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북한 대동강변의 주요 석탄 항구에 적어도 70여 척의 선박이 드나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엔 안보리의 금수품인 석탄이 대형 선박에 실려 어딘가로 꾸준히 향하고 있지만 이를 막을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11일 북한 대동강변 송림항을 촬영한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에 적재함을 개방한 대형 화물선이 보입니다.
길이 155m인 이 선박의 적재함 속에는 석탄으로 추정되는 검은색 물체가 가득합니다. 선박 바로 앞 부두에도 검은색 물체가 놓여 있습니다.
위성사진만으로 정확한 상황은 알 수 없지만 이곳이 석탄 취급 항구인 점으로 볼 때 대형 선박에 석탄이 실리고 있는 과정으로 추정됩니다.
VOA가 1월부터 최근까지 송림항을 촬영한 위성사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이 항구를 출입한 선박은 모두 22척으로 나타났습니다.
짙은 구름이 낀 날이나 위성사진이 촬영되지 않은 날을 감안하면 실제 이곳을 드나든 선박은 실제론 더 많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인근 다른 항구의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의 대표 석탄 취급 항구인 남포항에선 지난 9일 100m 길이의 선박이 발견됐습니다.
이 선박은 14일까지 약 닷새 동안 머물렀는데 선박의 적재함은 개방돼 있었고, 그 안에는 검은색 물체가 가득했습니다.
VOA가 이런 방식으로 대동강변의 다른 석탄 취급 항구를 살펴본 결과 올해 약 8개월 동안 남포와 대안항에 출입 흔적을 남긴 대형 화물선은 각각 28척과 22척으로 집계됐습니다.
송림항에서 발견된 선박까지 합치면 올해만 최소 72척이 포착된 것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채택한 결의 2371호를 통해 석탄을 포함한 북한의 모든 광물 수출을 금지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주요 석탄 항구에서의 움직임도 사실상 뜸해야 하지만 실제론 매우 분주한 장면이 민간 위성사진에 찍힌 것입니다.
북한산 석탄, 제3국 운송 여부 주목
앞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이 일대를 북한의 제재 위반 현장으로 지목한 바 있습니다.
특히 이곳에서 선적된 석탄이 중국 닝보-저우산 인근 해역 등에서 불법으로 환적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지난 2018년 석탄을 운반하다 인도네시아 정부에 억류돼 이후 미국 법원에 의해 최종 몰수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 역시 최초 석탄의 선적지는 북한 남포였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도 여러 선박이 제재를 위반하면서 북한산 석탄을 제3국으로 운송하는 것은 아닌지 주목됩니다.
다만 이 같은 불법 행위에 대한 유엔 차원의 대응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로 인해 지난 2018년을 끝으로 6년 넘게 불법 행위에 가담한 선박을 제재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 선박의 불법 석탄 운송을 포함한 제재 위반 행위를 감시하는 유엔 안보리 전문가패널은 올해 4월을 끝으로 활동이 끝났습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임기 연장을 거부한 데 따른 것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해군 대령 출신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은 최근 VOA에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 나라가 안보리 특히 대북제재 1718 위원회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만큼 더 이상의 (선박) 제재는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와츠 전 위원] “So, that designation seems no longer possible, since the P5 can no longer agree at the Security Council, and specifically at the DPRK Committee, the 1718 Committee. So, when it comes to implementing the sanctions, it's left up to countries now and bloc such as the European Union...”
그러면서 “선박을 제재 목록에 포함시키는 것은 각국 그리고 유럽연합과 같은 국가 연합체에 달려 있다”며 미국 등 ‘같은 생각을 가진’ 나라의 독자 제재를 제재 위반을 막기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제시했습니다.
VOA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에 북한 주요 석탄항구에서 이뤄지고 있는 유엔 금수품 선적 정황에 대한 논평을 요청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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