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연말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어 한 해를 결산합니다. 북한 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 중이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어떤 대외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됩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올해도 연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개최하기로 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이달 하순 제8기 제11차 전원회의를 소집할 것을 결정했다고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습니다.
정치국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2024년도 당과 국가 정책들의 집행정형을 총화하고 2025년도의 투쟁방향을 확정하며 사회주의 건설의 전면적 발전을 이룩하는 데 나서는 중요한 일련의 문제를 토의,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북한은 군사동맹 수준의 러시아와의 포괄적 전략적인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 체결 등 북러 간 협력과 ‘화성포-19형’ 등 군사력 강화 실적, 지방발전 20x10 정책 등 경제발전 성과를 평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지난 2019년 이후 연말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당 전원회의를 개최해 한 해 성과를 결산하는 동시에 새해 국정방향을 내놓고 있습니다.
연말 전원회의가 정례화되면서 매년 1월 1일 발표되던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대체하는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무엇보다 이번 전원회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을 앞둔 시점에 열리는 것이어서 김정은 위원장이 어떤 대미 메시지를 발신할지 궁금해지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당 전원회의는 주로 북한 내부 문제들을 다루지만 대외정책과 관련한 토의와 결정도 이뤄집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김 위원장과의 개인적 친분을 과시해 왔지만 김 위원장이 지난달 21일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4’ 개막식 기념연설에서 밝힌 ‘강 대 강’ 입장에 선 대미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당시 연설에서 과거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적대적 대북정책을 확신했다며, 최강의 국방력만이 평화와 발전의 담보라고 주장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판단하기 전에 대화의 손짓을 하진 않을 것이라며 핵 무력 고도화 의지를 거듭 천명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결국 이 핵 무력 가속화는 미국의 안보 위협을 더 고조시킬 것이고 이런 것들이 차기 정부에도 정치적, 외교적, 군사적으로 타격을 줄 수 있다라는 식의 메시지를 보낼 가능성은 있는 거죠.”
진행자) 북한의 러시아 밀착이 이번 전원회의에서 나올 대미 메시지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요?
기자) 그런 전망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전원회의에서 러시아와의 동맹관계를 부각하면서 안보와 경제, 과학기술, 사회문화 등 전방위 협력 의지를 밝힐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는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승리를 점치고 실제 그렇게 될 경우 참전국으로서 전승국 반열에 오르면서 이에 따른 국제 정세의 유리한 흐름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박 박사는 이와 함께 북한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향후 2~3년 간은 경제난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미국과 대립각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박사] “전체적으로 서방과 러시아 또는 권위주의 국가들과의 대결에서 서방 전선이 약해지는 것이고 러시아가 승리하는 경우엔 아마 전 세계적으로 반미 또는 반서방 세력들을 고무시키는 그런 형세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고 북한이 이에 편승해서 이득을 가지려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러시아를 비롯한 반제 반미 진영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기조를 확인하면서 소원해진 것으로 평가되는 중국에 대한 전략도 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입니다.
진행자) 김정은 위원장이 교전 중인 적대국으로 규정한 한국에 대해선 어떤 메시지를 발신할까요?
기자) 북한은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남북한 관계를 ‘가장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는 노선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후 통일과 민족 지우기를 지속하고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을 빌미로 주민들의 대남 적개심을 고조시켜 왔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두 국가론을 천명한 이후 통일과 민족을 대체할 새로운 사상과 이를 확산시키는 주민 동원 움직임을 뚜렷하게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번 전원회의에서 한국에 대한 강경 메시지가 나올지 여부는 지켜볼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작년 전원회의 수준으로 강력히 얘기를 할 것이냐 아니면 지난 12개월 동안 보여준 것처럼 좀 더 로우키로 아직 준비가 안 됐다는 식으로 앞으로 끄집어내지 않을 가능성 그렇지만 어쨌든 대한민국의 불법 부당성에 대해선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그것도 어떤 수준으로 쓸지를 볼 필요가 있겠죠.”
진행자) 북한 내부 문제와 관련해선 어떤 논의와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이나요?
기자) 군사 부문에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9형’ 발사 성과를 자평하고 러시아에 대한 무기 수출을 위해 무기 개발과 생산을 독려하는 메시지가 나올 수 있습니다.
또 당초 올해 3기를 쏘아 올리겠다고 했던 군사정찰위성이 아직 1기도 궤도에 오르지 못한 때문에 이에 대한 총화가 이뤄질 수도 있습니다.
경제 분야와 관련해선 통일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직접 연말 전원회의 계기 ‘지방발전 20x10’ 정책 총화와 수해 복구 완공을 지시했기 때문에 이 두 가지는 한 해를 결산하는 성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내년이 당 창건 80주년인 해이고 김 위원장의 나이가 마흔이 되기 때문에 정치 분야에서 ‘김정은 주의’를 전면화하는 방향성이 제시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심각한 경제난과 국제 고립에 처했던 김 위원장이 러시아와의 동맹 수준의 관계 복원을 배경으로 새로운 국가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통일 민족 개념도 폐기했고 본인에 대한 우상화를 너무 가속화하고 있고 그런 상황에서 사실 보여줄 게 별로 없는 상황에서 북러 밀착이라는 변수가 생긴 거거든요. 그러니까 이 북러 밀착을 배경으로 당 창건 80주년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를 개막하는 그런 비전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이게 5월 9일 러시아 전승절의 김정은 참석 가능성 이것하고도 결부가 되는 거죠.”
조 박사는 김 위원장이 내년 러시아 전승절에 우크라이나 전쟁 승전국으로 참석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을 수 있다며, 선대 지도자들과는 차별화된 국가 비전을 준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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