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기구와 국제인권단체들이 세계 아동 노동 반대의 날을 맞아 북한 정부에 아동권리협약을 준수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전 세계적으로 아동 노동을 근절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12일 세계 아동 노동 반대의 날(World Day Against Child Labour)을 맞아 북한의 아동 강제 노동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OHCHR의 리즈 트로셀 대변인은 이날 VOA의 논평 요청에 “북한 정부는 아동의 교육, 건강, 휴식, 여가에 대한 권리를 방해하는 아동 노동 등 강제 노동을 사용하는 관행을 중단하고, 아동권리협약 당사국으로서 협약에 따른 약속을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트로셀 대변인] “The Government of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should stop the practice of using forced labour including child labour that interferes with childrens’ rights to education, health, rest and leisure and abide by its commitment under the 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 to which it is a party.”
트로셀 대변인은 서울 유엔인권사무소가 지난해 밝힌 북한의 아동 노동 실태에 대한 우려를 재확인하면서 서울사무소의 보고서 기록은 “지속적인 아동 노동 관행이 국가가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강제 노동의 일부임을 시사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북한의) 아동은 학교와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같은 청소년 조직들을 통한 강제 노동 동원에 취약하다”면서 “이들은 종종 건설 현장과 광산 등에 ‘돌격대’로 동원돼 가혹한 조건에서 광범위한 노동을 수행해야 하고 착취의 위험에 처해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트로셀 대변인] “Children are vulnerable to forced labour mobilisations through schools and youth organizations such as the Youth League. They are often mobilized for “shock brigades,” for example at construction sites and mines, where they are required to perform extensive labour under harsh conditions and are at risk of exploitation.”
북한은 지난 1990년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했지만 유엔 인권기구 등 국제사회는 북한 정부가 이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해 왔습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32조는 “모든 아동은 경제적으로 착취당해서는 안 되며, 건강과 발달을 위협하고 교육에 지장을 주는 유해한 노동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북한 정부는 그러나 지난 2017년 유엔 아동권리협약 이행 제5차 심의를 받으면서 “교과 과정의 생산노동 외 아동 노동은 금지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국제인권단체들은 북한 정부의 주장이 사실과 크게 다르다고 반박합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휴먼라이츠워치의 리나 윤 선임연구원은 12일 VOA에 보낸 성명에서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북한 어린이에게 무급 노동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위험”이라고 말했습니다.
[리나 윤 선임연구원] “Sadly, for most North Korea children, unpaid labor is sadly a normal hazard in everyday life. North Korean children are regularly forced to do agricultural work, break rocks, gather scrap metal or raise rabbits. The government's child exploitation is yet another demonstration on how low it’s prepared to go to sustain political and economic power.”
윤 선임연구원은 “북한 어린이들은 정기적으로 농사일, 돌 깨기, 고철 수집, 토끼 키우기 등의 노동을 강요받는다”면서 “북한 정부의 아동 착취는 북한 정권이 정치적, 경제적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낮은 곳까지 내려갈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정부는 아동을 착취하고 양질의 교육을 받도록 배정된 시간을 빼앗는 대신 아동의 권리를 우선시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리나 윤 선임연구원] “The North Korean government should prioritize and protect children's rights, instead of taking advantage of children and cheating them out of time that should be allocated to receive quality education.”
세계 150여 개국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 국제앰네스티의 최재훈 북한인권담당관도 12일 VOA에 한국에 정착한 수십 명을 면담한 결과 “북한의 중학교(한국의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학교 수업 외에도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국가가 부과한 농사, 도로 보수, 그리고 건설 작업과 같은 중노동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최 담당관은 또한 “소학교(초등학교) 학생들도 학교 시설 보수, 환경 정비와 같은 노동에 강제되어 왔다”며 “학생들은 적절한 휴식과 식사는커녕 제대로 된 안전장비도 제공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1조 ‘휴식 및 놀 권리’, 제32조 ‘유해한 노동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에 반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이 협약 당사국으로서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통일부 북한인권증진위원회도 앞서 11일 회의를 개최한 뒤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북한이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했음에도 아동에 대한 노동착취를 정부가 조직적으로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위원회는 북한이 사회주의헌법과 노동법, 아동권리보장법을 통해 16세 미만의 아동 노동을 금지하고, 형법을 통해 이를 위반한 자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지만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보도자료에서 “북한의 아동 노동력 착취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북한정권이 주도적으로 자행한다는 점”이라면서 북한이 아동권리협약 비준국으로서 이를 준수하고 개선하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는 이와 관련해 국제노동기구(ILO)에도 논평을 요청했지만 ILO 대변인은 12일 “북한은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논평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아동 노동은 유엔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뿐 아니라 전 세계 빈곤국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습니다.
유엔은 12일 발표한 성명에서 전 세계 아동 10명 중 1명인 1억 6천만 명이 아동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국가 정책 등을 통해 “아동 노동을 종식하자”고 촉구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12일 세계 아동 노동 반대의 날을 맞아 매튜 밀러 대변인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아동이 위험한 노동이나 범죄적인 착취에 노출되어선 안 된다는 점을 재확인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밀러 대변인] “On World Day Against Child Labor, we reaffirm that children must not be subjected to hazardous work or criminal exploitation....The United States is committed to ending child labor globally. U.S. embassies around the world help prepare the Findings on the Worst Forms of Child Labor, and the List of Goods Produced by Child Labor or Forced Labor, while assisting other countries to address these problems.”
국무부는 “미국은 전 세계적으로 아동 노동을 근절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전 세계 미국 대사관은 ‘최악의 아동 노동 형태에 대한 조사 결과’와 ‘아동 노동 또는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상품 목록’을 작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동시에 다른 국가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원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최악의 형태의 아동 노동을 근절하려면 성인 근로자와 그 가족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전 세계적인 조치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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