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7일 진행된 프랑스 총선 결선 투표에서 좌파연합이 승리했습니다. 1차 투표에서 1위에 올랐던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은 3위에 그쳤습니다.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개혁파 후보인 마수드 페제시키안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필리핀과 일본이 처음으로 방위협정을 맺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으로 프랑스로 가봅니다. 프랑스 총선 결과가 나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7일 치러진 결선 투표에서 좌파연합인 신민중전선(NFP)이 1위에 올랐습니다. 2위는 범여권(앙상블)이, 3위는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이 차지했습니다. 영국 BBC방송은 프랑스 내무부를 인용해 NFP가 182석, 범여권이 168석, 그리고 RN과 동맹 세력이 143석을 얻었다고 8일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2차 투표에서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나온 거죠?
기자) 맞습니다. 사전 여론조사로는 RN이 1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을 깨고 NFP가 다수당이 됐습니다. AFP통신은 이런 결과가 지난 1981년 대선에서 당시 프랑수아 미테랑 사회당 후보가 당선된 뒤 프랑스 좌파 진영에 있어 가장 놀라운 승리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NFP가 어떤 정당들로 구성돼 있습니까?
기자) 네. 6월 9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조기 총선을 선언한 뒤 사회당, 녹색당, 공산당, 그리고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가 연합한 세력입니다. NFP를 구성하는 정당들을 이념이나 정책에 있어서 차이가 있고, 서로를 비난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극우파가 집권하는 것을 막으려고 연합했습니다.
진행자) NFP에서 어느 정당이 중심인가요?
기자) 네. 장뤼크 멜랑숑 대표가 이끄는 LFI입니다. 이번에 LFI는 약 80석을 얻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멜랑숑 대표는 결선투표 결과가 나온 뒤 연설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좌파 진영 총리를 임명할 의무가 있다고 선언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선거에서 또 다른 이변은 RN이 3위로 밀려난 거죠?
기자) 네. 결선 투표 전 조사로는 RN이 과반은 아니지만 가장 많은 의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실제로 RN 측은 집권을 염두에 두고 마크롱 정부와 ‘동거정부(cohabitation)’를 꾸릴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3위에 그치면서 이런 계획이 무산됐습니다. 한편 RN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마린 르펜 의원은 7일 “극우 물결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우리의 승리는 사실상 지연된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이변이 나온 이유가 뭡니까?
기자) 네. 많은 언론은 이른바 ‘공화국 전선 (Republican Front)’이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합니다. 공화국 전선이란 극우 집권을 막으려고 다른 정파들이 연합하는 것을 말합니다. 1차 투표 결과 RN이 집권할 가능성이 커지자 NFP와 범여권이 힘을 합쳤는데요. 2차 투표에서 NFP 후보와 범여권 후보가 모두 나와 표가 갈라져서 RN 후보가 이기는 것을 막으려고, 이들은 지난 1차 투표에서 3위에 오른 자당 후보를 사퇴시켰습니다.
진행자) 그런 공화국 전선으로 사퇴한 후보가 몇 명이나 되나요?
기자) 네. 범여권과 NFP에서 200명이 넘는 후보가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전술로 극우를 혐오하던 많은 유권자는 남은 후보가 자신이 1차 투표에서 선택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그 후보가 누구든 지지했습니다. 이에 대해 극우 진영이 강하게 반발했는데요. 조르당 바르델레 RN 대표는 공화국 전선을 “명예롭지 않은 동맹”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이제 1당이 된 NFP가 총리를 내고 정부를 꾸릴 수 있는 겁니까?
기자) 아닙니다.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하려면 289석이 필요한데, NFP 의석이 여기에 많이 모자랍니다. 그래서 다른 정파와 연합해야 집권이 가능한데요. 좌파연합인 NFP가 극우정당인 RN과 연합할 수는 없으니까 범여권과 협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범여권이 NFP와 손을 잡을까요?
기자) 마크롱 대통령이 좌파연합 내 중도좌파와 연립정부 구성을 협상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강경 좌파인 LFI와는 함께 일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요. 그래서 사회당이나 녹색당에 손을 내밀 수 있습니다. 한편 프랑스 대통령실은 마크롱 대통령이 새 정부에 대해 결정하기 전에 새 의회가 스스로 조직될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프랑스에서 과거에도 서로 다른 정파가 연립정부를 만든 적이 있었습니까?
기자) 다른 유럽나라들에서는 1당이 다른 정당과 연합해서 연립정부를 꾸리는 경우가 흔합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현대 들어 연립정부가 있었던 적이 없었다고 하는데요. 이건 절대다수 세력이 없는 의회가 이전에 없었다는 뜻입니다.
진행자) 의회가 원내 다수 세력이 없는 상태에서 출범하는 건 프랑스가 전혀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거로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국정 운영이 아주 힘들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좌파연합은 마크롱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 개혁의 중단, 최저 임금 인상, 그리고 부유세 부과 등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마크롱 정부는 실업 혜택 개혁 등 친기업 성향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의회와 많이 대립할 가능성이 있는데요. 그러면 국정운영이 큰 혼돈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이번에는 이란으로 가봅니다. 지난주 이란 대통령 보궐선거 결선 투표가 있었는데, 최종 결과가 나왔죠?
기자) 네. 결선투표에서 개혁파 후보가 보수파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습니다. 이란 선거관리 당국은 개표 결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후보가 1천600만 표 이상, 사이드 잘릴리 후보가 1천300만 표 이상을 얻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결과는 득표율로 따지면 각각 약 54%, 그리고 약 44%입니다.
진행자) 대통령에 당선된 페제시키안 후보 쪽에서 어떤 말이 나왔나요?
기자) 네. 페제시키안 당선인은 연설에서 지지자들에게 감사를 나타내고 지지자들 투표가 “불만스러운 분위기에 빠진 사회에 희망을 줬다”고 말했습니다. 또 “나는 이번 선거에서 거짓 약속을 하지 않았다”면서 “나는 내일 하지 못할 그 어떤 것도 말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페제시키안 당선인이 선거 기간 어떤 공약을 내세웠습니까?
기자) 네. 먼저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벗어나기 위해 서방 나라들과 “건설적인 관계”를 맺자고 촉구했습니다. 페제시키안 당선인은 이와 관련해 현재 효력이 중단된 이란 핵합의 복원을 시도할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다음 국내 문제에 있어서는 장기간 이어진 인터넷 제한을 완화하고, 여성들이 머리가리개(히잡)를 하도록 강요하는 경찰 순찰에 전적으로 반대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진행자) 2022년에 마흐사 아미니 씨가 히잡을 하지 않았다고 경찰에 잡혀갔다가 숨진 사건 때문에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죠?
기자) 네. 그러면서 많은 사상자가 나왔습니다. 그런가 하면 페제시키안 당선인은 여성과 쿠르드나 발루치 같은 소수민족을 정부에 더 참여시킬 것이고, 인플레이션을 줄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페제시키안 후보가 당선된 뒤에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만났다는 보도가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란 테헤란타임스는 하메네이가 페제시키안 당선인, 그리고 잘릴리 후보를 만났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페제시키안 후보의 당선을 축하하고, 페제시키안 당선인이 국민의 잠재력과 여타 가용한 자원을 써서 나라를 발전과 번영으로 이끌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고 합니다.
진행자) 차기 페제시키안 정부가 출범하면 이란에 어떤 변화가 생길 수 있을까요?
기자) 많은 서구 언론은 이란 사람들이 페제시키안 당선에 대해 엇갈리는 마음을 갖는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니까 조금은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변화에 회의적인 사람들이 있다는 겁니다. 몇몇 전문가는 중요한 정치, 외교, 국방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이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이기 때문에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진행자) 이번 이란 대선 결과에 대해 국제사회에서는 어떤 반응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나빌라 마스랄리 유럽연합(EU) 대변인은 페제시키안 당선인에게 축하한다면서 EU 27개 회원국이 EU 정책에 따라 이란 새 정부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축하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중국과 러시아는 이란과의 관계가 밀접한 나라들이죠?
진행자) 그렇습니다. 중국은 이란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자 제재로 수출에 제한이 있는 이란산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합니다. 또 이란산 드론을 대거 들여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쓰는 러시아도 이란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미국은 이번 선거가 이란이 근본적으로 방향을 바꾸거나, 자국민 인권을 더 존중하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또 선거가 이란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접근법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필리핀과 일본이 안보협정을 맺었군요?
기자) 네. 일본과 필리핀이 8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상호접근 협정(Reciprocal Access Agreement·RAA)’에 서명했습니다. 이날(8일) 대통령궁에서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 길버트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장관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협정에 서명했습니다.
진행자) 두 나라가 체결한 RAA에 구체적으로 무슨 내용이 들어 있습니까?
기자) 네. 양국이 상대방 영토에 군 병력을 보내 함께 훈련하거나 작전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RAA는 두 나라 의회가 각각 비준하면 발효됩니다.
진행자) 이번 RAA는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죠?
기자) 맞습니다. 태평양에서 군사적으로 점점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협정입니다. 현재 필리핀은 남중국해에서, 그리고 일본은 동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테오도로 장관은 “협정 체결은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 그리고 인도태평양과 특히 우리 지역에서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려는 공동 노력에 있어 또 다른 이정표”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필리핀과 일본은 별도로 다른 나라들과 각각 비슷한 협정을 체결하지 않았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본은 지난 몇 년 새 영국, 호주와 비슷한 RAA를 맺었습니다. 필리핀도 이미 미국, 호주와 같은 협정을 맺었고, 프랑스와의 협정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이 아시아에서 실사격 훈련을 포함한 방위협정을 맺은 나라는 필리핀이 처음입니다.
진행자) 일본은 이번 방위협정을 맺기 전에 이미 안보 부문에서 필리핀을 지원해 오지 않았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본은 순찰선이나 정찰시스템을 포함한 안보 장비와 기술을 필리핀 측에 이미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엔도 카즈야 필리핀 주재 일본 대사는 최근 연설에서 필리핀에 대한 일본 군사 장비 제공에 있어서 “중대한 진전”이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일본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 정부에 들어 다른 나라와의 군사협력뿐 아니라 국방력 강화에도 힘쓰고 있죠?
기자) 네. 일본은 방어 목적으로만 군사력을 사용한다는 기존 ‘전수방위’ 원칙에서 벗어나 반격 능력을 갖추는 등 안보와 국방력 강화를 위한 조처에 착수했습니다. 이를 위해 일본은 방위예산을 대폭 늘리기로 했는데요. AP통신은 이런 움직임이 남중국해에서 제한된 영토 방위 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안보동맹을 결성하려는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의 노력에 들어맞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그런가 하면 두 나라뿐 아니라 미국도 포함되는 3국 군사협력이 강화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이미 필리핀과 일본은 각각 미국과 상호방위협정을 맺고 있는데요. 최근 미국 주도로 세 나라가 함께 하는 군사협력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세 나라 정상이 처음으로 군사 유대를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만나 회담했습니다.
진행자) 일본과 필리핀이 방위협정을 맺은 것에 대해 중국 정부는 어떻게 반응했나요?
기자) 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신냉전을 조장하고 대결을 유발하는 소규모 집단은 말할 것도 없고, 군사 집단도 필요하지 않다”고 비난했습니다. 또 “일본은 자신들의 침략 역사를 진지하게 반성하고 군사안보 분야에서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린젠 대변인이 언급한 일본의 침략 역사라면 태평양 전쟁과 관련이 있죠?
기자) 네. 당시 일본은 필리핀을 포함해 남동아시아를 점령하고 많은 잔학 행위를 저질렀습니다. 하지만 필리핀과 일본은 이후 무역과 투자 부문에서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고요. 최근에는 중국의 부상에 대응해 더 가까워졌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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