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한반도 긴장 고조가 국내 정치적 위기에 빠진 윤석열 한국 정부가 이를 벗어나기 위해 안보 불안을 조장한 탓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내정 간섭을 통해 한국 내 여론 분열을 노리고 있다고 규탄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한국 측이 해상과 육상 접경지대에서 재개한 포 사격 훈련을 “엄청난 재앙을 감수하면서까지 국경일대에서의 전쟁연습소동을 한사코 강행하는 자살적인 객기”라고 주장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8일 공개한 담화에서 담화에서 “공화국 국경 가까이로 더더욱 다가서며 감행되는 한국 군대의 무분별한 실탄 사격훈련이 어떤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가는 명백하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김 부부장은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최악의 집권 위기”에 내몰려 “지역에서 끊임없이 안보 불안을 조성하고 전쟁 분위기를 고취하며 나중에는 위험천만한 국경 일대에서의 실탄 사격훈련도 서슴지 않고 있다”며 한반도 위기고조의 책임을 한국 정부에 떠넘겼습니다.
김 부부장은 특히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요구하는 한국 국민들의 국회 국민동의 청원 참여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는 점을 언급하며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라는 자가 대한민국의 운명을 칠성판에 올려놓았다”고 비난했습니다.
한국 내 정치 상황을 이용해 남남갈등을 부추기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관측입니다.
구병삼 한국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이런 의도를 규탄했습니다.
[녹취: 구병삼 대변인] “북한이 우리 국가 원수를 비난하는 등 우리 내정에 간섭하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입니다. 우리 사회의 국론 분열을 꾀하려는 북한의 시도는 결코 통하지 않을 것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힙니다.”
구 대변인은 그러면서 “북한 정권은 핵과 미사일 도발로 스스로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을 자초하며 북한 주민들의 민생을 외면하고 기본적 인권을 억압하는 자기 모습을 먼저 돌아보아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전하규 한국 국방부 대변인은 접경지 포사격 훈련에 대해 “관할 구역 내 정상적인 사격훈련이었다”고 반박하며 앞으로도 계획에 따라 훈련을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 부부장은 또 지난달 미한일 3국의 첫 다영역 연합훈련 ‘프리덤 에지’로 “일촉즉발의 위기가 배회하는 형국”이라며 “공화국 주권을 침해하거나 선전포고로 되는 행동을 감행했다고 우리의 기준에 따라 판단되는 경우 공화국 헌법이 우리 무장력에 부여한 사명과 임무는 바로 수행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살포와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 공격, 탄도미사일 발사 등 복합 도발에 대응해 지난달 4일 ‘9.19 남북군사합의’ 모든 조항의 효력 정지를 결정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이에 따라 군사합의가 금지하고 있던 육상과 해상 적대행위 금지구역 내 포 사격과 기동 훈련을 재개하기로 했고, 지난달 26일과 지난 2일 각각 서북도서 해병부대와 전방 육군부대의 포 사격 훈련을 6∼7년 만에 재개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가 분쟁으로 비화할만한 직접적 도발을 위협했다기 보다는 한반도 긴장 고조의 책임을 윤석열 정부에 떠넘기는 데 초점을 맞춘 경고성 담화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홍민 선임연구위원] “단지 이 담화를 통해서 향후 북한이 사격훈련을 더 강화하겠다 이런 의도에 방점을 찍기보다는 책임을 일단 한국 쪽에 전가하는 부분이 오히려 굉장히 크다고 보여지고.”
김 부부장 이번 담화는 이례적으로 전체 분량의 3분의1가량을 윤석열 정부의 국내 정치적 위기 상황을 한반도 긴장 고조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데 할애했습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박용한 선임연구원은 윤석열 정부의 공세적인 대북정책 추진을 약화시키고 추가 도발에 대한 명분을 축적하려는 이중 용도의 담화라고 진단했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달러 환율 폭등, 곡물가고공행진 등 러시아와의 협력이 무색할만큼 경제난이 심화하고 있고 북한의 도발에 강력 대응을 경고한 미한 당국의 방침 등으로 도발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양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김 부부장의 담화는 수위를 조절한 복합도발의연장선에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번 담화는 한국 정치 상황을 활용해 윤 대통령 탄핵까지도 유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김여정 담화의 핵심은 윤석열 정부가 국내 정치적 위기에 봉착해서 대북 강경노선으로 전환했다 이 내용이거든요. 그러니까 한국 사회 내부에서 막으라는 얘기죠. 자기들의 의도도 도발은 아니니까 내부에서 결국은 탄핵시켜라 이 얘기죠.”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접경지 일대에서 미한의 대북 정찰자산 활동 등에 대한 제약을 낳았던 9.19 군사합의가 효력을 잃게 된 데 대한 북한 지도부의 불편한 심기가 이번 담화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문 센터장은 또 윤 대통령이 8일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NATO)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으로 떠나는 데 맞춰 김 부부장의 담화가 나온 것은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서방국가와의 적극적인 공조 행보를 폄하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왜냐하면 나토 정상회의 3번 연속 참석을 불편해하고 그걸 비방하는 세력이 국내에 분명히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 편승해서 이걸 깎아 내리고 이게 부당하다, 결국 북한을 자극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이다 라는 것을 최대한 부추기려는 의도도 같이 있어 보여요.”
문 센터장은 이와 함께 북한은 김 부부장의 담화를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도 실어 한국이 ‘제1주적’임을 각인시키면서 외부로부터의 침공에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과시함으로써 내부 결속을 다지는데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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