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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김정은 미북 협상 여부 주목…한국, 북 핵 논의 배제 우려


지난 2020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화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화하고 있다.

새해를 맞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으로 미북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협상이 어느 시점, 어느 수준에서 이뤄질지는 유동적이지만 미북 양측에 대화의 필요성은 크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한국 내에서 이와 관련해 어떤 전망이 나오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트럼프-김정은 미북 협상 여부 주목…한국, 북 핵 논의 배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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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새 행정부가 오는 20일 출범하는데요, 이에 앞서 트럼프 측이 북한과의 협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조짐들이 있었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그리고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수 차례 북한 비핵화에 대한 언급 없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개인적 친분을 과시하고 자신이 북한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는 발언을 했습니다.

또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당시 미북 정상회담 실무자인 알렉스 웡 전 국무부 대북특별 부대표를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으로 발탁했고, 최측근인 리처드 그리넬 전 독일 주재 대사를 북한 업무 등을 담당할 특임대사에 지명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안보 라인이 자신에 대한 ‘충성파’로 채워진 점으로 미뤄 북한과 협상이 이뤄질 경우 정상이 결정하고 이를 밀어붙이는 `톱 다운' 즉, 하향식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둔 북한의 태도에 대해선 어떤 분석이 나오나요?

29일 북한 평양에서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 제8기 11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29일 북한 평양에서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 제8기 11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기자) 북한은 지난해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11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대미 강경 대응을 공언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 가능성을 배제한 건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진단입니다.

북한은 당 전원회의에서 미국을 가장 반동적인 국가적 실체라며 ‘최강경 대미 대응전략’ 수립을 밝혔지만 정작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북한이 미 대선 과정인 지난 9월 우라늄 농축 시설을 처음 공개했고 이번에 최강경 대미 대응전략을 공언한 것도 미국과의 협상을 염두에 둔 압박 카드 성격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북한이 미묘하게 줄다리기를 한다고 해도 실제 협상이 이뤄지려면 그럴만한 충분한 동기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양측이 협상에 적극적일 수 있는 동기가 있을까요?

기자) 조한범 박사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9형’ 개발과, 의도를 갖고 공개한 우라늄 농축 시설은 북한의 핵 무력이 질적 양적으로 크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미국에 과시한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로선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전략무기를 완성하기 전에 이를 막아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 박사는 북한에 대해서도 미국과의 협상을 배제하고 최악인 경제지표와 체제 위기를 완화하긴 어렵다는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뀐 건 아니라고 진단했습니다.

북한 내 비공개 장소에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형 시험발사를 위해 이동식발사대(TEL)가 세워져 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북한 내 비공개 장소에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형 시험발사를 위해 이동식발사대(TEL)가 세워져 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 핵 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러시아와 사실상 핵 동맹을 맺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미국으로선 그렇게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리고 북한으로서도 북중 관계 악화로 인한 경제적 곤란은 계속되고 있고 여러 정책적 혼선이 있고 따라서 북한 미국 모두 협상의 필요성이 있는 상황이에요.”

고유환 명예교수는 북한이 러시아와 동맹 관계를 복원하면서 미국과의 협상에 문턱을 높일 여지가 커졌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명예교수] “사회주의 붕괴 이후 북한의 생존전략은 기본적으로 북미 적대관계 해소에서 찾은 게 사실인데 이제는 생존전략을 북러에서 찾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거죠. 그러니까 생존전략 자체가 북미 적대관계 해소에서 북러 동맹으로 질적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문턱이 많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겠죠.”

진행자) 트럼프 집권 1기 시절 이뤄진 미북 정상회담은 북한 비핵화가 협상의 목표로 제시됐었는데요, 미북 간 협상이 재개되려면 의제와 목표 설정부터 새롭게 협의해야 하지 않을까요?

기자)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북한이 자신들의 비핵화를 명시적 목표로 하는 협상엔 나오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홍 박사는 미국 측이 북한 비핵화를 내세우기 보다는 북 핵 고도화를 저지하기 위한 상호 위협 감소에 초점을 맞춘 협상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고, 그럴 경우 북한은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와 미한 연합훈련 축소 또는 중단 등을 요구하며 협상 조건을 논의하는 접촉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일단계로는 위협 감소,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 감소를 중심으로 가자, 그래서 북한이 일단 협상 트랙에 들어와서 위협 감소를 할 수 있는 정도의 신뢰를 쌓아갈 수 있도록 일단 해 놓자 그 이후에 다시 그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비핵화로 가자 이렇게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거죠. 일종의 선 위협 감소, 후 비핵화 단계를 분리해서 갈려고 하는 시도일 수 있는 거죠.”

2024년 6월 북한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2024년 6월 북한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홍 박사는 또 트럼프 행정부의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대응 방향과 강도도 미북 협상 성사 여부에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 나서는 과정에서 북러 협력을 적극 저지하려는 태도를 보일지 여부가 북한의 대미 협상 태도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진행자) 한국은 새롭게 전개될 미북 관계에서 어떤 역할이 가능할까요? 대통령 탄핵 국면이 지속될 경우 미북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소외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한국에선 동맹보다는 국익을 우선시하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북 핵 대응 공조가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어왔습니다.

북한은 한국을 제1주적으로 규정해 2018년 당시와는 달리 미북 관계에서의 한국 역할을 아예 배제하려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은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로 올 상반기까지는 대외관계를 지휘할 리더십의 공백이 예상됩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한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통령 관저 인근에 모여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한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통령 관저 인근에 모여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입니다.

[녹취: 양욱 박사] “많은 이들이 트럼프 행정부 시기에 미북 대화에서 한국이 패싱될 가능성에 우려하고 이에 대한 대응을 많이 애기해 왔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한국은 리더십 부재 위에서 스스로 패싱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더 조성한 형국이 됐습니다.”

한국으로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ICBM 같은 전략무기의 대미 위협을 제한하는 선에서 거래에 나설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양욱 박사는 미 본토를 타격하기엔 여전히 역량이 많이 모자란 북한에 대해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 인정을 전제로 한 협상을 섣불리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홍민 박사는 한국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북한의 핵 보유를 전제로 한 군비통제 협상에 대해선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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