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미한 조선업 협력 진단] 2. 캐벌리 교수 “함정 MRO 협력 확대될 것” 


미국 해군 군함이 건조되는 미국 메인주 배스 아이언 윅스 조선소. (자료사진)
미국 해군 군함이 건조되는 미국 메인주 배스 아이언 윅스 조선소. (자료사진)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 의향을 나타낸 가운데 조너선 캐벌리 미국 해군전쟁대학 전략∙작전 교수가 우선 함정 유지, 보수, 정비(MRO) 분야에서 양국 협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 과학자도 겸임하고 있는 캐벌리 교수는 미국이 국내 조선소에 대한 한국 등 외국의 직접투자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캐벌리 교수를 인터뷰했습니다.

조너선 캐벌리 미국 해군전쟁대학 전략∙작전 교수. 사진 = 미국 해군전쟁대학 웹사이트.
조너선 캐벌리 미국 해군전쟁대학 전략∙작전 교수. 사진 = 미국 해군전쟁대학 웹사이트.

기자)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직후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으며, 우리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보수, 수리, 정비(MRO)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의 급격한 해군력 확대에 맞서 미국이 동맹국들과 조선업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얼마나 시급한 문제입니까?

캐벌리 교수) 미 해군이 모든 종류의 함정을 건조하는 데 있어 정해진 시간과 예산에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미 해군은 핵잠수함 인프라에 가장 관심이 많습니다. 따라서 투자와 지원의 최우선 순위는 핵잠수함 인프라가 될 것입니다. 이 분야에서는 한국보다는 오커스 안보동맹국들이 더 중요한 기여자가 될 것입니다.

미국보다 다른 국가들의 선박 건조 관행이 더 우수하다는 평가가 있는데, 한국과 일본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지난 2월 한국을 방문한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은 한국의 선박 건조 경쟁력과 현대화 수준, 정보화 수준에 대해 매우 찬사를 보냈습니다. 이에 반해 미국의 군용 조선 인프라가 확실히 낙후되어 있고, 상업용 조선 인프라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수준이죠.

향후 동맹과의 협력과 관련해 해군 함정 등 선박을 건조하는 역량을 미국 외의 지역에서 확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확실히 미국은 국내 선박 건조 인프라에 대한 외국 투자를 원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것, 지난 7월 미국이 캐나다, 핀란드와 함께 쇄빙선 건조에 협력하기로 한 것이 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기자) 미국과 중국의 선박 건조 역량과 해군력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을까요?

캐벌리 교수) 두 나라를 비교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한데요. 현재 중국과 미국은 완전히 다른 개념의 해군 작전을 수행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미국은 전 세계에 함대를 배치하고 있습니다. 현재 홍해에서 후티 반군에 대항하고 그곳의 선박을 보호하기 위한 작전을 펼치고 있고, 대선과 취임식 사이에 인도 태평양에 항공모함 3척을 배치할 계획입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작전을 펼칠 수 있는 ‘대양 해군(blue water navy)’입니다.

중국은 여전히 그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중국 해군은 주로 타이완 해협과 남중국해에 초점을 맞춘 지역 작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작전 범위가 점점 바깥으로 확장되고 있지만 인민해방군 해군은 현재 지역 해군에 속하며, 대부분의 함정은 그 임무를 염두에 두고 건조됐습니다.

중국의 구축함과 순양함은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미 해군 함정보다 최신형입니다. 중국은 또 세 번째 항공모함을 건조하고 있고, 수륙양용 함대를 업그레이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중국의 투자에 있어 인민해방군 해군은 우선순위가 낮을 것입니다. 중국이 대규모 상선 건조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대양 해군(blue water navy)’을 구축할 준비가 돼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기자) 조선업 분야 미국의 잠재적 협력 파트너로서 한국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캐벌리 교수) 우선 미국과 한국의 산업과 정부가 현재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장기적인 목표는 다를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이 대단한 선박 건조, 유지보수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전 세계에 해군을 배치하고 있는 미국에게 큰 의미가 있습니다.

미국이 동맹국과 함께 전장에서 유지보수, 수리, 정비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매우 합리적이기 때문이죠. 한국과 미국이 매우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이며, 앞으로 협력은 더욱 확대될 것입니다. 해외에 배치된 함대를 가능한 한 오랫동안, 가능한 한 효율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재정적으로, 전략적으로 더 합리적이기 때문이죠.

또 미국은 상업용 선박 건조 산업에 대한 한국 등의 투자를 원합니다. 한국이 미국에서 배를 건조하는 것보다 한반도에서 배를 건조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지만, 한국 조선업계에서는 미국 해군 조선업에 진출하는 것이 매우 매력적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미국이 지금 단계에서 한반도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것을 고려할 의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건 아주 먼 훗날의 일이겠죠.

기자) 한국의 한화오션이 올해 필리조선소를 인수했습니다. 이탈리아 조선업체도 현재 미국 위스콘신에서 콘스텔레이션급 호위함을 건조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이 미 해군 함정을 건조하는 것도 가능할까요?

캐벌리 교수) 확실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우선 필리조선소는 주로 상업용 선박을 건조하는 곳이죠.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해군 함정 건조 시설을 운영하는 것이, 미국 군함을 한국에서 건조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물론 한국 기업들 입장에서는 한국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고 효율적일 것입니다. 미 해군과 미국 정부는 한국이 미국 조선소에 직접 투자하기를 원할 것입니다. 군 조선소까지 포함해서 말이죠.

기자) 미국 본토에서 미 해군 함정을 건조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이유가 민감한 기술을 다루기 때문인가요?

캐벌리 교수) 기술적 민감성에 너무 큰 의미를 두고 싶지는 않습니다. 한국의 최신 이지스함 KDX-Ⅲ를 생각해보면, 현재 한국이 건조하고 있는 순양함급은 전투 시스템 전체가 미국산입니다. 배에 동력을 공급하고 터빈을 구동하는 엔진도 미국산입니다. 한국형 해군의 상당 부분이 미국 기술에서 나오고 있고, 이미 미한간 많은 기술 공유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국가들이 자국에서 군함을 건조하는 것은 국수주의적인(nationalistic) 이유도 있지만 경제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선박 건조는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며, 미국은 상선과 해군함정 건조 산업을 더 견고하게 유지하기를 원합니다.

기자) 일본은 미국의 조선업 협력 파트너로서 어떤가요?

캐벌리 교수) 일본과 한국은 둘 다 정말 좋은 배를 만들지만 공통점은 그게 다입니다. 일본은 미국과 함께 작전할 수 있는 상호 보완적인 능력을 구축하는 데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미한일 3국 간 작전을 생각할 때, 한국과 미국은 북한 우발 상황에 집중하는 반면, 일본과 미국은 한국이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더 넓은 범위의 작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은 미국의 라이선스를 받아 미사일을 생산하거나, 미국과의 공동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3축체계를 구축하고 있죠. 미국이 현재 역내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에 있어서는 솔직히 일본이 (한국보다) 더 중요한 동맹국이며, 한국은 미국의 투자를 이끌어내려 할 때 이를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 트럼프 2기 정부에서 미한 동맹 관계가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조선업 협력이 관계 강화의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까요?

캐벌리 교수)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시점에서 트럼프 정부의 우선순위에 대해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1기 정부가 방위 무역을 선호했으며 미 해군을 얼마나 강조했는지를 고려할 때, 1기 정부와 2기 정부 사이에 연속성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함정 유지, 보수, 정비(MRO), 미국 조선소에 대한 한국의 직접투자에 있어서 말이죠.

트럼프 1기 정부 말기에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은 미 해군을 위해 더 많은 함정을 건조하길 매우 원했습니다. 이것은 확실히 트럼프 2기 정부의 목표가 될 것입니다. 트럼프 정부는 전 세계에 무기를 수출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일자리 창출의 한 방법으로 방산 수출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다른 나라들과 기꺼이 거래를 하려고 했습니다. 해양 협력은 미한 관계에서 계속해서 긍정적인 요소가 될 것입니다.

(이 인터뷰는 길이와 명확성을 위해 일부 내용을 편집했습니다)

지금까지 미국 해군전쟁대학의 조너선 캐벌리 교수로부터 선박 건조 분야에서 미국과 한국의 협력 전망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

Forum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