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동결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완화됐지만, 여전히 목표치에는 근접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애리조나주 의회가 160여 년 전에 제정된 낙태 금지법을 폐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어서 미국의 임산부 사망률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미국 정부 발표 내용,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또 동결했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연준이 1일 이틀 일정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준 금리를 현재 수준인 5.25~5.5%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6회 연속으로 금리가 동결된 건데요. 미국 금리는 지난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앞서 연준은 올해 3번 금리를 인하하겠다고 시사하지 않았습니까? 첫 번째 인하가 이번에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는데요?
기자) 네, 하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년간 인플레이션이 완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연준이 금리 인하 목표치로 삼고 있는 “2%로 향한 추가적인 진전이 부족했다”는 설명입니다. 파월 의장은 이어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로 향하고 있다는 “확신을 얻기까지 앞서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현재의 기준금리를 오래 유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최근 경제 지표를 보면 인플레이션의 둔화세가 주춤하긴 했죠?
기자) 맞습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평가할 때 참고하는 지표가 두 가지 있는데요. 우선 가격변동에 따른 소비자의 지출 심리를 파악하는 개인소비자지출(PCE)이 있습니다. 지난 3월의 PCE는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 2.8% 상승했는데 시장의 전망치를 웃도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리고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나타내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있는데요. 3월의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5% 오르면서 역시 예상치를 상회했습니다. 이렇게 경제 지표가 연준 목표치와는 다소 거리감 있게 나오면서 연준이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말이 나왔었습니다.
진행자) 오히려 연준이 금리 인하가 아니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고요?
기자) 네, 하지만 파월 의장은 그럴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현재 통화정책이 충분히 긴축적이라고 평가했는데요. “다음 기준금리 변동이 금리 ‘인상’이 될 가능성은 작다고 생각한다”며 긴축 정책을 얼마나 지속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금으로서는 금리 인하가 언제 단행될지 모르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파월 의장은 최근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올해 안에 인플레이션이 다시 하락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떨어졌다고 해서 올해 안에 금리를 내릴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진행자)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은 언제 시작됐습니까?
기자) 연준이 기준금리를 마지막으로 올린 건 지난해 7월입니다. 이후 연준은 지난해 9월과 11월, 12월에 이어서 올해 1월과 3월까지 5번 연속해서 기준금리를 동결했고요. 이번에 6번째 동결이 이뤄진 겁니다.
진행자) 인플레이션과 기준 금리가 어떤 관계가 있는 건가요?
기자) 인플레이션, 즉 물가가 오른다는 건 화폐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말입니다. 화폐 가치가 떨어졌다는 건 시중에 풀린 화폐의 양이 너무 많다는 뜻이죠. 따라서 연준은 떨어진 화폐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긴축 통화정책을 펼치는데요. 긴축 정책의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기준금리 인상입니다. 금리가 올라가면 돈을 빌릴 때 이자를 많이 내야 하니까 사람들이 돈을 덜 빌리고, 그러면 시중에 풀린 돈이 다시 회수되겠죠. 이렇게 해서 화폐의 가치가 올라가게 되면 물가가 떨어지는 효과가 생기는 겁니다.
진행자) 그래서 연준이 금리를 결정할 때 인플레이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한편 연준은 6월부터 대차대조표 축소 속도도 늦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차대조표는 자산이나 부채, 자본 등이 적힌 표를 말하는데요. 대차대조표를 축소한다는 건 연준이 보유한 채권을 매각하거나 재투자하지 않는 식으로 보유한 자산을 줄인다는 말입니다. 이를 양적긴축(QT)이라고 하는데요. 연준이 금리 인상과 함께 긴축 정책을 시행할 때 활용하는 수단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데 연준이 대차대조표 축소의 속도를 줄인다는 건 통화량 감소에 여유를 주겠다는 건데요. 연준은 “6월부터 월별 국채 상환 한도를 월 600억 달러에서 250억 달러로 축소해 경감 속도를 줄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현재 미국 경제의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선 연준이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 성장이 전반적으로 튼튼하다는 시각을 유지했습니다. 견고한 속도로 경제가 계속 확장하고 있고 일자리 증가도 강세를 유지하는 한편, 실업률은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실업률은 2년 넘게 4% 미만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이는 1960년대 이후 최장 기록입니다. 그리고 1분기 경제 성장은 연율로 1.6% 성장에 그쳤지만, 소비자지출은 탄탄한 속도로 증가했습니다.
진행자) 연준의 금리 동결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금융기업인 UBC의 조너선 핑글 경제학자는 AP 통신에 “파월 의장의 발언은 연준이 올해 정책을 어떻게 전개할지 확신하지 못한다는 신호”라고 평가하며 실망감을 내비쳤습니다. 한편, 글로벌 투자은행 에버코어 ISI는 파월 의장의 발언이 “많은 사람이 우려했던 것보다 눈에 띄게 덜 매파적”이었다며, 파월 의장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금리 인하가 궤도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 지연되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금리를 결정하는 FOMC 회의가 또 언제 열리죠?
기자) 바로 다음 달에도 열립니다. 6월 11일~12일로 예정돼 있고요. FOMC 회의는 약 6주에 한 번씩 1년에 8차례 열리기 때문에, 7월과 9월, 11월, 12월 이렇게 올해 총 5차례 회의가 더 남아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올해 금리 인하를 예상대로 세 차례가 아닌 한 차례만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올해가 또 선거의 해 아닙니까? 11월에 있을 대선이 금리 정책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도 있거든요?
기자)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연준의 정책 결정은 “우리가 경제에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대선이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최근 연준의 독립성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는데요. 지난주 월스트리트 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연준의 독립성을 약화하고 연준에 대한 대통령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제안서를 작성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이번 선거가 연준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도록 허용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애리조나주에서 160여 년 전 제정된 낙태 금지법이 부활했다는 소식 몇 주 전에 전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이 법이 여러 논란 끝에 다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애리조나주 의회가 남북전쟁 시대에 제정된 낙태 금지법을 폐지하는 법안을 처리했습니다. 지난달 하원에 이어 1일 상원에서도 해당 법안이 통과한 건데요. 상원 표결에서는 민주당 의원 전원에 공화당 의원 2명이 가세해 16대 14로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민주당 소속인 케이티 홉스 주지사는 2일 법안에 바로 서명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낙태 금지법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기자) 이 법은 1864년에 제정됐는데요. 임신 중 모든 시기에 낙태를 거의 전면 금지합니다. 산모의 생명이 위험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도 예외로 두지 않고요. 이를 어기고 낙태 수술을 한 의사는 최고 5년 형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진행자) 1800년대 제정된 법이 왜 지금 다시 다뤄지고 있는 건가요?
기자) 해당 법은 임신 초기에 낙태를 허용하는 주법이 제정되면서 오랫동안 휴면 상태였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2022년 6월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보편적인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고 낙태 제한 여부를 각 주의 결정에 맡기면서 이 법을 둘러싼 논란이 시작됐습니다. 당시 공화당 소속의 애리조나주 법무장관의 요청으로 법원이 1864년 낙태 금지법을 부활시킨 건데요. 하지만 이후 민주당 소속의 법무장관이 취임한 후 해당 법 시행을 보류할 것을 법원에 요청한 겁니다.
진행자) 그래서 이 법이 애리조나주 대법원에 올라갔죠?
기자) 네, 주 대법원은 지난달 9일 낙태 금지법을 시행할 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주 의회가 선택적 낙태에 대한 권리를 긍정적으로 만들거나 승인한 적이 없다”는 것이 판결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큰 논란이 일었는데요. 낙태권을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환영한 반면, 낙태권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남북전쟁 시대에 만들어진, 시대의 뒤떨어진 법을 어떻게 다시 시행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진행자) 이런 논란 속에 의회에서 낙태법을 다시 폐지하는 쪽으로 결정하게 됐군요?
기자) 맞습니다. 홉스 주지사는 1일 성명을 내고 의회의 표결 결과를 환영했습니다. 홉스 주지사는 “애리조나 여성들은 자신과 의사 사이에 내려야 할 결정을 정치인들이 내리는 주에서 살 필요가 없다”며 “이번 폐지안은 여성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 필수적인 한편, 여성의 출산 보건을 보호하기 위한 투쟁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주지사가 2일 서명하면 바로 시행에 들어가는 겁니까?
기자) 그건 아닙니다. 이번 폐지 법안은 입법 회기 종료 후 90일이 지나야 발효됩니다. 따라서 낙태 전면 금지법이 6월이나 7월까지는 효력을 유지하는데요. 따라서 낙태 옹호 단체 쪽에서는 낙태 금지법이 폐지될 때까지 낙태 시술 중단을 막아달라는 청원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폐지 법안이 시행되면 애리조나주에서는 이제 다시 낙태를 할 수 있는 겁니까?
기자) 네, 임신 첫 15주 동안 낙태 시술을 받을 수 있는 기존의 법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애리조나주 의회는 지난 2022년 3월 임신 15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습니다.
진행자) 낙태권이 논쟁이 되는 애리조나주가 이번 대선의 경합주 가운데 한 곳이라고요?
기자) 맞습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최대 격전지가 바로 애리조나주인데요. 이런 곳에서 대선의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인 낙태권 논쟁이 불붙게 된 겁니다. 민주당은 낙태권을 부각함으로써 여성의 표심에 호소하는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격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1일 임신 6주 이후 낙태를 금지하는 법이 발효된 플로리다주를 찾아 여성의 낙태 권리를 옹호했는데요.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재 여성들이 직면하게 된 “의료 위기의 설계자”라며 비판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서 애리조나 낙태법에 대해 “지나치다”며, “바로잡아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여성 보건 뉴스 하나 더 보겠습니다. 미국의 임산부 사망률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다고요?
기자) 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일 2022년 임산부 사망률 최종 보고서와 2023년 임시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약 680명의 여성이 임신 중이나 출산 직후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2022년 817명, 2021년 1천205명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입니다. 당시 임산부 사망률은 50년여 만의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진행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미국의 임산부 사망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건가요?
기자) 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도나 호이어트 임산부 사망률 담당 연구원은 코로나19가 주요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임산부에게 특히 위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이어 팬데믹으로 지친 의사들이 임산부의 걱정을 무시함으로써 위험을 가중시켰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임산부 사망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호이어트 연구원은 2021년에는 그 수가 400명이 넘었지만, 지난해에는 10명 미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임산부 사망률은 어떻게 산정하는 건가요?
기자) 출산 중이나 출산 후 최대 42일까지 임신과 관련된 것으로 간주되는 질환으로 인해 사망한 여성의 수를 계산합니다. 과도한 출혈이나 혈관 막힘, 감염이 주요 원인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인종에 따라 임산부 사망률에 차이가 있습니까?
기자) 네, 인종적 격차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흑인 임산부의 사망률은 백인이나 히스패닉계 임산부의 사망률보다 2.5배 이상 높습니다.
진행자) 다른 나라 상황은 어떨까요? 지역적 편차가 있는지 잠깐 알아보고 갈까요?
기자) 네. 유엔인구기금(UNFPA)은 지난달 17일 보고서를 통해 아프리카 여성은 유럽이나 북미에 비해 임신이나 출산 합병증으로 사망할 확률이 130배나 높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하루 800명의 여성이 출산 중에 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 가운데 500명가량은 인도주의적 위기와 분쟁을 겪고 있는 국가에서 발생한다고 하는데요. 임산부 사망은 미리 예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이 문제에서도 계층이나 지역별 격차가 크다는 것, 현실적인 문제군요.
기자) 네. 유엔인구기금의 나탈리아 카넴 사무총장은 보고서를 통해 한 세대 동안 의도하지 않은 임신율을 거의 5분의 1로 줄였고 임산부 사망률을 1/3로 낮췄으며 160개 이상의 국가에서 가정 폭력에 대한 법률을 확보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권리 신장은 정체되고 있고 지역과 계층별 권리 격차가 여전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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