국의 핵 위협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촉발했으며 미국의 적대행위, 군사적 공갈이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를 가속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역사”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앞으로도 우리 국가의 자주권을 부정하려는 미국의 온갖 시도로부터 국가와 주민의 존엄 및 주권을 수호하고 개혁에 필요한 핵 억제력을 강화하는 것을 포함한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이날 군축 회의에서는 한국과 북한이 한반도 안보 상황과 ‘동족’의 개념을 놓고 공방을 벌였습니다.
김일훈 제네바주재 한국대표부 참사관은 “남쪽의 한민족을 대상으로 한 선제 핵무기 사용 위협을 포함해 북한의 점점 커지는 핵 위협이 바로 우리가 역내 확장억제와 협력을 강화하는 이유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녹취:김일훈 참사관] “The DPRK’s ever growing nuclear threats, including its threat to preemptively use nuclear weapons on fellow Koreans in the South, are the very reason why we are strengthening extended deterrence and cooperation in the region, not the other way around. It is not only legitimate but sensible in light of such reckless and escalatory threats.”
이어 “(북한의) 이런 무모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위협에 비춰 볼 때 이런 지적은 타당할 뿐만 아니라 합리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북한의 주영철 참사관은 발언권을 요청해 “북한은 자국의 국권과 안보 이익을 훼손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주영철 참사관] “I have no interest in engaging in a useless argument with the ROK because its stereotyped accusation is preposterous, thus does not deserve any response. But I would like to make it clear my Delegation's position again. The DPRK will never tolerate any attempt to undermine its national rights and security interests.”
주 참사관은 또 “양측(남북) 관계는 더 이상 동족이 아닌 두 국가 간의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기 때문에 북한과 한국이 동족이라는 개념은 이미 우리 인식에서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을 한국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동족이 아닌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고 한국을 ‘주적’으로 칭하며 “공화국의 민족력사에서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을 포함해 65개 회원국의 제네바 군축회의는 1979년 설립된 세계 유일의 다자 군축 협상 포럼으로 핵무기와 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와 재래식무기 등의 군축과 국제안보, 신뢰구축 등의 문제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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