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북한과 중국의 무역액이 작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북중 무역액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인데, 이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전 수준으로의 회복은 매우 더딘 상황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해관총서가 최근 발표한 11월 무역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북한과 중국의 교역액은 2억2천46만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이 기간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1억9천194만 달러어치의 물품을 수입하고 2천851만 달러어치의 물품을 수출하면서,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월 무역액 2억 달러를 넘겼습니다.
이로써 북한과 중국의 올해 누적 무역 총액은 전달의 17억970만 달러보다 약 13% 증가한 19억3천3만 달러가 됐습니다.
다만 이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약 1억 달러 낮은 수준입니다.
지난해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급감했던 무역 규모를 늘리면서, 1~11월 중국과 총 20억4천868만 달러어치의 물품을 거래했습니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올해도 북중 무역액은 무난히 20억 달러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속도는 작년보다 한 달이나 늦어지게 된 것입니다.
코로나 이전 상황 회복 더뎌
북중 무역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전 수준에도 여전히 한참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신종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1~11월, 북중 무역액은 25억2천432만 달러였습니다. 또 국제사회 대북제재 체제가 강화되기 이전인 2015년엔 49억1천596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북중 교역이 정상적으로 이뤄진 시기를 정확히 규정하긴 어렵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 이전이나 국제사회 대북제재 이전 시점 중 어느 것을 기준으로 삼더라도 양국 무역액은 회복 속도가 매우 더딘 상황입니다.
최다 대중 수출품은 가발
지난달 북한이 중국에 가장 많이 수출한 품목은 전달에 이어 가발과 속눈썹 등 인조 모발 제품으로 나타났습니다.
총 수출액은 1천95만 달러인데, 이 역시도 작년 11월의 1천345만 달러나 올해 1월의 2천278만 달러에 비해 크게 낮아진 것입니다.
그 밖에 최다 수출액 2위와 3위에 오른 페로실리콘(338만 달러)과 텅스텐과 그 정광(297만 달러)도 전년도에 비해 수출액이 줄어들면서 전체적인 무역액 감소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북한의 대중 수입품목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해 11월 북한의 최다 수입품은 가발의 원료인 ‘인모’로 수입액은 1천594만 달러였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인모 수입액이 1천244만 달러로 줄었습니다.
또 지난해 수입품 2위였던 설탕도 수입액이 1천303만 달러에서 올해는 456만 달러로 내려 앉았습니다.
다만 올해는 지난해 수입액 750만 달러를 기록한 대두유가 1천592만 달러 어치 수입되면서 전체 대중 수입품 1위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다른 물품에 대한 수입액 감소폭이 워낙 큰 탓에 전체 무역액을 끌어올리진 못했습니다.
전문가 “고환율 영향 가능성”
현재로선 양국 무역액 회복 속도가 더딘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이번 상황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고문도 20일 VOA에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면서도 최근 급등한 북한 내 환율이 원인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선임고문] “During the coronavirus shutdown, where they weren't importing anything, it actually the Won rose against the dollar to about 6,000 Won, equal to a dollar. But in July, suddenly it jumped to like 12,000 Won, and now if you look at NK daily, it's like 26~27,000 Won. It's gone up from 8,000 Won.”
브라운 교수는 “코로나로 국경이 폐쇄된 기간 북한 원화는 달러 대비 약 6천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7월 갑자기 1만2천원으로 올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전문매체) NK데일리에 나온 환율을 보면 지금은 (1달러 당) 2만6천원에서 2만7천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환율이 이처럼 급등하면 일반인들의 생필품 가격이 오르게 되고, 중국산 물품을 수입하는 업자들도 물품 대금을 지불할 여력이 없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고환율’이 수출에서는 큰 이득을 보는 만큼 “북한은 수출을 늘려야 한다”면서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고 브라운 교수는 말했습니다.
앞서 일부 전문가들은 북중 무역액 감소와 관련해 두 나라 관계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특히 북한과 러시아가 관계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이를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고, 이것이 양국의 무역액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지난 8월 VOA에 “중국과 북한의 무역 (감소) 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 중 하나는 러시아와의 관계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중국이 무역 정책을 통해 북한이 너무 거만해지지 않도록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요인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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