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셸 스틸 공화당 하원의원이 3선 도전에 실패하며 낙선했습니다.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이번 연방 상하원 선거에서는 한국계 상원의원 1명과 하원의원 3명이 최종 당선되며 의회 내 한인 정치인들의 입지가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계 여성 정치인인 미셸 스틸 공화당 하원의원이 캘리포니아 제45선거구에서 민주당의 데릭 트란 후보에게 근소한 표 차로 패배했습니다.
27일 ‘AP 통신’에 따르면 스틸 의원은 99% 개표 결과 49.9%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50.1%를 얻은 트란 후보에게 약 600표 차로 패했습니다.
스틸 의원은 선거 결과에 승복하며 사회연결망 서비스 X에 “모든 것은 신의 뜻이며, 모든 여정이 그렇듯 이 역시 새로운 시작을 위한 마침표”라면서 지지자들과 선거 캠프 관계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스틸 의원과 트란 후보의 선거는 지난 5일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3주가 넘도록 결과가 확정되지 않을 만큼 접전을 벌였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스틸 의원을 누르고 승리한 트란 후보는 베트남계 2세 정치인으로, 선거구 내 베트남계 지역 사회의 강력한 지지를 기반으로 당선됐습니다.
스틸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패배하며 3선 도전에 실패했습니다.
스틸 의원, ‘한국계 이산가족 상봉’ 촉진 활동 주력
서울에서 태어난 스틸 의원은 1976년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1~2004년 백악관 아시아·태평양계 자문위원을 역임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백악관 아시아·태평양계 공동 자문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했습니다.
2020년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처음 도전해, 민주당의 텃밭으로 여겨지던 캘리포니아주에서 공화당 후보로 승리하며 첫 한국계 여성 하원의원으로 의회에 입성했습니다. 이후 2022년 재선에 성공하며 정치적 입지를 공고히 했습니다.
의정 활동에서도 한반도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다양한 입법 활동을 주도했습니다. 2021년에는 한국계 이산가족 상봉을 촉진하기 위한 법안을 공동 발의했으며, 올해 6월에는 ‘한국계 미국인 이산가족 국가 등록법’의 하원 통과를 성공적으로 이끌었습니다.
또한, 미한동맹 강화와 북한의 인권 문제에 있어서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며, 해당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왔습니다.
한국계 상원의원 1명, 하원의원 3명 선출
스틸 의원의 낙선으로 이번 연방 상하원 의원 선거에서는 한국계 상원의원 1명과 하원의원 3명이 최종 선출되며 새로운 정치 지형이 형성됐습니다.
앞서 앤디 김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의 커티스 바쇼 공화당 후보를 가볍게 물리치고 첫 한국계 연방 상원의원 탄생을 알렸습니다.
[녹취: 앤디 김 의원] “I’m really proud that have this opportunity on my 50th anniversary of my family come to the America…”
앤디 김 의원은 당선 직후 발표한 소감을 통해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 온 지 50년이 되는 해에 이런 기회를 얻어 자랑스럽다”면서 “내가 미국 상원의원 자격이 있고 미국 한인 공동체가 가장 중요한 권력이 있는 자리를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1982년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한인 이민자 1세대 부모 아래 태어나 뉴저지 남부에서 성장한 올해 42세의 김 의원은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 연설을 통해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정치에 입문하기 전에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이라크 담당 보좌관을 지내며 국가 안보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았습니다.
이후 2018년 하원의원에 당선된 뒤 내리 3선을 기록하며 입지를 공고히 했습니다.
특히 매년 국방수권법안에 주한미군 주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문구를 포함시키는 데 주력하며, 미국과 한국 간 동맹 관계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또 한국계 여성 정치인인 영 김 공화당 하원의원도 지난 7일 민주당의 조 커 후보를 일찌감치 제치고 3선 고지에 올랐습니다.
한국 인천 출신으로 1975년 미국으로 이주한 영 김 의원은 에드 로이스 전 하원 외교위원장 보좌관 출신으로 현재 의회에서 한반도 외교안보 문제와 관련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김 의원은 바이든 행정부 초기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임명을 촉구하는 한편,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을 대표 발의하며 북한 인권 문제에도 앞장서 왔습니다.
메릴린 스트릭랜드 민주당 의원도 지난 6일 워싱턴주 제 10선거구 연방하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의 돈 휴이트 후보를 여유 있는 표차로 꺾고 3선에 성공했습니다.
‘순자’라는 한국 이름을 갖고 있는 스트릭랜드 의원은 한국인 어머니와 한국에서 군 복무를 했던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난 직후 미국으로 건너왔습니다.
워싱턴주 타코마 시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해 2년 뒤엔 시장에 당선돼 2010년부터2018년까지 한국계는 물론 아시아계 최초의 타코마 시장으로 활동했습니다.
특히 한반도와 한인 관련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하면서, 2021년 6월에는 한반도 평화법안에 서명하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촉구해왔습니다.
캘리포니아주 47선거구에 민주당 후보로 나섰던 데이브 민 주상원의원도 지난12일 공화당의 스캇 보 후보를 꺾고 처음으로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됐습니다.
캘리포니아 주립 어바인대학교 법대 교수 출신인 민 의원은 2020년 주 상원의원으로 정치 경력을 시작했습니다.
민 의원은 당선 확정 뒤 사회연결망서비스 X에 “많은 사람들이 나라의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미국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의회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고 자유를 보호하며, 경제적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밖에 캘리포니아 제34선거구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던 데이비드 킴 후보는 같은 당 현역 의원인 지미 고메즈 후보에게 패해 고배를 마셨습니다.
또 조지아주 제4선거구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유진 유 전 미주한인총연합회 회장은 행크 존슨 민주당 후보에 밀려 낙선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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