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날린 오물 풍선을 피해 수많은 항공기들이 황급히 방향을 트는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목적지인 김포공항 상공 위를 선회하다 인근 공항에 임시 착륙하는 항공기도 여러 대 발견됐는데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함지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 24일 서울 상공 상황을 보여주는 ‘플라이트레이더24’ 화면에 김포공항 활주로를 향해 고도를 낮추는 항공기가 보입니다.
이 항공기는 부산에서 출발한 대한항공(KE) 1822편으로, 서울 구로구 상공을 지나 김포공항 착륙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활주로를 약 4km 남겨둔 오후 5시 22분경, 1822편은 돌연 방향을 서쪽으로 틉니다. 화면에 그려진 항적의 각도는 약 90도, 그만큼 방향전환이 급하게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다시 고도를 높이며 김포공항에서 다시 멀어진 1822편은 곧이어 서울과 부천, 인천, 광명 일대를 크게 도는 선회 비행을 시작합니다.
이날 1822편이 이처럼 일반적이지 않은 비행을 한 것은 북한의 오물 풍선 때문입니다. 오물 풍선을 피해 항공기 기수를 급하게 변경한 것입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종이 등 쓰레기가 담긴 오물 풍선을 한국으로 날렸습니다.
그런데 일부 풍선이 김포공항 방향으로 향하면서 급하게 활주로가 폐쇄되는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KE1822편을 뒤따르던 청주발 에어부산 8010편과 티웨이 항공 726편도 김포 반대 방향으로 기수를 돌렸습니다.
이후 인근 상공엔 한국 중부 지역을 선회 비행하는 항공기 여러 대가 포착됐는데, 이중에는 일본 하네다를 출발한 일본항공(JAL) 93편도 있습니다.
국내선뿐 아니라 국제선까지 북한 오물 풍선의 영향으로 주변 상공을 빙글빙글 돌아야 했고, 이런 장면이 ‘플라이트레이더24’ 화면에 고스란히 남았습니다.
북한의 오물 풍선으로 활주로가 폐쇄된 건 한 달 사이 벌써 두 번째입니다.
지난달 26일 새벽에는 한국 최대 공항인 인천국제 공항이 북한의 오물 풍선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로스엔젤레스를 출발해 인천에 착륙 예정이던 대한항공 9204편과 중국 샤먼발 아틀라스 항공 8948편, 상하이발 중국동방항공 257편 등이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그러다 결국 중국 장자제발 대한항공편은 제주공항으로 회항했고, 캐나다 벤쿠버발 대항항공편은 청주공항에 임시 착륙했습니다.
이들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들은 해당 공항에서 수시간 대기한 뒤 원 목적지인 인천공항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처럼 공항이 활주로를 폐쇄하고 이에 따라 항공기가 선회 비행 혹은 회항 결정을 내린 건 항공기의 안전 때문입니다.
뉴욕한인조종학교 신상철 기장은 26일 VOA에 “고속으로 날아가는 비행기는 아무리 작은 물체라도 충돌을 하게 되면 큰 피해를 입는다”며 오물 풍선에 따른 활주로 폐쇄는 항공기 안전을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상철 기장] “자그마한 새 한 마리가 부딪혀도 조종사가 부상을 당할 수 있고 또 비행기 날개 쪽은 알루미늄 합금판으로 제작돼 있는데, 그것들이 푹 패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요.”
다만 신 기장은 항공기 여러 대가 동시에 선회 비행을 한 것이 또 다른 안전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에는 “항공 교통 관제상 정해진 고도와 지역에서 비행하는 만큼 절차에 맞게 비행한다면 충돌 염려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인천이나 김포와 같은 국제공항에서 대형기가 선회를 한다든지, 착륙을 못하고 복행을 해서 대기하다 내려오게 되면 연료 관계, 특히 금전적인 손해가 엄청나다”며 안전 외에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신상철 기장]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스케줄, 소위 정확한 시간과 절차에 따라 내리고 떠야 하는 항공기들이 그런 문제로 지연이 된다면 전후 모든 사정에 대한 파급 효과는 크죠. 간단한 문제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걸로 보입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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