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맞붙는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북 정책과 한반도 정책, 동맹 등에 대한 정책에서 확연히 구분됩니다. VOA는 다섯 차례에 걸쳐 두 후보의 한반도 관련 정책을 비교하고 차기 정부에 대한 재미 탈북민들의 기대와 제언을 전하는 기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그 마지막 순서로 재미 탈북민들의 목소리를 안준호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미국 내 탈북민 출신 유권자들은 이번 미국 대선은 일부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민주주의의 힘을 실감케 해주는 과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시카고에 거주하는 김마태 씨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총격은 실망스러웠지만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후보직을 사퇴하는 걸 보면서 민주주의의 힘이 더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마태 씨] “총격 사건이 일어나서 좀 많이 실망한 데도 있습니다. 근데 그래도 민주주의가 더 강하다는 것을 더 많이 느끼게 됩니다. (중략) 민주주의 힘으로써 시민의식도 강해지고 전반적인 참여도가 많이 제고되기 때문에 사회가 발전할 수 있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총격이란 폭력을 사용한 건 실망스러웠다는 겁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아무런 억압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건 민주주의의 힘이 독재 권력보다 훨씬 더 강하다는 걸 실감케 했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와 관련해선 “사람이 권력에 취하면 권력을 놓고 싶지 않다”면서 “김일성은 장장 50년을 통치하고서도 물러나지 않았는데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는) 민주주의의 힘이 대단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형식적 선거 아닌 역동적이고 흥미진진한 선거”
벌써 몇 차례 투표권을 행사했다는 조성우 씨는 “이번엔 불상사도 있었지만 선거 공약을 내세워 대중의 지지를 호소하고 상대 후보의 약점을 밝히는 것 등이 마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성우 씨] “왜냐하면 북한에서는 선거할 때 그냥 형식에 불과했을 뿐 저희는 어떤 선거인을 투표할 때 그 선거인이 누군지를 잘 알지 못했고요. 그냥 한 줄로 들어가서 투표하고 나오고 했었거든요. 하라는 대로, 그 사람이 실제로 뭐 하는 사람인지, 어떤 사람인지, 어떤 폴리시(정책)를 가지고 나오는지 전혀 관심이 없었고 의미도 없었죠.”
북한과 달리 미 대선에선 후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논쟁을 벌이면서 대중의 지지를 호소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뜻이 반영된다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자유 세계에서 누릴 수 있는 이런 권리를 직접 목격할 뿐 아니라 내 손으로 직접 투표권을 행사한다는 데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텍사스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이번에 두 번째 대선 투표를 앞두고 있다는 해리 김 씨는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선거가 그저 형식적인 ‘이벤트’에 그치는 북한과 달리 미국 대선은 역동적인 민주 절차를 실감케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해리 김 씨] “선거가 북한은 대개 경직됐고 사실은 선거라는 것 자체가 하나의 이벤트고 그걸 통해서 뭔가 변화가 있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정부의 요구대로 흘러가는 거기 때문에, 독재자의 요구대로 흘러가는 거기 때문에 사실은 특별한 이벤트라는 것도 없고 누가 당선됐는지도 별로 관심이 없고 그렇죠.”
김 씨는 또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보면서 “미국은 북한과 달리 대통령 한 사람의 이익보다 당과 지지자들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것 같다”며 “북한에선 누가 선거에 당선되든 다 꼭두각시니까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문제에 관심 갖고 적극 개입 당부”
재미 탈북민들은 차기 행정부가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적극 개입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김마태 씨는 “차기 행정부는 북한 문제에 적극 개입해 뭔가 변화를 이끌어 내길 바란다”며, 열악한 북한 상황이 잊히지 않도록 강경책이든 유화책이든 동원해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녹취: 김마태 씨] “대화를 하든 압력을 좀 더 강하게 하든, 봉쇄를 좀 더 강하게 하든, 아무거든. 뭘로든 좀 한 번 해봤으면 좋겠다. (중략) 봉쇄를 더 강하게 하든, 군사연습을 강력하게 해서 북한이 좀 더 (변화)하게끔 하든 아무렇게나 해도 무관심보다는 나은 겁니다.”
김 씨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미북 정상회담이든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미한일 3국 협력을 통한 확장 억제력 강화든 인권 문제를 포함해 북한의 정치∙경제∙사회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북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중국과의 협상에서 탈북민 강제 송환 등 북한 인권 문제도 꼭 의제로 다뤄달라는 당부도 있었습니다.
해리 김 씨는 “북한 인권 문제에서 결국은 중국이 핵심”이라면서 “미국이 중국∙러시아 등과 협상할 때 북한 인권 문제도 거론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해리 김 씨]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송환하는 문제에 대해서 좀 센서티브하게 미국 정부에서도 반응했으면 좋겠다∙∙∙.”
“미국이 중국과 협상할 때 지식재산권 문제나 덤핑, 관세 문제 등이 굉장히 중요하긴 하지만 거기에 북한 인권 문제도 의제로 추가해 ‘강제 북송은 하지 말라’고 중국을 압박해 달라”는 당부입니다.
조성우 씨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었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으로 북한에 대한 관심이 줄었지만, 북한 상황이 전혀 호전되지 않은 만큼 차기 정부가 북한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 주민 수천만 명은 여전히 기본적 인권이나 투표권 등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면서 “최근 수해 등 자연재해로 인한 식량난과 의료 문제 등에 대해 국제기구 등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미국 정부가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원하는 대로 끌려갈 경우 북한 정권의 이익에 오히려 부합할 수 있다”며 “제반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되 북한에 끌려가지 않으면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차기 행정부가 안보리 결의 위반 등 불법적인 행위와 인권 침해를 자행하는 북한 정권을 더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습니다.
미국 남부에 거주하는 탈북민 A씨는 “미국이나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철저하게 이행하고 더 강하게 압박했더라면 북한 정권은 좀 더 빨리 붕괴됐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차기 행정부는 말뿐이 아닌 실제 더 강경한 행동으로 대북 제재를 철저히 시행하고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북한 정권은 하루 빨리 무너져야 하며 이런 삶을 대물림해선 안 된다”며 “쌀 등 대북 지원으로 배급이 가능해지면 북한 당국의 통제는 더 가혹해지며, 배급을 줄 수 없게 되면 오히려 주민들이 알아서 먹고살라며 통제가 느슨해진다”고 덧붙였습니다.
외부의 대북 지원 중 일부가 주민에게 돌아갈 수도 있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오히려 북한 김정은 체제 존속에 기여한다는 주장입니다.
[녹취: A씨] “북한은 미래가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쌀 몇 됫박으로 해결될 게 아니고 일단 더 강경하게, 말로 하는 게 아니고 행동으로 그 땅을 빨리, 김정은을 무너뜨리는 데 초점을 맞췄으면 좋겠다 이 생각입니다. 그러면 더 강경하게 된다∙∙∙.”
A씨는 또 “탈북민들이 중국에서 강제 북송되는 일 없이 한국이나 미국 등 원하는 곳에 정착할 수 있도록 더 많이 품어줘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재미 탈북민도 이산가족 범주 포함 당부
조성우 씨는 차기 행정부에서는 탈북민도 이산가족 범주에 포함시켜 향후 상봉 행사 등을 통해 북한에 있는 가족과 만나게 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녹취: 조성우 씨] “꼭 한국전쟁 때 나온 분들뿐만이 아니라 북한에서 탈북한 분들도 본질적으로는 이산가족이 되기 때문에 저희 같은 탈북민들도 나중에 공식적으로 북한에 돌아가서 부모 형제 친구들과 상봉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는 “시민권자로 미국에 10년 넘게 살아왔지만, 여전히 북한에 가족이 남아 있다”며 “오랫동안 집과 가족을 떠나 생활하다 보니 고향이나 부모님 생각이 참 많이 난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2024년 대선을 앞두고 VOA가 준비한 다섯 차례 기획 보도, 오늘 순서를 끝으로 모두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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