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와 올해 출범한 제119대 미국 의회 사이의 역학 관계가 한반도 외교안보 정책에 미칠 영향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공화당의 의회 장악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국정운영에 더 큰 재량권을 부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김시영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먼저 새 행정부와 의회 관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의회와 백악관 주도권을 공화당이 동시에 장악한 점이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공화당은 지난해 11월 선거 결과 상원의 경우 전체 100석 중 53석을 확보해 다수당 지위를 탈환했고, 하원에서는 전체 435석 중 219석을 차지해 다수당 지위를 지켰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소속된 공화당이 입법부까지 장악하면서, 트럼프 1기 행정부 초기와 유사한 상황이 재현되는 것입니다. 공화당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7년 1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상원과 하원, 그리고 백악관까지 모두 장악했었습니다.
진행자) 공화당이 의회와 백악관 주도권을 모두 잡으면 아무래도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국정운영에 힘이 실리지 않겠습니까?
기자) 공화당 의회 장악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국정을 운영을 하는 데 전반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 많습니다. 실제로 과거에도 공화당이 의회와 백악관을 모두 장악했던 트럼프 1기 행정부 첫 1년 동안 의회에서는 대규모 감세법 등 공화당 정책의 우선순위에 있는 법안이 무려 117건이나 통과됐고,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효됐습니다. 보수 성향의 연방 법원 판사도 수백 명이 임명됐고요.
트로이 스탠거론 윌슨센터 한국 센터장은 공화당이 하원과 상원을 모두 장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정책 추진에 “더 큰 재량권을 갖게 될 것”이라며 공화당 의원들은 대통령의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도, 대통령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최소한 정책을 추진하도록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스탠거론 센터장] “President Trump has more leeway to pursue his preferred policy preferences. We're likely to see members of Republican Party even often in cases where perhaps they don't agree with the president allow the President to at least pursue those policies to see if he can achieve the objectives that he sets… If we see the Trump administration engage in negotiations with North Korea, most of the coordination with Congress will likely come in the area of sanctions relief.”
스탠거론 센터장은 특히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과 협상에 나설 경우 의회의 조치가 필요한 제재 해제 문제가 의회와의 협력 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자) 상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외교안보팀의 신속한 구성을 위해 주요 지명자 인준에 속도를 내고 있죠?
진행자) 네, 그렇습니다. 상원은 헌법이 부여한 고유의 인준 권한을 갖고 있는데요.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 외교위원회 군사위원회, 정보위원회는 각각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에 대한 인준 청문회를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취임 약 한 주 전부터 열며 인준 절차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상원 인준을 통과하려면 과반 이상인 최소 51표가 필요한데요. 인준이 필요한 직책은 주한미국대사와 주한미군사령관,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등 1천183개에 달합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공언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가 공화당 의회 장악으로 현실화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기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주요 성과로 내세우는 이 법은 2022년 공화당 전원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시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의 지지만으로 통과됐는데요.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IRA 폐지나 개정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한국 등 대미 투자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법이 수정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스태거론 센터장은 한국 등 IRA에 따른 대미 투자가 공화당 성향의 주에서 많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법 개정이 아닌 전면 폐지 혹은 공화당 지역구 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조치를 추진한다면 공화당 내에서도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스태거론 센터장] “Because both Korean and non Korean investment from the Inflation Reduction Act has been placed in a lot of Republican states, I think you're likely to see pushback, not against the idea of changing the Inflation Reduction Act, but I do think that you will see pushback against a full repeal or something that would undermine the benefits and lead to a loss of jobs in members' districts.”
진행자) 새 의회에서 한반도 외교안보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의원들의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죠?
기자) 네, 특히 인도태평양 지역에 핵무기 재배치를 주장해 온 상원의원들이 핵심 위원회를 이끌게 돼 주목되는데요. 상원 외교위원회와 군사위원회의 위원장으로 각각 임명된 공화당 제임스 리시 의원과 로저 위커 의원입니다.
118대 의회에서 군사위 공화당 간사를 맡았던 위커 의원은 지난해 5월 발표한 ‘대규모 방위 투자 계획’에서 미국이 인도태평양 역내 새로운 핵 공유 협정과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상원 외교위 공화당 간사를 역임했던 리시 의원 역시 지난해 8월 VOA에 중국, 러시아, 북한의 핵 역량 강화를 언급하면서 “확장 억지력 강화를 위해 태평양 전구에 핵무기 재배치를 고려해야 하며, 이 문제를 동맹국들과 논의하는 것이 금기시돼선 안 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리시 의원은 한국 등 동맹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방위비 증액 요구에 지지 입장을 표명했던 인사 아닙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리시 의원은 외교위 공화당 간사 시절부터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한국은 물론 나토 동맹국 방위비 증액의 정당성을 밝혀 왔습니다. 지난해 10월에는 VOA에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동맹국들이 북한의 다양한 위협에 대한 방어 책임을 분담할 것으로 당연히 기대할 것”이라며 “한국은 동맹에 대한 가장 심각한 위협을 억제하는 위험을 분담할 의지와 능력을 충분히 입증해 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리시 의원의 이런 견해와 맞물려, 동맹국 방위비 분담 증대에 대한 공화당 내 지지가 증가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동맹국 방위비 압박에 큰 힘이 실릴 수도 있습니다.
진행자) 하원에서는 마이클 매콜 외교위원장 후임으로 브라이언 마스트 의원이 임명됐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한반도와 관련해 공화당 마스트 의원의 구체적인 입장은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다만, 2022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당시 성명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대응을 ‘나약하다’고 비판하며, 강력한 대북 제재와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한 바 있습니다.
리시 의원과 위커 의원, 그리고 하원 군사위원장직을 유지하게 된 마이크 로저스 하원의원은 미국의 적극적인 대외 개입을 지지하는 전통적인 공화당 주류파로 분류되는데요. 반면, 마스트 의원은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지원을 지지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재정 지원에는 회의적인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외교 기조를 따르는 인사로 평가됩니다.
진행자) 공화당이 의회와 백악관을 모두 장악했다고 해서 당 기조에 맞는 정책을 거침없이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죠?
기자) 네, 맞습니다. 공화당은 의석 수에서 아주 근소한 차이로 다수당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인데요. 특히 하원의 경우 공화당은 맷 게이츠 전 하원의원의 사임으로 전체 434석의 하원에서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필요한 최소 218석보다 단 1석이 많은 219석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하원 다수당으로서는 1931년 이후 가장 적은 의석이라고 합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특히 하원은 매우 근소한 차이로 양당 의석 수가 나뉘어 있어 어떤 일이든 성사시키는 것이 “훨씬 더 어려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The only thing that I can see happening is that it's going to be much more difficult to get anything done in the House. The house is so closely divided that it's going to be very difficult to get anything done.”
킹 전 특사는 초당적인 지지를 받는 사안인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 같은 경우도 하원의 이 같은 의석 구조상 처리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지금까지 김시영 기자로부터 새 의회와 행정부 간 역학 관계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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