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영국이 4일 총선이 치르는 가운데 야당인 노동당이 전례 없이 대승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친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 처음으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했습니다. 중국이 쿠바에서 첩보 시설을 확장하고 있다는 정황과 분석을 담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고서 내용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영국에서 4일 국제사회의 눈길을 끄는 중요한 일정이 잡혀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날(4일) 영국에서 하원의원을 뽑는 총선이 치러집니다. 원래 내년 1월에 총선이 있을 예정이었는데요. 리시 수낙 총리가 지난 5월 22일 조기총선을 7월 4일에 치르겠다며 의회를 해산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조기총선에서 야당인 노동당이 집권하는 것이 확실시 된다고 하더군요.
기자) 네. AFP통신은 새로운 여론조사 결과, 노동당이 크게 이걸 것이 99% 확실하다고 2일 보도했습니다. 영국 여론조사 기관인 서베이션은 노동당이 약 42%, 그리고 보수당이 23%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노동당은 이번에 이기면 14년 만에 집권하는 겁니다.
진행자) 득표율이 거의 2배 차이가 나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AFP통신은 의석수로는 전체 650석 가운데 노동당이 484석, 보수당 64석, 그리고 자유민주당이 61석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득표율 격차보다 의석수 격차가 훨씬 큰데요. 이건 한 지역구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 1명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 때문이라고 AFP통신은 설명했습니다. 참고로 영국은 프랑스와 달리 총선에서 결선 투표가 없습니다.
진행자) 이런 전망대로라면 그야말로 노동당의 압승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습니까?
기자) 노동당은 지난 1997년 당시 토니 블레어 대표를 총리로 만들어준 총선에서 418석을 얻었습니다. 그러니까 484석이라면 그때보다 65석 이상을 더 확보하는 겁니다. 그런가 하면 보수당이 1931년 총선에서 470석을 얻으면서 대승했는데, 이때 의석수도 뛰어넘습니다. AFP통신은 484석 획득이 현대 영국 역사에서 유례가 없는 승리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14년 동안 집권한 보수당이 왜 이렇게 크게 패할 위기에 처한 건가요?
기자) 네. 보수당은 2010년에 집권한 이래 계속해서 여러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먼저 국제 금융위기 여파로 나랏빚이 늘어나자, 정부가 적자를 줄이려고 몇 년 동안 긴축정책을 시행한 탓에 경기가 가라앉았습니다. 이어 ‘브렉시트’, 즉 유럽연합(EU)을 탈퇴했고, 또 서부 유럽에서 가장 심각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과 싸웠습니다. 그런가 하면 2022년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에 물가가 치솟으면서 많은 사람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진행자) 나라 안팎에서 힘든 일이 많았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과는 별도로 하수 유출이나 신뢰하기 힘든 기차 운행, 생활비 폭증, 범죄, 국가보건서비스(NHS) 위기, 그리고 영국 해협을 통한 이주민 쇄도 등 여러 문제를 두고 많은 유권자가 보수당을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거기에 몇 년 전에는 보수당 정부가 추문에 휩싸이기도 했죠?
기자) 네. 코로나 대유행을 막기 위한 봉쇄 기간에 당시 보리스 존슨 총리가 총리 공관 등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져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그뿐 아니라 존슨 총리 이후 집권한 리즈 트러스 총리가 무리하게 추진한 감세가 가져온 금융시장 혼란도 많은 유권자를 실망하게 했는데요. 그런 이유로 지난 2년 동안 지지율이 두 자릿수 격차로 노동당에 뒤졌습니다.
진행자) 수낙 총리가 그렇게 지지율이 크게 뒤지는 상황에서 왜 조기총선을 택한 겁니까?
기자) 네. 최근에 영국 경제가 조금 좋아지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그러자 수낙 총리가 보수당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면서 보수당을 지지하도록 유권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조기총선을 선택했습니다. 참고로 영국 하원의원 임기가 원래 5년인데요. 하지만 총리가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하면 언제든지 의회를 해산해서 총선을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총선에서 중요한 쟁점이라면 어떤 것들이 있나요?
기자) 네. 앞서 언급한 보수당이 직면했던 문제들과 대개 겹치는데요. AP통신은 핵심 쟁점으로 경제와 이민, 보건, 그리고 환경 문제를 들었습니다.
진행자) 총선이 끝나면 새 총리를 어떻게 정하는 겁니까?
진행자) 네. 총선 이후 다수당이 단독으로, 또는 다른 정당과 연대해서 새 정부를 꾸리는데요. 다수당 지도자가 총리가 됩니다. 현재 집권이 거의 확실한 노동당을 키어 스타머 대표가 이끌고 있으니까 노동당이 집권하면 스타머 대표가 새 총리가 됩니다.
진행자) 노동당과 보수당 외에 이번 영국 총선에서 눈여겨 볼 정당이 어딥니까?
기자) 네. 먼저 스코틀랜드 독립을 추구하는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을 들 수 있습니다. SNP는 지난 총선에서 48석을 얻었는데요.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10석 정도 획득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앞서 언급한 민주자유당이 있고요. 영국과 북아일랜드 관계 유지를 추구하는 민주연합당, 그리고 영국개혁당도 있습니다. 이 가운데 강력한 반이민 정책을 내세우는 영국개혁당이 이번 총선에서 적지 않은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소선거구제 탓에 의석수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AFP통신은 전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친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했군요?
기자) 네. 오르반 총리가 2일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오르반 총리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후 크이우를 찾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진행자) 오르반 총리가 젤렌스키 대통령과 껄끄러운 관계죠?
기자) 그렇습니다. 오르반 총리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연장하고 러시아를 제재하려는 EU의 노력을 계속 차단하거나 지연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오르반 총리는 또 EU가 우크라이나 EU 가입을 위한 협상을 시작하는 것에도 반대해 왔는데요. 이런 오르반 총리의 태도가 젤렌스키 대통령과 여타 지도자들을 힘들게 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에 우호적인 오르반 총리가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서 무슨 말을 했습니까?
기자) 네. 오르반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러시아와의 “빠른 휴전”을 위해 노력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오르반 총리는 “나는 빠른 휴전이 평화 회담의 속도를 높일 수 있는지 고려해 달라고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촉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오르반 대통령이 휴전을 촉구한 것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어떻게 답했나요?
기자) 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제 협력국들과 함께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크이우의 조처를 지지해 달라고 오르반 총리에게 촉구했습니다. 그는 이날(4일) 저녁 영상연설에서 헝가리와 오르반 총리에게 관련 노력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좋지 않은 두 나라 사이에 관해서는 어떤 말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오르반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 뒤 기자들에게 “우리는 과거의 분쟁을 뒤로 하고 앞으로의 시기에 집중하려 한다”면서 “우리는 두 나라 사이가 훨씬 더 좋아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을 피해 헝가리에 있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헝가리가 인도적 지원을 제공해 준 것에 감사하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오르반 총리가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 것에 대해서 러시아 쪽에서 나온 반응이 있나요?
기자) 네. 크렘린궁 측은 2일 오르반 총리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것으로부터 기대하는 것이 별로 없다면서, 오르반 총리가 자국 이익을 열심히 옹호하는 강인한 정치인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의 고위 참모가 러시아와 타협하는 문제에 관해서 언급했군요.
기자) 네.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 비서실장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끝내려고 러시아와 타협하고 영토를 포기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2일 말했습니다. 예르마크 실장은 이날(2일) 미국 워싱턴에서 올해 대선에 출마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쟁을 빨리 끝낼 수 있다고 최근 말한 것에 대한 질문에 그렇게 답했습니다. 예르마크 실장은 또 기자들에게 크이우가 전쟁에서 오직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모든 조언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중국이 쿠바에 첩보 시설을 확대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쿠바 군사기지를 촬영한 새로운 위성 사진을 공개했는데요. CSIS는 위성 사진 분석 결과, 4곳의 군사기지가 향상된 첩보 능력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해당 기지들이 어디 있습니까?
기자) 쿠바 수도 아바나와 가까운 베후칼, 와하이, 칼라바사르 등 세 곳과 남서부 엘살라오 등 총 4곳입니다. CSIS가 보고서에서 공개한 위성 사진은 3월과 4월에 촬영된 건데요. 수도 아바나 근처의 세 곳은 새로운 첩보 시설을 확충했거나 진행 중이고요. 엘살라오는 전에는 알려지지 않은 기지로 아직 공사 중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쿠바 관타나모에 있는 미 해군기지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 미국의 우려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CSIS는 이들 기지의 첩보 능력이 향상되고 있다고 평가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CSIS는 기밀 자료에 대한 접근 없이 이런 시설의 특정 목표물을 정확히 파악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베후칼과 칼라바사르 같은 곳에서 우주 감시 장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새 위성 사진은 베후칼이 새로운 무선 안테나 인클로저를 비롯해 폭넓게 업그레이드했다는 증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진행자) 쿠바가 우주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나요?
기자) 아닙니다. 쿠바는 자체 위성이나 우주 프로그램을 운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우주 감시 장비가 늘어나는 것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CSIS 전문가들은 위성을 모니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안테나, 레이더 접시, 기타 장비들이 설치된 것을 들어 해당 기지들의 첩보 능력이 진화하고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베후칼은 과거 냉전 시대, 쿠바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곳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1962년 이른바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주목을 받았는데요. 당시 이 기지는 소련의 핵무기 저장 시설로 사용됐었습니다. 최근에는 주요 정보 감시 기지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중국을 위해 전자 통신을 추적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이 미국을 감시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시설을 쿠바에 구축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주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CSIS 보고서에서 주목할 내용 또 어떤 게 있습니까?
기자) CSIS는 보고서에서, 중국이 쿠바에 있는 감시 기지를 통해 군사적으로 미국을 앞지르는 데 필요한 역량과 통찰력을 얻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군사훈련과 미사일 시험, 잠수함 기동 등에 관한 정보 수집을 통해 미국의 군사활동에 보다 정교한 그림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지적했고요. 또 이들 쿠바 시설이 무선 통신을 도∙감청하고, 미국 위성이 전송하는 매우 민감한 군사정보를 가로챌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CSIS의 보고서에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미 국가정보국장실(The Office of the 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은 CSIS 보고서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습니다.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2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중국이 쿠바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려고 계속 노력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며 면밀히 감시하고 대응 조처를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 반응도 전해 주시죠.
기자) 중국은 CSIS 보고서를 일축했습니다. 주미 중국 대사관의 류펑위 대변인은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미국은 중국에 대한 악의적인 중상모략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어 미국이 도청 분야에서 선두 주자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동맹에 대한 도청도 서슴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쿠바 정부도 입장을 내놨습니까?
기자) 네. 쿠바도 월스트리트저널 기사를 언급하며 CSIS 보고서를 일축했습니다. 카를로스 페르난데스 데 코시오 쿠바 외무차관은 2일, 소셜미디어 X에 올린 글에서 “검증 가능한 출처를 인용하거나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존재하지도 않고 아무도 본 적 없는 중국 군사기지에 대한 전설로 대중을 겁주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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