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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장관 “북 핵 로드맵 마련해 미북 협상 가능성 선제적 대비”


18일 조태열 한국 외교부 장관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18일 조태열 한국 외교부 장관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조태열 한국 외교부 장관은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북 협상에 대비한 자체 대응 구상과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조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 직무정지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측과의 소통에 제약이 따른다고 인정했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한국 외교장관 “북 핵 로드맵 마련해 미북 협상 가능성 선제적 대비”.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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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조태열 한국 외교부 장관이 오늘 외신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조태열 장관은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북 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신행정부 출범 이전에 한국의 대응 구상과 로드맵을 마련해 미북 협상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직무정지로 권력 공백 상태에 놓인 상황에서 내년 1월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북한과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조 장관은 트럼프 당선인이 리처드 그레넬 전 독일 주재 대사를 북한 업무를 포함한 ‘특수임무’ 담당 대사로 지명한 점을 들어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 문제에 두고 있는 비중을 평가했습니다.

[녹취: 조태열 장관]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 문제 특히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생각을 우선순위 과제에서 빼놓지 않았다는 걸 입증한 것이기 때문에 취임 이후에 북한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겠다는 것을 밝힌 것이라고 저희는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리처드 그레넬 북한 특수임무 담당 대사 지명자.
리처드 그레넬 북한 특수임무 담당 대사 지명자.

그레넬 특사는 트럼프 1기 때 독일대사와 국가정보국(DNI) 국장 대행, 코소보-세르비아 협상 대통령 특사로 일한 바 있습니다.

그에 앞서 8년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사안 등을 다룬 경험이 있는 그레넬 특사는 ‘미국 우선주의’ 외교 기조를 바탕으로 과거 트럼프 당선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을 적극 지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한국 정부가 나름의 북 핵 협상 로드맵을 만든다고 해도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미국과 조율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요?

기자) 그런 우려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조 장관은 트럼프 당선인이 북 핵 문제에 소홀하지 않기 때문에 더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또 “협상을 거부한 건 한국 정부가 아니고 북한이 일체의 대화와 협상을 거부해서 소통이 단절됐던 것”이라며 “앞으로 핵 문제를 포함해 협상의 기회가 열린다면 그 모든 기회에 열려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조 장관은 그러나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 비롯된 한국 정치의 혼란이 트럼프 당선인 측과의 소통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녹취: 조태열 장관] “다만 이런 사태가 그 전에 구축해놨던 소통의 정치적 동력을 조금 약화시킨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그 동력을 회복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되고, 또 소통의 직접적 당사자인 대통령이 지금 직무가 정지된 상태여서 거기서 오는 일정한 제약이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미북 대화가 추진될 경우 그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개입할 공간을 찾기 어려울 수도 있겠군요?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택인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택인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기자) 한국에선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16일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일본, 북한, 러시아 등 정상들과의 소통 의사를 밝힌 반면 한국에 대해선 일절 언급이 없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최근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 주재 대사에 이어 일본 주재 대사를 지명했지만, 주한 미국대사는 아직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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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트럼프 당선인이 세계 정상들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지만, 아직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일 여의도 국회 내부에 진입한 계엄군이 의회 당직자들과 대치하고 있다.
3일 여의도 국회 내부에 진입한 계엄군이 의회 당직자들과 대치하고 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군을 동원한 이번 계엄 사태를 지켜보며 한반도에서 전시작전권을 갖고 있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북한도 계엄 사태를 통해 한국이 한반도에서 위험한 존재임이 확인됐다고 주장하며 미국과의 대화에 한국의 개입을 거부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그레넬 같은 경우 특별한 임무를 갖는 대통령 특사인데요, 이런 사람이 임명됐다는 건 대통령의 직접 의사를 특사를 통해서 전달해서 대화로 바로 간다는 거거든요. 이런 구도라면 한국을 통해서, 한미 간 관료들의 협의에 의해서 진행되는 과정 자체가 생략될 가능성이 높아요.”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북 간 본격적인 핵 협상은 트럼프 신정부가 출범해도 조기에 이뤄지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박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한 뒤 그레넬 특사를 통해 먼저 하려는 것은 북한에 러우 전쟁 추가 파병 등을 자제시키는 일이 될 것이라며, 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맞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윤 대통령 직무정지로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과의 관계에도 일정한 변화가 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조태열 장관의 언급은 없었나요?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최상목 한국 경제부총리와 조태열 한국 외교부 장관이 외신기자 간담회에 참석했다.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최상목 한국 경제부총리와 조태열 한국 외교부 장관이 외신기자 간담회에 참석했다.

기자) 조 장관은 미한일 협력 모멘텀이 지속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조 장관은 또 한국의 현 정치 상황이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사업 준비에 영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하등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조 장관은 “문제는 이런 한국 국내 상황을 일본이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여 60주년을 기념하고 미래지향적 의미를 만드는 데 좀 주춤할까 봐 오히려 우리가 걱정하는 상황”이라며 “일본이 더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다뤄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 장관은 또 “중국과의 관계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긴밀한 소통을 유지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한국의 혼란스러운 현 정국이 내년 11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조태열 장관] "여태까지 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주석이 불참한 선례가 하나도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린 경주 정상회의에도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실제로 중국 외교 당국과도 그런 전제 하에 대화를 나누고 있고 그런 대화 기조에 변함이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조 장관은 우크라이나전 조기 종전 의지를 밝힌 트럼프 당선인 구상에 대해 “의지가 강하다 하더라도 단기간 내 종전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은 우크라전 양상과 종전을 위한 국제사회 노력 등 동향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대응 전략을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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