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박에 대한 안전 검사가 사실상 중단됐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고의적으로 북한의 편의를 봐준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선박의 안전 검사를 실시하는 아태지역 항만국통제위원회(도쿄 MOU) 자료에 따르면 북한 선박이 마지막으로 안전 검사를 받은 건 지난 2023년 8월입니다.
위원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당시 북한 선박 달마산호는 중국 다롄항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이후 18개월이 지난 현 시점까지 북한 선박에 대한 안전 검사는 추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아태지역 항만국통제위원회는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역내 회원국이 자국 항구에 기항한 선박을 무작위로 선정해, 항만국통제(PSC)로 불리는 안전 검사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북한 선박 검사 1년 넘게 중단
무작위라고 해도 노후화된 선박이 많은 북한은 ‘블랙리스트’ 국가로 분류돼 다른 나라보다 검사를 받는 빈도가 높았습니다.
이 검사는 국제협약에서 요구하는 사항의 이행과 안전기준 준수, 환경오염 여부 등을 확인하며, 문제가 있는 경우 각국 항만국은 해당 선박에 ‘정선’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합니다.
그런데 북한 선박에 대한 검사가 1년 넘게 중단된 것입니다.
북한 선박은 국제사회 대북제재가 강화되기 이전인 2016년엔 총 275척이 안전 검사를 받았고, 제재로 선박의 운항이 급감한 2019년에는 51척이 검사 대상이었습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엔 13척의 북한 선박에 대해 검사가 이뤄졌으며, 2021년엔 1척이, 2022년엔 한 척도 검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이후 국경 봉쇄 해제와 함께 북한 선박의 운항이 크게 늘었던 2023년엔 4척이 검사를 받았지만 그 이후 지금까지 검사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무작위로 검사 대상 선박을 선별하는 만큼 의도치 않게 북한 선박들이 안전검사 대상에서 제외됐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 선박들에 대한 검사가 활발한 상황에서 유독 북한 선박만 검사를 받지 않았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일례로, 마지막 검사 대상이었던 북한 선박 달마산호는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중국 다롄항에 기항했지만, 2023년과 달리 올해는 검사 대상에 꼽히지 않았습니다.
또 북한 선박 명장산호의 경우 현재 공해상을 운항 중이지만, 마찬가지로 전 세계 어떤 항구에서도 검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이 선박은 건조 연도가 1990년으로 적지 않은 안전 문제를 안고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국에 경고해야…‘뒷돈 거래’도 의심”
전문가들은 북한 선박의 기항이 가장 많은 중국 항구의 고의 ‘회피’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북한 노동당 39호실 출신으로 과거 북한의 선박 운영에 직접 관여했던 탈북민 리정호 씨는 1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중국의 각 항만이 북한 선박의 편의를 봐주는 상황으로 해석했습니다.
[녹취: 리정호 씨] “중국의 검사 기관들이 자기의 책임을 다하지 않고 국제적인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중국에 경고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기존에는 이 해사기관은 이런 약속을 철저히 지키더라고…배와 사고와도 관련되고 항만의 사고와도 관련되잖아요?”
리정호 씨는 북한 선박회사와 항구의 ‘뒷돈 거래’도 의심된다면서, 노후화된 북한 선박이 검사를 받아 ‘시정 조치’를 받으면 북한 입장에선 훨씬 더 많은 돈과 시간을 써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이 문제가 조금 더 공론화돼 중국 중앙 정부 차원에서 조치를 취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남아프리카 해군 대령 출신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했던 닐 와츠 전 위원은 “항만국 통제(PSC) 검사는 선박의 기항 여부를 확실히 확인해주며, 검사 횟수는 무역의 증가 또는 감소 여부를 알 수 있게 한다”면서 “이러한 정보 부재는 북한 선박이 중국으로 향하고 그에 따른 (방문) 빈도를 감추기 위한 고의적인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었습니다.
중국 정부는 북한 선박에 대한 안전 검사 누락 배경에 대한 지난해 VOA의 질의에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답변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For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