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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한국 무시, ‘적대적 두 국가론’ 연장선 … 진보정부 출범해도 지속될 것”


29일 북한 평양에서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 제8기 11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29일 북한 평양에서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 제8기 11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북한이 당 전원회의에서 대미 강경대응 방침을 밝힌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아무런 메시지를 발신하지 않은 데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의 연장선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한국에 진보정부가 들어서도 북한은 대남 적대시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한국 무시, ‘적대적 두 국가론’ 연장선 … 진보정부 출범해도 지속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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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이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한국을 겨냥한 신호를 보내지 않은 것은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3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정은은 이미 한국에 대한 북한의 정책을 바꿨고, 남북관계를 극적으로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Well the North Korean leader Kim Jong UN has already shifted his country's policy towards South Korea and he's shifted the issue of North South relations into a dramatically new direction… So I don't think we should be surprised that the North Korean Workers' Party didn't touch on a topic that in the minds of the North Korean leadership, a topic that no longer exists. So the issue of North-South relations is just not an issue anymore. It's disappeared as a factor in how North Korea looks at the world. So I don't think we should be surprised that there was no mention of it.”

“북한 지도부 마음 속에 한국 존재 안 해”

그러면서 “따라서 북한 노동당이 북한 지도부의 마음 속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주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라며 “북한이 세계를 바라볼 때 한국이라는 요소는 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근 전원회의 연설에서 한국 관련 언급은 ‘미국의 반공전초기지’라고 비하한 것이 전부였으며, 대남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은 없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23년 12월 연말 전원회의에서 “북남 관계는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며 “통일은 언제 가도 성사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2024년 10월 ‘적대적 두 국가론’을 반영한 헌법 개정을 암시했으며,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연결 도로를 폭파했습니다.

로버트 매닝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
로버트 매닝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

로버트 매닝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도 30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전원회의에서 한국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데 대해 “북한이 한국을 적국으로 선언하고 1953년 이후 남북이 채택했던 화해 개념을 종식시키면서 채택한 역사적 전환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매닝 연구원] “I think it reflects the historic shift they made declaring, you know, South Korea an enemy state ending any concept of reconciliation, which has been the policy of both North and South since 1953. And so I think the lack of his discussion of South Korea reflects that the relation he has to South Korea is his ambition to conquer.”

“한국의 정치적 혼란 관망”

북한이 한국의 정치적 혼란을 관망하기 위해 전원회의에서 한국에 대해 뚜렷한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30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들이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어떻게 끝날지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어떤 은밀한 행동으로도 촉발할 수 없는 혼란을 한국이 겪는 것을 편안히 앉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I think they're waiting on how the political turmoil in South Korea ends up…So they may just sit back and see this is, you know, more turmoil in South Korea than North Korea ever could have tried through any kind of covert action.”

그러면서 “만일 이 모든 일 다음에 더불어민주당 정부가 들어선다면 그들은 북한에 대한 압박을 줄이고 제재를 이행하지 않으며 군사 훈련 축소를 옹호할 가능성이 훨씬 높을 것”이라며 “북한이 이에 호응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자신들에 훨씬 더 유화적일 것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북한은 만족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새해 남북 관계 전망 어두워”

한편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2025년 남북관계 전망이 확실히 밝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계속해서 한국을 적대시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2025년에 진보적인 한국 정부가 탄생한다면 남북 대화와 협력을 활성화하거나 부활시키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그 정부가 북한에 상당한 양보와 유인책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That government might just be prepared to offer some significant concessions and inducements to North Korea. And if they do, if such a government were to come to power in soul and if they were to do that, that might appeal to some in North Korea and it might cause Pyongyang to perhaps rethink its decision to adopt a hostile approach to dealing with Seoul. But even if that happens, I think it's going to be very difficult for North Korea to turn its policy around again because North Korea has already dismantled all of the key elements of North South dialogue and cooperation. The North Korean leadership and the party have already promulgated a major ideological shift towards the South. It's going to be very hard to reverse.”

그러면서 “그 경우 북한 내 일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정책을 다시 전환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이미 남북 대화와 협력의 핵심 요소를 모두 해체했으며, 북한 지도부와 당은 이미 한국을 향한 중요한 이념적 전환을 공표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그러면서 “2025년에 남북 간 진지한 교류가 이뤄질 가능성은 그리 밝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먼저 접근하는 일 없을 것”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 북한 담당 국가정보분석관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 북한 담당 국가정보분석관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 북한 담당 국가정보분석관도 3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은 한국에 대한 반감이 보수파와 진보파 모두에게 적용된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사일러 전 국가정보분석관] “Well you know, North Korea was very deliberate in making it clear that their antipathy towards Republic of Korea applies both to conservatives and progressives… So the ideological framework for ignoring South Korea for the near future is pretty solid. That said Kim may judge that if you know, the progressives come to power and they come to power with some strong commitment to try to resume some type of dialogue with North Korea, that he may explore what that looks like.”

그러면서 “지금으로서는 북한이 한국을 무시하는 이념적 틀은 꽤 견고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일러 전 분석관은 “한국에서 진보 세력이 집권하면 북한과 어떤 형태의 대화를 재개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김정은이 판단할 수도 있고, 그 때 탐색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금으로서는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지 먼저 나서서 한국에 접근하지 않을 것으로 가정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
스콧 스나이더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

스콧 스나이더 한미경제연구소 소장도 30일 VOA에 “김정은은 정말로 한국이 존재하지 않길 바라고 있으며, 한국에 등을 돌리고 한국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려고 모든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소장] “I think that Kim Jong UN really really wishes that South Korea did not exist and he's doing everything in his power to turn his back on South Korea and pretend that it doesn't exist. And so that is a new reality that influences the inter Korean dynamic. And it will be very interesting to see how Korean politics is able to adapt to that new reality over the course of the next year.”

이어 “이것은 남북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현실”이라면서 “2025년 한 해 동안 한국 정치가 이러한 새로운 현실에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 지 지켜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한국 통일부는 북한이 29일 공개한 이번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에 대해 “대내 체제 결속에 집중, 대외 메시지는 최소화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미국 신행정부 출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양상 및 러시아 북한군 파병, 한국 정국 상황 등 불확실한 대내외 정세와 내년도 8차 당대회 마무리를 앞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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