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이번에 승인된 대북 제재 면제 이행 안내서 개정안에 대해서 오택성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이행 안내서 7호'가 어떤 것인지 설명해 주시죠?
기자) 이번에 개정된 '이행 안내서 7호'는 안보리 대북 결의 2397호에 대한 '세부 적용 안내서'입니다. 지난 2017년에 채택된 안보리 결의 2397호는 인도주의 목적으로 대북 지원 물품을 북한에 반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로부터 사전에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서 사전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고 또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등을 세부적으로 설명해 놓은 겁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이번에 개정됐다는 건 결의 2397호가 채택된 2017년에 만들어진 안내서가 개정됐다는 건가요?
기자) 아닙니다. 이번에 개정된 이행 안내서는 지난 2018년 8월 미국의 제안으로 안보리에서 채택된 '이행 안내서 7호'를 개정한 겁니다. 그러니까 2년이 조금 넘어서 개정된 거죠. 그리고 지난번 '이행 안내서 7호'가 미국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처럼 이번에도 역시 미국이 제안해 안보리에서 채택됐습니다. 켈리 크래프트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트위터를 통해 이를 명확히 밝혔습니다. 지난달 30일 유엔 안보리가 비공개 화상 회의를 통해 개정안 채택 여부를 논의했는데요, 비공개인만큼 이사국 간 어떤 의견이 오갔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개정안에 대해 반대 의견 없이 승인된 것으로 볼 때 이사국 전원이 미국의 제안에 동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이번 개정안의 가장 큰 변화가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제재 면제 기간 연장인데요. 어떤 이유 때문에 이 부분이 개정된 건가요?
기자) 신종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주요하게 작용했습니다. 기존 6개월에서 3개월이 늘어난 9개월 동안 제재를 면제 받을 수 있도록 했는데요,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지원 물품 운송 지연 등 지원 단체가 타당한 이유를 제시하면 9개월 이상의 기간도 면제 받을 수 있다고 명시해 놨습니다.
실제 지난 10월 '국경없는의사회'가 받은 제재 면제 사례를 보면, 이 단체의 지원 물품 목록에 출발지와 도착지 중 도착지가 제대로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지원 물품들이 어디서 출발해 북한 어느 지역을 통해서 들어갈 것인지 못 정했다는 겁니다. 이는 이 단체가 앞선 제재 면제 승인 후 공개한 지원 물품 목록에서 신의주, 남포 등 구체적인 도착지를 명시한 것과는 대비되는 것으로, 북한의 국경 봉쇄로 물품 반입에 차질을 생겼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개정안은 또 제재 면제 기한 내 지원 물품 운송을 완료하지 못할 경우 기한 만료 최소 열흘 전에 제재위에 알릴 것을 권고하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제재위가 기간 연장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면제 신청 절차를 간소화해서 신속하게 면제를 승인하겠다는 것도 코로나 팬데믹 상황과 연관이 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개정안 승인 전에는 대북제재위 사무국에 제재 면제를 직접 신청할 수 있는 기구는 유엔산하 기구와 국제적십자위원회 등 일부 공식 기구로만 한정돼 있었습니다. 앞서 예를 든 국경없는의사회와 같은 일반 비정부기구는 해당 기구가 속한 국가, 혹은 북한주재 유엔상주조정관 등 제 3자를 통해서만 신청을 할 수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코로나 팬데믹 대응 지원과 같은 긴급한 대북 인도주의적 원조 제공 때에도 사무국에 직접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해 면제 승인 절차를 단축시켰습니다. 또한 앞선 18개월 동안 2번 이상 제재 면제를 받은 기관 역시 직접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고요. 결국 이 역시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한 개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이 두가지 외에도 개정안에는 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요?
기자) 네 두 가지 내용이 더 담겼는데요. 모범 사례 공유와 송금 경로에 관한 내용입니다. 모범 사례 공유란 앞서 이미 제재 면제를 받은 단체의 신청 양식 등 모범 사례를 앞으로 신청할 기구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지원 단체들이 앞서 성공적으로 제재 면제를 받은 단체들의 양식을 참고해서 시행착오 없이 면제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의도입니다.
또 송금 경로는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지원 단체들의 북한 내 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 부분이 사실 많은 지원단체들이 지적한 부분인데요. 현행 대북 결의는 북한으로의 송금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북한으로 송금된 자금이 핵이나 미사일프로그램 등에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데요. 이 때문에 북한에서 활동하는 지원단체들이 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제때 확보할 수 없어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왔는데요, 이번 개정안은 안보리가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겁니다.
진행자) 이렇게 규정이 개정돼 대북 지원을 더 원활하게 하려고 해도 북한이 국경 봉쇄를 계속 이어가는 한 여전히 어려움이 남아 있는 게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지원 단체들도 바로 이 부분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부터 시작한 국경 봉쇄를 아직까지 이어가고 있을 뿐 아니라 북한 내 이동 역시 엄격하게 제한되면서 북한 상주 유엔 관계자들의 활동 역시 위축됐습니다. 때문에 안보리에서 제재 면제를 신속하게 승인하고 또 북한 국경까지 신속하게 지원 물자를 운송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국경 봉쇄가 풀리지 않는 한 지원이 적시에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다만, 지원단체들은 이번 개정안은 북한의 국경 개방 시 바로 지원 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 준 것이라며 이 부분이 환영할 만한 부분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코로나 팬데믹과 지난 여름의 태풍 등으로 경제난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제재 자체를 완화하는 것이 인도주의 지원보다 더 효과적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제재위의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제재위, 그리고 미국은 이에 대해서 단호한 입장입니다. 토마스 퀸타나 유엔 북한 인권특별보고관이 지난 10월 23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 회의에서 코로나 사태로 인한 북한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거론하며 "제재를 부분적으로 해제할 필요가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고 촉구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의장국을 맡고 있는 크리스토프 호이스겐 유엔주재 독일대사는 지난달 안보리 기자회견에서 제재로 인해 북한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북한 정권이 자초한 일로,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등에 막대한 자금을 사용해 북한 주민들에게 사용될 돈이 없는 것"이라고 명확하게 입장을 밝혔습니다.
미 국무부 관계자 역시 퀸타나 보고관의 제재 완화 촉구 주장에 대해 "북한이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유지하고 진전시키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것"이라며 지금은 제재를 완화할 시기가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진행자)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오택성 기자와 함께 유엔 안보리의 인도주의 지원 대북 제재 면제 개정안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