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문가들은 북한과 러시아가 최근 체결한 조약이 한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란 러시아 측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의도란 해석입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는 25일 최근 러시아가 북한과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이 한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러시아 측의 주장에 대해 “이 조약은 당연히 한국과 한국 국민에 대한 위협”이라며 “러시아는 매우 기만적이며, 이것이 그들의 일반적인 행동 양식”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러시아가 한국에 대적해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북한에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조약은 한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이는 명백한 사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윤석열 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 전쟁에 대항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고, 아마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And I think the Russian Federation is concerned that the Yoon Suk-yeol government is considering and possibly would go forward with providing a weaponry to the Ukrainians to resist the war of aggression in Ukraine against the Russians.”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는 등 확전 요소를 원치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러시아 측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부연했습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러시아가 서울에 특사를 보내 북한에 식량 등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군사 기술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도 있지만 북러 간 이미 군사 기술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에 그런 외교적 해결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습니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 차관은 이날 러시아 관영 매체인 ‘스푸트니크’ 통신에 “이 조약은 한반도와 역내 문제를 군사적 수단을 통해 해결하려고 기대했거나 계획했던 국가들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면서 한국이나 제3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한국이 새로운 (북러) 합의를 이해하고 러시아와의 관계를 포함해 건전한 접근 방식이 우선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한국 정부는 북한과 러시아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한 것과 관련해 지난 20일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기존 방침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21일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것은 ‘큰 실수’라고 위협했습니다.
이에 다시 장호진 한국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23일 한국 ‘KBS’ 프로그램에 출연해 “러시아가 고도의 정밀 무기를 북한에 준다고 하면 우리에게 더 이상 어떤 선이 있겠는가”라며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지원 재검토는) 러시아 측이 하기 나름”이라고 말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돼 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루덴코 차관이 사태를 진정시키려는 듯한 발언을 내놓은 것입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이와 관련한 VOA의 논평 요청에 “푸틴 정권의 관리들은 외교적∙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허위 정보와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데 상당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아마 그의 발언에 대해 가장 우호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러시아가 한국을 협박하고 위협하고, 또 한국의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북한의 지배 하에 한반도를 강제로 통일하려는 북한에 군사 및 기술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저지른 실수를 깨달았다는 점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 “Officials of Putin's regime have considerable skill in spreading disinformation and misinformation in furtherance of their diplomatic and political goals. Probably the kindest things that can be said about his remarks is that perhaps Moscow realizes the mistake it has made by trying to blackmail and intimidate the Republic of Korea and by providing military and technology assistance to the DPRK, which is committed to destroying South Korea's democracy and forcibly unifying the Korean Peninsula under Pyongyang's rule.”
이성윤 우드로윌슨센터 연구원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푸틴과 김정은이 공식적∙공개적으로 조약을 체결하고 ‘계속 무기 거래도 할 것’이라고 하니 윤석열 정부로서도 반응을 안 할 수가 없었을 것”이라며 “그래서 살상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직접 제공하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했는데 푸틴이 그 정도까지는 예측을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제공하기 시작한다면 푸틴으로서도 ‘이건 실책이었다. 한국을 너무 대놓고 자극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도움이 될 게 없다’ 이런 자각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 연구원] “그래서 러시아 외무부 차관도 ‘한국을 겨냥한 것 아니다’ 이런 거짓말을 쓰는 거지,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북한의 위성 또는 핵 잠수함 등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러시아가 지원을 한다고 그렇게 천명을 했는데, 선포를 했는데, 그러면 이게 한국을 위협하지 누구를 위협하는 거겠습니까? 그래서 러시아가 그냥 거짓말 수준으로 ‘그냥 이건 한국 위협이 아니니까 한국도 자제해라’ 이러한 암묵적, 그런 메시지라고 해석을 합니다.”
북러 정상회담이 한반도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신중론도 있습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대리는 이날 VOA에 “북러 간 정상회담이 열린 지 아직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만큼 이것이 실제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기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하지만 정상회담 이후의 상황은 윤석열 정부가 직면한 가장 엄중한 외교 정책 및 외교 시험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나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랩슨 전 대사대리] “The post-summit situation seems to be shaping up as one of the sternest foreign policy and diplomacy tests the Yoon administration has faced. Much will depend on how it reacts, or doesn’t react, in both the short term and longer term.”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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