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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우호의 해’ 폐막식도 없이 마무리…북러 정상 연하장 공개 대조


지난 4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중 우호의 해 개막식 참석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자오러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회담을 갖고 있다.
지난 4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중 우호의 해 개막식 참석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자오러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회담을 갖고 있다.

북한과 중국은 수교 75주년을 맞아 올해 선포했던 양국 우호의 해를 폐막식도 하지 못한 채 마무리하면서 두 나라의 소원해진 관계를 재차 드러냈습니다. 반면 북러 정상은 양국 협력을 강조하는 연하장을 주고받으며 냉랭한 북중 관계와 대조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북중 우호의 해’ 폐막식도 없이 마무리…북러 정상 연하장 공개 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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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북한과 중국이 수교 75주년을 맞아 선포했던 ‘북중 우호의 해’가 폐막식도 열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고요.

기자)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브리핑에서 ‘중조 우호의 해’와 관련해 중국이 어떤 행사에 참여했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 “중국과 조선은 우호적인 가까운 이웃으로 시종 전통적 우호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습니다.

“중조 우호의 해 폐막식은 왜 열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에도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마오 대변인은 또 “우리는 조선과 함께 양국 지도자가 달성한 중요한 공동 인식에 따라 중조 관계를 잘 수호하고, 잘 공고히 하며, 잘 발전시킬 의향이 있다”고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북한과 중국은 수교 75주년을 맞은 올해를 ‘조중 우호의 해’로 선포했습니다.

중국은 지난 4월 평양에서 열린 북중 우호의 해 개막식에 공식 서열 3위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파견했고, 자오 위원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우의를 과시했습니다.

지난 4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오러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배웅하는 모습.
지난 4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오러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배웅하는 모습.

자오 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으로 2020년 북한이 국경을 폐쇄한 뒤 평양을 찾은 중국 최고위급 인사로, 북중 우호의 해 개막식 시점까지만 해도 북중 간 인적 교류가 다시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개막식 이후 북한과 중국 사이에선 현재까지 이렇다 할 고위급 교류가 관측되지 않고 있습니다.

관례대로라면 북중 우호의 해 폐막식은 늦어도 연말께 베이징에서 열리고, 북한이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을 대표단으로 중국에 보낼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뤄지지 않은 겁니다.

진행자) 올 한 해를 돌아보면 북중 관계가 냉랭한 상태로 계속 이어져 오지 않았습니까? 이에 대해 어떤 분석이 나오나요?

기자)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김흥규 소장은 지난 4월 자오리지 방북이 북중 관계가 일부 복원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실제론 비핵화와 7차 핵실험 등 북한 관련 핵심 현안을 놓고 양국의 입장차가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2024년 9월 13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 물질 생산시설을 현지 지도하고 무기급 핵 물질 생산을 늘리기 위한 중요 과업을 제시했다며 날짜 미상의 사진을 공개했다.
2024년 9월 13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 물질 생산시설을 현지 지도하고 무기급 핵 물질 생산을 늘리기 위한 중요 과업을 제시했다며 날짜 미상의 사진을 공개했다.

자오리지 방북 당시 북한이 자국의 핵 무력 강화에 대한 중국 측의 부정적입장 표명에 노골적으로 반발했다는 게 김 소장의 전언입니다.

[녹취: 김흥규 소장] “북중 관계는 일반적인 국가 간 관계와 다르게 당 대 당 관계에 기반해서 이뤄진 관계다, 이건 위계질서가 아니다, 그런데 너희가 우리에게 이렇게 비핵화를 하라고 하는 건 우리의 기본적인 당 대 당 관계 원칙에 위반된다고 반박을 했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전병곤 박사는 북중 간 일정 수준 갈등이 지속되는 건 국제 정세에 대한 인식과 대응전략에서 양국 간 국익 차원의 불일치가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신냉전 구도라는 정세 인식을 기초로 미한일 안보협력에 북중러가 함께 맞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중국은 그런 대립구도가 자국 경제와 안보에 불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게 전 박사의 설명입니다.

[녹취: 전병곤 박사] “중국은 미국과 경쟁해서 이겨야 하는데 그렇게 대립구도로 갔을 때 중국 경제가 계속해서 악화됨에 따라서 미국과의 경쟁구도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을 자초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이를테면 한일중 회동도 그렇고 한중 관계도 좀 개선하는 그런 모양새를 통해서 대외관계를 전환했죠.”

진행자) 이렇게 북중 관계의 냉랭함이 해를 넘겨서 이어질 것 같은데 북러 관계는 이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북러 양국 정상은 연말을 맞아 서로에게 협력을 강조하는 연하장을 주고 받았습니다.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축하편지를 보냈다며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31일 보도했다. (화면캡쳐: 조선중앙통신)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축하편지를 보냈다며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31일 보도했다. (화면캡쳐: 조선중앙통신)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새해를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축하편지를 보내 “2025년이 러시아 군대와 인민이 신나치즘을 타승하고 위대한 승리를 이룩하는 21세기 전승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기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형제적인 러시아 인민, 영용한 러시아 군대의 전체 장병들에게 자신과 조선 인민, 전체 공화국 무력 장병들의 이름으로 열렬한 축복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공화국 무력 장병’을 따로 언급하고 새해를 ‘21세기 전승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규정한 건 북한 군 러시아 파병을 비롯한 북러 군사협력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하고 특히 김 위원장의 내년 러시아 전승절 80주년을 계기로 한 방러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두진호 박사입니다.

[녹취: 두진호 박사] “내년 2025년이 러시아 전승절 80주년이기 때문에 전승절에 어떤 형태로든 북한이 러시아와 함께하겠다, 그래서 그런 해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인 거고 전승절 80주년 때 김정은 위원장이 움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간접적으로 이를 재확인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앞서 푸틴 대통령도 김 위원장에게 연하장을 보낸 게 지난 27일 알려졌습니다.

27일 로동신문 웹사이트에 게시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연하장 전문. (화면캡쳐: 로동신문)
27일 로동신문 웹사이트에 게시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연하장 전문. (화면캡쳐: 로동신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푸틴 대통령 서한 전문을 1면에 공개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서한에서 북러조약을 언급하며 “2025년에 우리가 이 역사적인 조약을 이행키 위한 공동사업을 매우 긴밀하게 계속해 나가며 현 시대의 위협과 도전들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 일치시켜 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연하장 교환 소식은 아직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전승절 기념행사에 중국대사가 불참하고, 중국 다롄에서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의 동판이 제거된 사례 등을 보면 중국과의 관계가 러시아와의 관계와 비교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내년 북중 관계에 대해선 어떤 전망이 나옵니까?

기자) 전문가들은 북중 관계의 소원함이 구조화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관광산업 육성 등 북한이 추진하는 핵심 산업 역시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북중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러시아와의 밀착을 통해 중국으로부터의 자율성을 확대하려 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김정은식 신냉전 외교를 통해 중국으로부터 상당한 자율성을 확보할 거다, 파국으로는 안 가더라도 양측이 아마 극한 상황으로 간다면 상황을 관리할 거에요. 관리하지만 중국으로선 상당히 기분이 좋지 않은 상황으로 갈 가능성이 높죠.”

지난 6월 북한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해방기념탑에서의 헌화식에 앞서 함께 걷고 있다.
지난 6월 북한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해방기념탑에서의 헌화식에 앞서 함께 걷고 있다.

북한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새 행정부와의 협상 여부가 북중 관계에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전병곤 박사는 미북 협상 국면이 전개될 경우 2018년 당시와는 달리 중국이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전 박사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둘러싸고 미러 관계가 좋게 풀리면 북한은 러시아를 통하거나 러시아와의 공조를 통해 미국과의 협상에 나설 수 있다며, 이렇게 될 경우 중국이 북한에 접근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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