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루즈벨트 호 승조원 가운데 백여 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군은 감염증 확산에 유념하면서 대비태세 유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괌에 정박 중인 미군의 핵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즈벨트 호에서 지난달 2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처음 보고된 이후 확진자가 일주일 만에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브레트 크로지어 루즈벨트 호 함장이 군 지휘부에 보낸 편지에서 격리 공간 부족을 이유로 승조원들을 하선시킬 것을 호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군 당국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해군장관 대행 “루즈벨트호 확진자 93명”
“탑승원 전원 하선 불가, 최소 운영 인력 유지할 것”
토마스 모들리 해군장관 대행은 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승조원 4천800여명 중 이미 1천여 명은 하선했고, 며칠 내 나머지 2천 800여명을 하선시킬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모들리 장관대행] “We already have nearly 1000 personnel off the ship right now. And in the next couple of days we expect to have about 2700 of them off the ship”
현재 승조원들을 격리할 시설에 대해 괌 당국과 협의 중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모들리 장관 대행은 “승조원 전원 하선은 안 되며,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루즈벨트 호의 무기와 값비싼 항공기, 원자력 엔진을 관리하기 위한 필수 인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녹취: 모들리 장관대행] “One thing I want to emphasize as well, that we cannot and will not remove all the sailors from the ship. And that's not what the commanding officer requested either…This ship has weapons on it, it has munitions on it it has expensive aircraft and it has a nuclear power plant, it requires a certain number of people on that ship to maintain the safety and security of the ship.”
모들리 장관 대행은 해군이 바이러스 확산 억제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현재 파병 중인 94척의 함정 중 확진 사례가 발생한 건 루즈벨트 호가 유일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최적의 대비태세 유지를 위한 훈련 주기 조정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대처와 관련해 수 차례 미군 장병들의 건강과 대비태세의 균형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미군 관계자 확진 사례 1343건, 사망자 5명
육-해-공-해병대 등 건강보호태세 강화 집중
미 국방부 통계에 따르면 1일 기준, 미군 내 확진 사례는 총 1천343 건으로 이 중 현역은 771명, 사망자는 5명에 이릅니다.
라이언 맥카시 육군장관 대행은 지난달 26일 세계 모든 육군 부대의 건강보호 태세를 두 번째 높은 C단계로 격상시켰고, 긴급 대응부대의 경우 최고 단계인 D로 올렸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사령부는 지난달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한미군 시설 출입자가 준수사항을 따르지 않을 경우 향후 2년 간 출입을 금지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미 공군도 모든 기지의 건강보호 태세를 C 단계로 격상시켰고, 미 본토와 이탈리아 등 동맹국의 긴급구호 수송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해병대는 신병 50% 이상을 훈련시키는 패리스아일랜드 입소를 잠정중단했습니다.
또 미군의 핵 전력을 관리하는 찰스 리처드 전략사령관은 언제든 전투에 돌입할 수 있는 대비태세를 보장하기 위해 부사령관과 핵 전력의 명령 계통 이원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밖에 주방위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1만7천여 명의 육군과 공군 병력을 동원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진단 장비 확충 시급, 대비태세 변수”
“해군 전력, 전염에 가장 취약”
한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일 VOA에, 미군 내 “진단 장비 부족 현상이 향후 대비태세 유지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Like I said, the key there is going to be testing and they're going to have to test, probably multiple times to weed out those who are infected. And it's not clear to me that the President has allocated the test kits for that.”
특히 해군의 경우 모든 군 중에서 활동 반경이 가장 넓고, 한번 기항지를 떠나면 비좁은 환경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전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선제적으로 위협을 가려내기 위한 진단 장비가 필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모들리 해군장관 대행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확진자가 급증한 루즈벨트 항모의 경우 지금까지 4천800여 명 승조원 중 1천273명에 대한 진단이 이뤄졌다며, 진단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
VOA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