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라진항 석탄 부두에서 석탄이 절반 이상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러시아산 석탄 수출이 본격화된 신호로 해석되며, 최근 대형 선박 두 척의 연이은 입항과의 연관성도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라진항을 촬영한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27일 자 위성사진에는 석탄이 쌓여 있던 부두와 공터 대부분이 비어 있습니다.
이전까지 검은색으로 보였던 석탄 더미가 사라지면서 바닥의 회색 면적이 넓어졌습니다.
바로 옆 석탄 선적 부두에서도 석탄의 양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이달 들어 석탄 양 크게 감소
라진항 석탄 부두와 인근 공터에는 올해 4월부터 석탄이 쌓이기 시작했고, 9월 말 이후에는 석탄량이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이달 초만 해도 약 9만 제곱미터에 달하던 석탄 면적은 27일에는 약 4만2천 제곱미터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쌓인 석탄의 정확한 높이는 확인할 수 없지만, 면적 기준으로 볼 때 그 양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라진항의 석탄 부두는 러시아가 자국 석탄 수출을 위해 활용해 온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산 석탄 등 광물의 해외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있지만, 라진항에서 선적되는 제3국 석탄에 대해서는 제재 예외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당 석탄이 러시아산이라면, 이곳에서의 석탄 거래는 ‘합법’입니다.
올해 6월 러시아의 한 회사가 라진항을 통해 석탄 수출을 시도했으나, 당시엔 해외 운송 선박을 찾지 못해 무산되는 듯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는 북한에 기항한 선박이 미국 등의 독자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이후 라진항에서는 석탄이 쌓이는 모습만 관측됐을 뿐, 실제로 석탄이 줄어드는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대형 선박 2척 입항, 석탄 감소와 관계 주목
그러나 이달 들어 대형 선박 2척이 잇달아 라진항에 입항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지난 12일, 길이 190m에 달하는 선박이 라진항 부두에 정박했으며, 11일 후인 23일에도 동일한 크기의 선박이 또다시 포착됐습니다.
두 선박 모두 적재함을 개방한 채 석탄으로 보이는 검은색 물체를 선적하는 모습이 관찰됐습니다. 이는 라진항의 석탄 감소가 이들 선박의 활동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특히 라진항을 통해 석탄 수출을 시도했던 러시아 회사가 선박 수배와 해외 판로 개척에 성공했는지도 관심을 끕니다.
라진항을 활용한 러시아 석탄 수출은 원래 라진-하산 프로젝트로 시작됐습니다.이는 2013년 11월 한국과 러시아가 합의한 사업으로, 러시아 광물을 라진항으로 운송한 뒤 다시 한국으로 수출하는 경로였습니다.
그러나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한국이 독자 대북 제재의 일환으로 북한에 정박한 선박의 국내 입항을 금지하면서 프로젝트는 중단됐습니다.
이후 러시아는 중국과 베트남 등으로 눈을 돌려 자국 석탄 수출을 모색해 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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