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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대북 정제유 공급량 6개월째 미보고…‘북러 밀착’ 영향 주목


러시아 옴스크의 정유시설. (자료사진)
러시아 옴스크의 정유시설. (자료사진)

러시아가 북한에 공급한 정제유량을 6개월째 보고하지 않고 있습니다. 부쩍 가까워진 양국 관계가 유엔 안보리 보고 의무를 최장기간 미루게 만든 건 아닌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 대북 정제유 공급량 6개월째 미보고…‘북러 밀착’ 영향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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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의 대북 정제유 공급량을 표시하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홈페이지에는 러시아의 6개월 치 보고분이 공란으로 남아있습니다.

러시아가 지난 1월분 보고를 끝으로 2월부터 7월까지의 공급량을 대북제재위원회에 알리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의 연간 정제유 수입 한도를 50만 배럴로 제한하고 북한에 정제유를 공급하는 나라들이 매월 30일까지 전달의 공급량을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러시아가 2월부터 7월까지의 공급량을 3월 30일부터 8월 30일까지 순차적으로 보고를 마쳐야 했다는 의미로, 무려 6개월 치가 밀린 것입니다.

과거 러시아는 2018년에서 2019년 사이 1~2개월 정도 늦게 보고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유류 공급량이 전혀 없던 2020에서 2022년까지는 시한 내에 보고를 마쳤습니다.

그러다 북중 밀착 움직임이 두드러진 최근에는 4개월 혹은 5개월 치를 한꺼번에 보고하는 등 보고 속도가 크게 둔화됐습니다.

하지만 6개월 치가 밀린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최장기 미보고 기록을 갱신했습니다.

러시아의 올해 늑장 보고가 더 주목되는 건 최근 북한과 러시아의 유류 거래 급증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됐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28일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이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지난 5월28일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이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지난 5월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올해 북한에 제공한 정제유 양이 이미 유엔 안보리가 정한 한도를 넘었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커비 조정관] ”Russia has been shipping refined petroleum to the DPRK. Russian shipments have already pushed DPRK inputs above mandated by the UNSC. In March alone, Russia shipped more than 165,000 barrels of refined petroleum to the DPRK."

특히 “지난 3월에만 러시아가 북한에 16만 5천 배럴이 넘는 정제유를 보냈다”며 “러시아와 북한의 상업 항구가 가깝다는 점을 감안할 때 러시아는 이런 수송을 무한정 지속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또 VOA는 지난 5월 수천t에 달하는 유류를 러시아에서 북한 남포로 운송할 유조선을 찾는다는 ‘선박 수배 공고문’을 입수해 보도했습니다.

당시 공고문에는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As soon as possible)’ 1차 선적을 원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2차 선적 일정을 5월 18일로 명시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VOA를 비롯한 여러 언론 매체는 3~5월 북한 유조선 여러 척이 러시아 항구 혹은 인근 해역으로 운항한 장면을 포착했는데, 러시아 유류가 북한에 반입된 정황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따라서 이런 식으로 전달된 유류가 실제 러시아의 보고분에 포함될지 주목됐지만, 보고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확인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러시아의 보고분이 실제 거래량을 가감 없이 담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또 밀수 방식으로 북한에 유입되는 유류는 일절 보고되지 않는다는 문제도 한계로 지적돼 왔습니다.

이번 러시아의 늑장 보고 혹은 미보고가 최근 들어 부쩍 저조해진 대북제재 이행 동력과 관련이 있는지도 주목됩니다.

러시아는 최근 북한과 협력을 강화하면서 기존 안보리 대북제재 체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3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이행을 감독하는 전문가패널의 임기 연장안에 반대표를 행사했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대북제재 완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또 북한 라진항에선 러시아 선박이 북한 무기를 선적하는 장면이 포착됐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안보리 금수품인 고가의 차량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 사진 = Center for Asia Pacific Strategy.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 사진 = Center for Asia Pacific Strategy.

한미연합사 작전참모를 역임한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는 최근 VOA에 북러가 맺은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이 “러시아와 북한 사이에 더 많은 상호 지원을 가능케 하고, 러시아의 선진 기술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 역량 등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부대표] “And in fact, I think that the agreement is going to end up with more mutual support between Russia and North Korea, that certainly North Korea will try to exploit to advance its military capabilities by receiving advanced technology from Russia to improve its ICBM capabilities, its nuclear capabilities and the like.”

브루스 벡톨 미국 앤젤로주립대 교수
브루스 벡톨 미국 앤젤로주립대 교수

브루스 벡톨 엔젤로주립대 교수는 “현재 북한과 러시아는 무기를 거래하며 유류와 식량, 군사장비, 기술 지원 등의 형태로 금액을 지불하고 있다”며 이 같은 거래는 서방이 우려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러시아는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바실리 네벤쟈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지난 7월 안보리 의장 자격으로 기자회견을 개최한 자리에서 “우리는 대북제재 체제를 위반하고 있지 않으며, 제기되는 모든 의혹은 물적 증거에 의해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VOA는 유엔주재 러시아 대표부에 대북 정제유 보고가 늦어지는 이유를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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