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5개월째 북한에 공급한 정제유 양을 유엔 안보리에 보고하지 않고 있습니다. 윤활유 등 비연료 제품의 단순 합산치를 제출하는 중국과 더불어 유엔 보고 체계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가 대북 정제유 공급량을 유엔에 보고한 건 올해 1월이 마지막입니다.
당시 러시아는 정제유 1만5천279배럴, 약 1천914t을 북한에 공급했다며 이 내용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전달했고, 위원회는 이 수치를 자체 홈페이지에 게시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러시아는 추가 보고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아직까지 대북제재위원회 홈페이지에는 1월분 정제유 양이 러시아의 유일한 대북 공급량으로 남아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의 정제유 수입 한도를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하고 북한에 정제유를 공급한 나라들에 매월 30일까지 전달의 대북 공급량을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7월 30일 현재 러시아는 6월 공급량에 대한 보고를 마쳐야 했습니다. 이는 무려 5개월치가 밀렸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대북제재위원회가 각국의 매월 정제유 공급분을 집계해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건 북한에 대한 공급량을 실시간으로 감시해 한도를 넘기는 사태를 미리 예방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가 5개월치를 보고하지 않으면서 안보리의 대북 정제유 보고 체계는 작동을 멈춘 상황입니다.
북한에 유류를 공급하는 또 다른 나라인 중국은 현재 5월까지의 보고를 마친 상태입니다.
그러나 중국은 이달 중순, 3~5월치 정제유 공급량을 한꺼번에 보고했습니다. 4~6월까지 매월 순차적으로 보고됐어야 할 내용이 늑장 보고된 것입니다.
앞서 VOA는 중국 해관총서 자료와 중국이 보고한 수치를 비교해, 중국의 대북 정제유 공급량에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 일반적인 연료용 유류 제품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대신 중국은 석유역청과 윤활유, 윤활유용 기유 등 비연료 유류 제품의 합산치를 톤(t) 단위로 제출하고, 대북제재위원회가 이를 ‘배럴’로 환산해 공개해 왔습니다.
아스팔트 재료인 석유역청과 석유 젤리로 알려진 바셀린이 ‘정제유’로 둔갑해 보고되면서 연료성 유류 공급을 제한해 북한을 압박하고자 했던 안보리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중국과 러시아의 늑장 보고가 일상화되면서 안보리 보고 체계에 대한 효용성 논란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 메릴랜드대 교수는 30일 VOA에 “유엔 제재의 핵심은 본질적으로 자발적이라는 데 있다”며 “각국 정부가 스스로 자신의 수치를 승인하고 이를 원하는 대로 보고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 key thing about these UN sanctions are, they are essentially voluntary. Governments themselves have to approve their own work, their own amounts. So they can, in effect, do whatever they want.”.”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정제유 공급량이라며 아무 수치를 제공해도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브라운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의 늑장 보고 문제와 별개로 안보리 정제유 보고 체계 자체가 매우 부실한 상태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브라운 교수는 그럼에도 이 같은 보고 체계는 중국과 러시아의 위법 행위를 국제사회에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유용하다고 말했습니다.
VOA는 중국과 러시아 정부에 대북 정제유 공급량 보고와 관련한 입장을 문의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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