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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정제유 공식 집계, 상한선 33% 수준…실제와 큰 격차


중국 길림성의 석유 정제시설. (자료사진)
중국 길림성의 석유 정제시설. (자료사진)

지난해 북한에 반입된 정제유가 유엔이 설정한 상한선의 33% 수준에 불과하다는 공식 집계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미국 등은 실제 반입량이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런 괴리는 중국과 러시아의 불완전한 보고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대북 정제유 공식 집계, 상한선 33% 수준…실제와 큰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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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홈페이지에 1일 현재 게시된 2024년 대북 정제유 공급량은 16만8천679배럴로, 연간 상한선인 50만 배럴의 33.7%에 불과합니다.

표면적으로는 유엔 제재 규정을 준수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상황과는 동떨어진 수치입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공급한 정제유의 상당 부분이 보고에서 누락되면서, 실제 유입량이 공식 통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러시아 보고 중단 의혹...중국도 보고 지연

대북제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1~8월까지, 러시아는 1월에 공급한 정제유만 보고한 상태입니다.

유엔 결의 2397호는 북한의 정제유 수입을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하고, 공급국에 매월 보고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두 국가는 이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는 10개월 치 공급량을 보고하지 않아 사실상 보고 중단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됩니다. 중국 또한 3개월 이상 보고가 지연되면서, 두 국가의 13개월분 공급량이 공식 통계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미국, 실제 반입량 상한 초과 지적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해 11월 VOA의 관련 질의에 “러시아가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다”며 러시아가 북한에 공급했다고 보고한 정제유 양이 (1월 공급분) 1만5천279.913배럴에 불과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이어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작년) 3월에만 16만5천 배럴 이상의 정제유를 북한에 공급하면서 안보리가 부과한 50만 배럴 상한선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한다”며 공식 보고와 실제 공급량 사이의 괴리를 인정했습니다.

대북제재위원회 의장국인 스위스는 지난해 10월, ‘러시아의 대북 정제유 공급량 미보고’와 관련한 VOA의 질의에 “각 회원국이 결의 이행에 대한 1차적 책임을 지고 있으며, 위원회는 2024년 4월 30일 전문가패널 임기 종료 후에도 권한과 지침에 따라 완전하고 효과적인 이행을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VOA는 유엔주재 러시아 대표부에 대북 정제유 공급량 미보고와 관련해 설명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북한 유조선 련풍호가 지난달 28일 러시아 나홋카만 인근 해상에서 포착됐다. 자료=MarineTraffic
북한 유조선 련풍호가 지난달 28일 러시아 나홋카만 인근 해상에서 포착됐다. 자료=MarineTraffic

러시아산 유류 공급 정황위성자료로 확인

최근 러시아가 북한에 대규모 유류를 공급하고 있다는 정황은 위성자료와 선박 추적을 통해 확인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북한 유조선 련풍호의 위치 신호가 러시아 나홋카만 인근에서 포착됐습니다.

북한 유조선은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 근해에서도 자주 발견되며, 일부는 유엔 제재로 해외 운항이 금지된 선박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북한 최대 유류 항구인 남포항을 드나든 유조선이 2023년 한 해 동안 50여 척에 달한다는 점은 실제 유입량이 상한선을 초과했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합니다.

중국, 비연료 제품 보고허점 드러나

중국이 유엔에 보고한 정제유 통계가 윤활유와 아스팔트 등 비연료 제품을 포함한 수치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VOA는 중국이 안보리에 제출한 보고서와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비교해, 아스팔트 재료인 석유역청, 윤활유, 석유젤리(바셀린) 등 비연료 제품의 합산치를 톤(t) 단위로 제출한 사실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이는 중국이 휘발유, 경유, 등유 등 연료용 제품을 보고에 포함하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보고는 북한의 실질적인 정제유 수입량을 왜곡하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겁니다.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객원교수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객원교수

전문가들은 유엔 제재의 집행과 보고 체계에 근본적인 허점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윌리엄 브라운 미 메릴랜드대 교수는 최근 VOA에 “유엔 제재는 본질적으로 자발적이고, 각국은 수치를 마음대로 보고할 수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가 사실과 다른 수치를 제공해도 이를 확인하거나 반박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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