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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북한, 경제 위기로 채권 발행…정권과 돈주들 간 갈등 양상 나타나”


북중 국경무역 활성화를 위해 조성된 중국 단둥 호시무역구 내 북한농산물거리가 북핵개발에 대응한 국제사회 제재로 북한 상인 입주 없이 텅 비어있다. (자료사진)
북중 국경무역 활성화를 위해 조성된 중국 단둥 호시무역구 내 북한농산물거리가 북핵개발에 대응한 국제사회 제재로 북한 상인 입주 없이 텅 비어있다. (자료사진)

북한이 국제 제재와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채권 발행에 나섰다고, 전문가들이 말했습니다. 이로 인해 북한 정권과 신흥 부자 계층인 ‘돈주’들 간에 갈등 양상도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빈센트 코엔 국가분석실장은 13일, 최근 북한이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채권 발행에 나섰다고 밝혔습니다.

코엔 실장은 이날 워싱턴의 민간단체 한미경제연구소가 주최한 온라인 토론회에서, 북한이 국내 채권을 발행해 기업과 돈주들에게 사도록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코엔 실장] “This is the first time in almost 20 years that the regime is issuing bonds and these are not bonds like bonds that are issued in OECD countries. These are a way basically to finance force, actors, in this case, enterprises and donju to give up some of their hard currency to the regime.”

북한 정권이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거의 20년만에 처음이라는 설명입니다.

코엔 실장은 이 채권이 OECD국가에서 발행하는 채권과는 다른 채권이라며, 기본적으로 기업과 돈주들에게 외화를 정권에 내놓으라고 강요하는 형태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같은 조치의 배경으로 핵무기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속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겪으면서 누적된 북한의 경제난을 지적했습니다.

2월 28일 북한 평양의 백화점에서 직원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확산 방지를 막기 위해 계산대를 소독하고 있다.
2월 28일 북한 평양의 백화점에서 직원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확산 방지를 막기 위해 계산대를 소독하고 있다.

[녹취: 코엔 실장] “So the drivers are indeed suggesting that they may be running low because North Korea needs to continue to import a number of things for it to survive and cannot export very much. So the trade balance doesn't look too good.”

북한은 생존을 위해 많은 것을 수입해야 하지만 수출을 많이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외화가 부족할 것이라는 분석으로, 그 만큼 무역 수지가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한미경제연구소의 트로이 스탠거론 선임국장은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북한이 한 달에 800만 달러에서 1천만 달러의 외화 손실에 직면하고 있을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과거 외화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 채권 발행에 나서곤 했다며, 북한이 현재 채권 발행에 나설 동기는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탠거론 국장] “We can see that with the border largely shut, although there is some small amount of trade going through, that hard currency North Korea might have earned through legitimate trade with China or Russia is now largely cut off.”

국경을 대부분 봉쇄한 조치로 인해 중국과 러시아와의 합법적인 무역이 거의 중단되면서 외화 수입이 줄어들었다는 겁니다.

북한이 지난 2003년 발행했던 '인민생활공채'.
북한이 지난 2003년 발행했던 '인민생활공채'.

앞서 마커스 놀랜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부소장은 12일 하와이의 이스트웨스트 센터가 개최한 온라인 간담회에서, 북한 정권이 현재 채권 발행을 통해 시중에 있는 외화를 확보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놀랜드 부소장] “What they’re going to do is they’re basically going to force people to buy bonds. They’re talking about a new bond issuance, and they are confiscating foreign exchange.”

북한 정권이 주민들에게 채권 매입을 강요하면서 사실상 외화를 몰수하고 있다는 겁니다.

놀랜드 부소장은 그러면서 북한 정권의 이같은 조치는 북한 주민들이 정권에 등을 돌리게 할 수 있는 요소라고 지적했습니다.

잘못된 경제 운용에 대한 불신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미국 달러나 중국 위안화 보유를 선호하는데, 그 돈을 뺏어가면 주민들의 반발이 따른다는 설명입니다.

코엔 OECD 국가분석실장도 채권 발행으로 북한 정권과 북한 내 신흥 부자 계층인 ‘돈주’들 간에 갈등 양상이 보이고 있다면서 북한 정권이 현재 경제 문제로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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