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라진항 석탄 부두에 또다시 대형 선박이 정박했습니다. 최근 이 일대에 빠른 속도로 쌓인 석탄은 한꺼번에 많은 양이 사라졌는데, 라진항을 통한 석탄 수출이 본격적으로 재개된 것인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라진항 석탄 부두에서 대형 선박이 포착된 것은 23일입니다.
이 일대를 촬영한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이날 위성사진에는 러시아 전용으로 분류된 석탄 선적 부두에 선체를 밀착시킨 190m 길이의 선박이 보입니다.
선박은 5개의 적재함을 모두 열고 있고, 그 안에는 석탄으로 추정되는 검은색 물체가 가득합니다. 또 바로 앞 부두에도 석탄이 쌓여있는 점으로 볼 때, 이 선박이 석탄 선적 혹은 하역을 위해 이 부두에 정박한 정황으로 해석됩니다.
불과 11일 만에 대형 선박 입항
앞서 VOA는 지난 12일 이 부두에서 190m 길이의 선박을 발견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해당 지점에서 대형 선박이 포착된 것은 당시를 기준으로 약 4개월 만이었는데, 이번엔 그 기간이 11일로 줄어들었습니다.
선박의 입항이 잦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항구가 분주하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곳을 통한 석탄 수출이 다시 활성화되는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이 부두는 과거 러시아가 자국 석탄을 수출하는 장소로 활용하던 곳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석탄을 포함한 북한산 광물의 해외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있지만 라진항에서 선적되는 제3국 석탄에 대해선 제재 예외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당 석탄이 러시아산이라면 이번 대형 선박의 움직임은 대북제재 위반은 아닙니다.
다만 최근까지 선박들이 북한 항구 기항을 꺼리면서 라진항을 통한 석탄 수출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실제로 VOA는 올해 중순 러시아산 석탄에 대한 해외 수출 시도 정황을 포착한 바 있습니다.
지난 6월 러시아 회사의 의뢰를 받은 선박 브로커가 북한 라진항에서 중국 다롄항으로 석탄 총 1만5천t(최초 1만t)을 운송해 줄 선박을 찾는다는 내용의 공고문을 확보한 것인데, 관련 업자들이 공개적인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려 한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일반적으로 이 같은 공고문이 배포되면 전 세계 선박 회사나 선박을 빌려 운항하는 용선업자들이 해당 브로커에게 입찰하고, 이후 조건이 가장 좋은 선박에게 운송 기회가 돌아갑니다.
그런데 이 브로커는 이후 추가로 공고문을 최소 2번 더 냈습니다. 특히 공고문에서 해당 운송이 대북제재 위반이 아니라는 내용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에 대해 선박 업계 관계자는 VOA에 “선박 수배가 안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었습니다. 대북제재 논란을 의식한 해외 선박들이 이곳으로의 입항을 꺼린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북한에서 러시아산 석탄을 운송하는 건 불법이 아니지만 이를 위해 북한에 기항했다가 자칫 미국 등 일부 나라의 독자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선박 업계 내 팽배하다는 것입니다.
이후 수 개월에 한 번 꼴로 선박이 입항하면서 이 같은 추정에 무게가 실렸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선박이 11일 만에 입항하면서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부두에 쌓인 석탄 양도 줄어
석탄 야적장에서도 변화가 관측됐습니다.
9월 말부터 급속도로 양이 늘었던 석탄이 다시 줄어드는 장면이 포착된 것입니다.
라진항 석탄 부두의 안쪽, 즉 북쪽 지대에는 석탄을 쌓아두는 공터가 있는데, 23일 이 지대 일부가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불과 열흘 전까지만 해도 석탄으로 가득한 곳이었지만, 이날은 양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이는 이곳의 석탄이 선박 등에 실려 어디론가 향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당초 라진항을 통한 러시아 석탄 수출은 한국과 러시아의 합의로 시작됐습니다.
두 나라는 지난 2013년 11월 러시아 광물을 라진항으로 운송한 뒤 다시 한국으로 보내는 ‘라진-하산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이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른 독자 대북 제재의 일환으로 북한에 정박한 선박에 대한 입항 금지를 결정하면서 이 프로젝트는 중단됐습니다.
러시아는 이후 중국과 베트남 등으로 눈을 돌려 자국 석탄에 대한 수출을 모색해 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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