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 연방 하원이 총기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상원까지 통과할 가능성은 희박한 가운데 상원에서는 별도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판결을 앞두고 연방 대법관을 위협한 20대가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미국 체조 대표팀 선수들이 주치의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미 연방수사국(FBI)을 상대로 10억 달러의 배상을 요구한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최근 미국에서 총기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미 연방 하원이 총기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원이 8일 반자동 소총 구매 연령을 올리고, 대용량 탄창의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총기 규제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찬성 223대 반대 204로 의원들의 당적에 따른 결과이긴 하지만, 야당인 공화당의 반대를 이겨내고 법안을 가결했습니다.
진행자) 법안이 나오게 된 배경이 최근 잇따른 총격 참사 때문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달 뉴욕주 버펄로 슈퍼마켓에서 흑인을 겨냥한 총격으로 10명이 희생된 데 이어, 텍사스주 유밸디 롭 초등학교에서는 총격으로 어린이 19명을 비롯해 21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발생했는데요. 이 사건은 의회 내 총기 관련 논의에 다시 불을 지폈습니다.
진행자) 하원 법안이 총기 규제와 관련해서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기자) 법안은 반자동 소총을 구매할 수 있는 연령을 기존 18세에서 21세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두 총격의 피의자 모두 18세가 되자 반자동 소총인 AR-15를 구매해 범행에 나섰는데요. 민주당 소속 테드 리우 의원은 “21세 미만은 버드와이저, 즉 맥주도 못 산다”며 “21세 미만이 전쟁용 무기인 AR-15를 사도록 방치할 수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공화당은 총기 구매 연령 제한을 반대하는 입장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공화당 의원들은 지난달 연방 항소법원이 21세 미만에게 반자동 소총 판매를 금지한 캘리포니아주의 조처가 위헌이라고 결정한 것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공화당 소속인 토머스 매시 의원은 “18세와 19세, 20세만 돼도 군 징병을 위해 등록하라고 말한다”며 총기 구매 연령을 21세로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고 부도덕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하원 법안에 또 어떤 내용이 포함됐습니까?
기자) 민간인이 15발 이상 탄알이 들어있는 탄창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고요. 미성년자가 총기에 접근할 수 있는 가정에서 총기 보관을 엄격하게 하도록 규정했습니다. 또 일련번호가 없어 추적이 어려운 유령총에 대해 신원조회를 도입하고 일련번호를 받도록 했고요. 반자동 소총의 연사력을 자동소총처럼 만들어주는 장치인 ‘범프스톡(bump stock)’의 민간인 소유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그리고 하원은 주변이나 본인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총기를 법원이 압수할 수 있는 ‘적기법’을 도입하는 법안을 9일 처리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미국에선 하원이 통과시킨 법이 상원에서도 통과해야 대통령의 책상 위에 올라가지 않습니까? 상원에서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상원에선 통과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민주당은 총기 규제를 찬성하지만, 공화당은 총기 소유를 헌법이 보장한 권리로 보고 총기를 규제할 수 없다는 입장인데요. 상원은 현재 의석수가 민주, 공화 각각 50대 50입니다. 상원 의장을 겸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한 표를 행사할 수는 있지만, 필리버스터, 즉 합법적인 의사 진행방해를 막기 위해선 60표가 필요한 상황인데요. 공화당 의원들 가운데 10표를 확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진행자) 상원에서 통과가 되지 않을 것이 자명한데도, 굳이 하원이 법안을 추진한 이유는 뭘까요?
기자)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을 겨냥한 조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총기 규제를 주요 쟁점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건데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총기 규제를 찬성하는 의견이 반대 의견보다 더 높게 나오고 있습니다. 텍사스를 지역구로 하는 민주당 소속의 베로니카 에스코바 의원은 “우리가 모든 생명을 구할 수는 없지만, 시도는 해야 하지 않겠냐?”고 밝혔는데요. 그러면서 “오늘 하원은 여러분 목소리를 듣고, 여러분이 요구한 조처를 하고 있다”며 “누가 당신과 함께하는지 아닌지를 기록해 두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날 하원에서는 롭초등학교 총기 사건과 관련한 청문회도 있었다고요?
기자) 네, 이날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회가 총기 난사 관련 청문회를 진행했는데요. 롭초등학교 총기 사건과 버펄로 슈퍼마켓 총격 사건의 유족과 생존자들이 참석해 총기 규제 강화를 호소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텍사스 총격 사건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이 청문회에서 증언한 건가요?
기자) 이날 청문회에선 미리 녹화된 아이들의 증언 영상이 재생됐습니다. 특히 11살 미아 세리요 양은 사건 당시 총에 맞고 쓰러진 친구의 피를 자기의 몸에 발라 죽은 척해서 살아남았다고 증언했는데요. 세리요 양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밝혔고요. 세리요 양의 아버지는 딸이 총격의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다며 눈물을 훔쳤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총격의 유족과 생존자들이 총기 규제를 호소하고 있는데, 상원에서는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상원에선 하원의 법안과는 별도로 초당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8일, 10여 명의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이 비공개로 만나 약 1시간 동안 회의했는데요. 이번 주말까지 타협안의 틀을 마련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상원이 논의하는 내용은 하원 법안과 뭐가 다른 겁니까?
기자) 상원에서는 하원 법안처럼 대대적인 변화는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논의의 참석한 의원들도 ‘완만한 조처들’이 담기게 된 타협안에 다가서기 위해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공화당 의원들로서는 총기 규제 논의에 나서면, 공화당 지지자들로부터 표를 잃을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기자) 네, 따라서 협상에 나선 공화당 의원 6명 가운데 5명은 2026년까지 재선에 직면하지 않는 의원들이라고 ‘AP’통신은 분석했습니다. 상원 임기가 6년인데요. 이들 의원은 올해 중간선거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의원들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내년 1월에 은퇴할 예정이고요. 또 이들 6명 의원 중 누구도 공화당 대통령 후보 자리를 노리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총기 규제 협상을 하는 데 있어 정치적인 부담이 비교적 덜한 의원들이 동참하고 있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협상에 참여한 공화당 소속 존 코닌 의원은 8일 기자들에게, 협상이 진지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이번 주 안으로 합의를 도출한다는 민주당의 계획에는 회의적인 생각을 보였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미 연방대법관이 위협을 받는 일이 발생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브랫 캐버노 대법관에게 위협을 가하려 했던 20대 남성이 대법관 자택 인근에서 체포됐습니다. 8일 오전 체포될 당시 이 남성은 총을 소지하고 있었는데요. 체포된 지 몇 시간 만에 대법관을 살해할 혐의로 기소됐다고 당국은 밝혔습니다.
진행자) 체포된 사람의 신원은 확인이 됐습니까?
기자) 26세 남성 니콜라스 존 로스키 씨로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 출신이라고 당국은 밝혔습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 따르면, 로스키 씨의 가방에는 캐버노 대법관을 살해할 목적으로 총과 탄약, 쇠 지렛대, 후추 스프레이 등 각종 위협 도구들을 소지하고 있었습니다.
진행자) 캐버노 대법관 집에는 어떤 식으로 접근했습니까?
기자) 로스키 씨는 이날 택시를 타고 캐버노 대법관 자택 앞에서 내렸는데요. 당시 대법관의 집을 지키는 보안관 2명이 로스키 씨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로스키 씨는 이어 응급구조대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자살 충동을 느꼈으며, 캐버노 대법관을 죽일 계획이라고 말했는데요. 통화 도중에 보안관에게 체포됐습니다.
진행자) 이 남성이 왜 캐버노 대법관을 살해하려고 했던 걸까요?
기자) 로스키 씨는 경찰에 연방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으려고 하는 데 대해 분노했고 대법관들을 죽이고 싶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진행자) ‘로 대 웨이드’ 판결은 낙태권과 관련한 판결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연방 대법원은 지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통해 임신 24주 전에는 낙태를 허용하면서 사실상 미국에서 낙태를 합법화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5월에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연방대법원이 뒤집을 방침을 담은 다수의견문 초안이 유출돼 파문이 일었습니다.
진행자) 대법원의 초안이 유출되는 건 거의 유례가 없는 일이었죠?
기자) 맞습니다. 게다가 대법원이 낙태권 판례를 뒤집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 전역에서는 낙태권 지지자들의 시위가 벌어졌고요. 낙태를 반대하는 보수 진영의 맞불 시위까지 벌어지면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부터 낙태 논란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진행자)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으려는 대법관들은 누구입니까?
기자) 언론에 유출된 다수 의견문을 보면 클래런스 토머스, 브렛 캐버노, 새뮤얼 얼리토, 에이미 코니 배럿, 닐 고서치 이렇게 5명의 보수성향의 대법관들입니다.
진행자) 이번에 위협을 받은 캐버노 대법관도 이 중 한 명이네요.
진행자) 맞습니다.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은 8일 기자들에게 “대법관들을 겨냥한 폭력 위협이나 폭력 행위는 우리 민주주의의 심장을 가격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는데요. 이런 시도를 하는 사람들을 막고 또 이들에 책임을 묻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대법원 초안이 유출된 이후에 대법관들 신변 보호가 강화됐다고요?
기자) 네, 대법관들의 신변 안전이 위협을 받으면서 대법관과 그 가족에 대한 24시간 보호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시위대는 대법관들의 자택까지 찾아가 시위를 벌여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위협을 받은 캐버노 대법관의 자택은 워싱턴 D.C. 인근 메릴랜드주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는데요. 앞서 낙태권 지지론자들이 캐버노 대법관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미국의 국가 체조 대표 선수들이 미 연방수사국(FBI)을 상대로 배상금을 요구하고 나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여자 체조의 간판스타인 시몬 바일스 선수를 비롯해 대표팀 주치의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들이 FBI를 상대로 거액의 배상금을 요구했습니다. 이들을 대변하는 변호인단은 8일, FBI가 대표팀 전 주치의 래리 나사르 씨의 범행을 막지 못한 데 책임이 있다며 피해자들에게 10억 달러의 배상금을 지불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전 국가대표 주치의가 선수들을 상대로 어떤 일을 저지른 겁니까?
기자) 지난 수십 년간 나사르 씨는 미시간주립대 팀과 국가 대표 체조팀 주치의로 있으면서 어린 소녀들과 여성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습니다. 나사르 씨는 지난 2017년 연방 재판에서 성추행 혐의와 아동포르노를 소지한 혐의로 징역 60년을 받은 데 이어 지난 2018년에 미시간주 법원에서는 최대 175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 과정에서 FBI에 어떤 문제가 있었던 건가요?
기자) FBI 가 나사르의 범죄 사실을 인지한 것은 2015년 7월이었지만, 초기에 제대로 수사하지 않으면서 실제 기소는 2016년 11월에야 이뤄졌는데요. 그동안 나사르 씨의 성폭행이 지속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FBI가 부실 수사를 했다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 본부를 둔 미국 체조협회는 지난 2015년 FBI 지부에 주치의인 나사르 씨로부터 3명의 체조 선수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FBI는 공식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고요. 나사르 씨가 재직하는 미시간주립대가 있는 미시간주 당국이나 FBI 지부에도 관련 수사 사실을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진행자) FBI가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은 것이 공식 확인이 된 건가요?
기자) 네, 법무부의 마이클 호로위츠 감찰관이 지난해 7월 자세한 정황이 담긴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호로위츠 감찰관은 “FBI는 2015년 9월 피해자 인터뷰를 한 이후 8개월 이상 조사하지 않았다”면서 “그 시간 동안 나사르의 성폭행은 계속됐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리고 이제 피해자들이 FBI에 책임을 묻기 위해 나선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전 미시간주립대 체조 선수였던 서맨사 로이 선수는 8일, “FBI가 본연의 역할만 했더라면 자신을 비롯한 수백 명의 여성이 학대당하기 전에 나사르 씨가 멈췄을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나사르 씨를 최초로 체조 협회에 신고한 매기 니콜스 선수는 “이제 FBI에 책임을 물을 때”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FBI는 이런 요구에 어떤 반응입니까?
기자) 연방법에 따르면, 정부 기관은 불법행위와 관련한 배상 요구에 대해 6개월 안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FBI의 대응에 따라 추가 소송이 잇따를 수도 있습니다. 지난해 상원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선수들의 증언을 들은 후 FBI의 과실을 인정하면서 “용납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하지만, 법무부는 최근 사건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하지 않은 FBI 요원을 기소하지는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번 배상 요구에 참여한 피해자가 몇 명이나 됩니까?
기자) 앞서 언급한 바일스 선수 그리고 앨리 레이즈먼 선수 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을 포함해 전, 현직 체조 대표선수들, 그 외 성추행 피해를 입은 여성 등 약 90명이 배상 요구에 동참했습니다.
진행자) 나사르 씨의 성범죄와 관련해서 이렇게 배상금을 요구한 사례가 이번이 처음인가요?
기자) 아닙니다. 미시간주립대 역시 나사르 씨의 범죄를 막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묻는 소송에 휘말렸는데요. 지난 2018년 미시간주립대는 지난 수십 년간 나사르 씨에게 성추행당한 피해자 300여 명에게 5억 달러의 배상금을 지불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